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음 대신 가상엔진음, 가솔린차에 밀리지 않는 성능
연간 1만㎞ 주행시 연료비는 연간 9만원도 안돼
(화성=연합뉴스) 안 희 기자 = 최근 청와대에서 처음 공개된 전기차 `블루온(BlueOn)'은 현대차가 4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완성한 고속 전기차다.
`친환경 그린카 육성'이라는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약 1년간에 걸쳐 개발된 블루온은 국내 완성차 업계가 내놓은 첫 양산형 고속 전기차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전기차는 화석연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더 미래적인 친환경차로 꼽힌다.
시속 60㎞ 이하의 저속 차량이 아니라 도로를 마음껏 누빌 수 있는 최고 시속 130㎞ 이상의 전기차가 콘셉트카 단계를 지나 양산형 모델로 나왔다.
이 차량이 실제 소비시장에 출시돼 자동차 시장 환경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는 직접 운전대를 잡아 봐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14일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개최한 블루온 시승행사는 전기차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주기 위한 자리였다.
현대.기아차는 시승에 앞서 블루온을 충전하는 과정을 시연했다.
주유기 정도 크기의 고속 충전기에서 나온 케이블을 차량에 연결하면 바로 충전이 시작된다.
1회 완전 충전하면 총 140㎞를 달릴 수 있는데, 고속 충전기를 사용할 경우 25분 이내에 약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충전률이 80%를 넘어서면 충전속도가 급격히 저하되기 때문에 대개 80-90%까지만 충전한다.
일반 가정용 전기인 220V를 이용한 완속 충전 시에는 6시간 이내에 90% 충전이 이뤄진다.
남양연구소 주행시험장에 주차돼 있던 블루온의 외관은 이 차량을 개발하는 기반이 됐던 유럽 전략형 해치백 모델인 i10의 모양을 그대로 닮았다.
실내 공간은 일반 소형차 만큼의 여유가 있었다.
전기차에서 큰 공간을 차지하는 200㎏ 중량의 배터리가 차량 하단에 깔려 있기 때문에 넉넉한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키를 돌려 시동을 걸면 시동음 대신 `출발 준비 되었습니다'라는 음성 안내가 나온다.
보행자들도 차량이 근처에 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시동음 대신 가상엔진음(VESS)을 내도록 했다.
변속 레버는 일반 차량과 달리 주행 모드인 D와 경제운전 모드인 E, 엔진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L로 구성돼 있었다.
가속페달을 밟으며 주행시험장을 달렸다.
전기모터에서 나오는 주행음이 들리면서 짧은 시간에 최고 속도인 130㎞에 도달했다.
모터로 가동되는 차량답게 변속 충격은 느껴지지 않았고 가속은 부드러웠다.
최고출력 81마력, 최대토크 21.4kg.m라는 차량 출력이 말해주는대로 가솔린차에 전혀 밀리지 않는 동력 성능을 구현했다.
시속 80∼120㎞를 내며 달려도 정숙함이 유지됐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엔진음이 들리지 않는 이유도 있겠지만 소음 저감재가 차체에 결합되는 H-프레임의 연결부분에 붙어 있어 노면에서 전달되는 진동이 덜했기 때문이다.
일부 차체의 강성이 강화되고 모터에 흡음재가 들어간 덕택에 바람이나 모터 작동에 따른 소음 역시 적었다.
시속 10㎞대의 속도로 비교적 가파른 언덕 지형을 오를 때에도 힘이 부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차량 계기판은 `슈퍼비전 클러스터는 4.2인치 TFT LCD'가 적용돼 눈에 잘 들어왔다.
특히 곰 모양 애니메이션이 운전자가 얼마나 경제운전을 하는지를 나타내 주고 감속을 할 때에는 배터리로 전기가 충전되고 있다는 점도 계기판이 보여줬다.
일반적인 제동과 달리 바퀴 회전력을 배터리 충전에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제동감에서는 큰 차이를 찾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경소형차 본연의 동력 성능을 실현하면서도 정숙한 주행감을 준다는 인상을 줬다.
남은 문제는 이 차량의 가격이 될 전망이다.
블루온의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5천만원대에 육박하거나 그 이상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물론 이는 아직 추정에 불과하고 정부 보조금을 감안하지 않은 수준이다.
연료비 절감 효과를 따진다면 전기차 가격에 대한 염려를 조금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이 발표한 전기차용 충전요금 체계에 따라 심야전기를 이용하고 연간 1만㎞를 주행한다고 가정할 때 블루온은 8만6천600원가량의 전기를 필요로 한다.
일반 가솔린 소형차로 동일한 거리를 주행할 때 연간 101만원 정도의 연료비가 든다는 점과 비교하면 92만4천원이라는 커다란 연료비 절감 효과를 낸다.
결국 블루온 등 양산형 전기차 시장 가능성을 결정하는 데에는 충전소 등 전기차 관련 인프라와 정부의 친환경차 지원 시책이 어떻게 정해지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현대차 블루온 시승 장면
안희 기자 prayerahn@yna.co.kr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