-더 높아진 실용성, 더 강력해진 성능
포르쉐를 상징하는 차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절대 다수가 911을 꼽는다. 그러나 지금의 포르쉐 위상을 세운 제품이 카이엔이라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포르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 수익에 절대적인 공헌을 하는 제품이 카이엔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 SUV 열풍이 불기 전부터 두텁게 쌓아 온 카이엔에 대한 신뢰의 배경은 편안하되 포르쉐만의 스포츠 DNA가 꼽힌다. 일상에서 탈 수 있는 넉넉한 SUV, 동시에 포르쉐 스포츠 감성까지 누릴 수 있는 제품이 바로 카이엔이다. 3세대로 돌아온 카이엔을 시승했다.
▲스타일&상품성
완전변경이지만 외관의 변화는 최소화했다. 기존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다는 포르쉐의 자신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범퍼 양쪽 흡기구와 이어진 그릴은 어깨가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고, 헤드램프는 4개의 LED 4각형으로 구성됐다. 그 가운데 프로젝션 램프가 위치한 구성으로 파나메라와 동일하다.
휠베이스 또한 2,895㎜로 기존과 동일하지만 나머지는 커졌다. 휠 직경은 1인치 키웠고, 길이는 63㎜ 늘린 반면 지붕을 9㎜ 낮춰 역동성을 부각시켰다. 인상적인 부분은 트렁크 공간으로, 3세대 대비 무려 100ℓ 커진 770ℓ다. SUV 본연의 실용성을 높이려는 대목이다.
뒷태는 디자인이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 가로형 리어램프는 미래지향적이고 이전보다 훨씬 더 세련된 인상을 준다. 전체적인 볼륨감도 풍성하지만 분위기는 신형 파나메라 및 911과도 많이 닮아 있다.
실내는 아날로그와 이별을 고한 흔적이 역력하다. 포르쉐 상징인 5개 원형 계기반은 여전하지만 중앙의 엔진회전과 속도계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디지털 방식으로 변경했다. 속도를 비롯한 주행정보는 물론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등이 표시된다.
센터페시아엔 12.3인치 와이드한 터치 스크린이 시선을 끈다. 크기도 커졌지만 한층 높아진 해상도가 인상적이다.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내비게이션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아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 연동이 나을 것 같다. 센터콘솔 주변을 빼곡히 채웠던 각종 버튼류는 터치 방식으로 탈바꿈했는데 햅틱 기능을 지원, 진동을 발생시켜 조작 감성을 배려했다.
시트의 착좌감은 단연 카이엔의 장점이다. 널찍하지만 안락하고 시트가 몸을 잡아주는 지지력도 좋은 편이다. 2열 공간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넓다. 마칸을 고려했다가 공간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카이엔으로 돌아서는 소비자가 적지 않은 이유다. 패밀리 SUV로는 역시 카이엔이 제격이라는 판단에서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V6 가솔린 터보와 8단 팁트로닉 변속기의 조합이다. 성능은 최고 340마력, 최대 45.9㎏·m의 토크를 내며 효율은 ℓ당 복합 기준 7.3㎞를 확보했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데 6.2초, 최고 시속은 245㎞다. 가장 기본형 제품이지만 수치상으로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힘을 갖췄다.
첫 반응은 민첩하다. 자연흡기 만큼은 아니지만 터보랙이 느껴지지 않는 나름의 부드러움이 육중한 덩치를 제어하는데 부담감이 없다. 8단 변속기는 걸림 없이 매끄럽고 신속하다. 저속에서 변속 응답시간을 줄인 '팁트로닉S'를 적용한 덕분에 듀얼클러치인 PDK 부재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는 수준이다. 변속은 일상주행에서 6단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7단 이상의 기어비는 효율 주행을 위해 마련했다.
주행 모드는 노멀 외에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 인디비주얼 등 네 가지를 지원한다. 각각 엔진 반응과 차체 높이, 서스펜션 감쇄력이 달리 설정된다. 시승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한 노멀 모드는 차체와 무게를 생각하면 인상적인 실력을 뽐낸다. 구동계는 AWD지만 평소에 뒷바퀴에 대부분의 힘을 더 실어 스포츠카의 주행감을 제공한다.
고속에서 안정성은 인상적이다. 속도를 높일수록 뒤에서 묵직하게 밀어주는 느낌이 강하다. 그럼에도 AWD 시스템과 적극 개입하는 전자식 차체 제어장치가 있어 불안감은 없다. 굳이 가속페달에서 힘을 뺄 이유가 없을 정도다.
스포츠플러스 모드에서는 서스펜션이 더욱 단단해지며 페달 응답성이 한결 빨라진다. 거칠어진 배기음은 속도를 재촉하는데 포르쉐 스포츠 DNA가 물씬 풍긴다. 새 차에는 4D 섀시 컨트롤, 3챔버 에어 서스펜션, 전자식 롤 스태빌라이제이션인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PDCC)과 함께 포르쉐 서페이스 코티드 브레이크(PSCB)를 기본으로 장착했다. 브레이크 페달은 묵직하게 밟히지만 제동력은 확실하다. 더욱 확실한 제동력을 원한다면 PCCB를 선택하면 된다.
다이얼 중앙에 있는 다이내믹 스포츠 부스트 버튼을 활성화 시켰다. 20초 동안 폭발적인 가속성능을 발휘할 때 모든 출력을 동시에 쏟아내는 느낌이다. 점화 시점이 바뀌며 터보 시스템의 부스트 압력을 높여 스로틀 밸브로 공기를 최대한 흡입한다. 연료비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이 기능을 아낄 이유가 없을 정도로 다이나믹한 주행감을 선사한다.
단, ADAS 기능은 다소 아쉽다. 차선유지 시스템 개입이 적극적이지 않으며 레벨2에 해당하는 반자율기능도 시승차에는 빠졌다.
▲총평
포르쉐의 베스트셀링카답다. 편안함과 실용성이 최우선인 SUV 목적성으로만 봐도 이전 대비 향상된 제품력이 돋보인다. 게다가 본연의 스포츠 감성은 조금도 잃지 않았다. 기본형이지만 성능 역시 일상에서는 넘칠 정도로 응축해놨다. 앞으로 이어질 카이엔 터보, 카이엔 GTS 등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가격은 1억180만원이며, 각종 선택품목을 적용한 시승차의 판매 가격은 1억4,160만원이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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