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수입차시장은 9만562대가 판매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87년 수입차 개방 후 사상
처음이자 종전 기록인 2008년 6만1,648대보다 무려 3만 대 가까이 많았다. 이 같은 폭발적인 판매 증가에는
어떤 요인들이 있었을까?
업계는 우선 지난해 비수기와 성수기를 가리지 않았던 시장 상황이 이런 결과의 바탕이라고 설명한다.
1년 주기를 놓고 볼 때 판매 하락세가 눈에 띄는 달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2010년에는 그런 경향이 거의
없었다는 것.
일반적으로 자동차 시장의 성수기는 3, 6, 12월 등을 꼽는다. 3, 4월은 보통 새 출발의 의미가 강한 달이어서
신차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요즘은 운전이 가능한 대학생도 차를 많이 구입한다.
통계를 살펴보면 이 같은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6년 3월은 그 해
두 번째로 많은 실적(3,629대)을 기록했고, 2007년에도 3월은 네 번째(4,561대)로 판매가 좋았다. 2010년
이전까지 가장 분위기가 좋았던 2008년 3월 판매는 6,153대로 역시 그 해 두 번째로 높은 판매고를 올렸으며,
세계 경기 침체로 수입차 시장이 휘청거리던 2009년 또한 3월(4,711대)을 계기로 이후 판매가 늘면서 숨통이
트였다.
구입 특성상 소비자가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하는 까닭에 6월 판매는 한여름인 7, 8월보다 판매가 집중된다.
또한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을 앞둔 관계로 가족 단위의 소비자가 증가하는 달이기도 하다. 2006년 6월은
3,586대로 세 번째로 많이 팔린 달로 기록됐으며, 2007, 2008년(각각 4,429대, 5,580대)에도 평균 이상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09년 6월은 그 해 가장 많이 팔린 달(6,809대)로 기록하며 성수기라는 것을 증명했다.
12월의 판매가 높은 까닭은 연식변경 때문이다. 해가 바뀌는 시기여서 한 해 동안 다 팔지 못한 차들이
'바겐세일'을 시작한다. 소비자로서도 똑같은 차를 연식이 바뀌었다고 돈을 더 주기보단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이익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기록을 살펴보면 2006년 12월은 3,568대, 2007년에는 4,603대가 판매됐다.
2008년 후반기에는 세계 경기 침체가 본격화 돼 11월 판매가 3,000대 밑으로 곤두박질쳤지만 12월에는
4,046대로 회복했고, 2009년에도 6,116대로 좋은 성적을 냈다.
업계에서 뽑는 비수기는 1, 2월과 7, 8월 등이다. 혹한과 혹서기여서 소비자들이 전시장을 찾기 힘들고,
시기적으로는 명절과 바캉스 시즌 등이 겹쳐 판매가 저조하다. 매년 통계를 찾아보면 성수기인 12월보다
이듬해 1, 2월의 성적은 모두 떨어지는 현상이 목격된다. 2008년과 2009년의 경우 4,046대에서 3,760대로
하락했다. 이는 2월에 더 심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거의 모든 해에서 가장 적게 팔린 달로 나타난다. 7, 8월도
비슷한 양상이다.
그러나 2010년은 이런 비·성수기의 구분이 없을 만큼 실적이 풍성한 해였다. 물론 1월 판매는 주춤했지만
그래도 6,377대가 팔려 2008년과 2009년의 한 달 평균(각각 5,173대, 5,083대)을 가볍게 제쳤고, 2월에도
6,438대로 둔화되지 않았다. 이후 하락 없이 8월 8,758대로 정점을 찍었다. 9, 10월에는 8,022대, 7,564대로
쉬어가는 인상이었으나 11월 다시 8,311대를 기록해 반전시켰고, 12월에도 역시 8,294대로 괜찮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렇게 평균적으로 높은 판매를 기록하게 된 데에는 업체들의 꾸준한 신차 출시가 배경이 됐다. 통상 성수기에
맞춰 신차를 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2010년에는 완전변경, 부분변경, 연식변경 등의 구분 없이 90여 종에
이르는 차가 출시됐다.
1월에는 크라이슬러가 주요 편의 장비를 개선한 300C를 출시했고, 닛산은 전략 세단 알티마의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임으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GM에서는 캐딜락 CTS의 왜건형을 발표했고, 미쓰비시도
가격을 300만 원 내린 2010년형 랜서를 선보였다. 이 같은 신차 러시는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목격돼 벤틀리는
컨티넨탈 슈퍼 스포츠를, 롤스로이스는 신형 고스트를 내놨다.
전통적 비수기인 2월에도 신차는 꾸준히 시장의 문을 노크했다. 폭스바겐이 골프 GTD로 라인업 확장을 알렸고,
볼보 해치백 아이콘인 뉴 C30도 국내 판매를 개시했다. BMW는 SAV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X1을 소개했다.
3월에는 볼보가 고성능을 뜻하는 T6를 S80과 XC60에 추가했다.
4월은 BMW가 5시리즈의 완전변경 모델로 포문을 열었다. 푸조는 브랜드 첫 SUV 3008을 내놓는 한편, 미니는
고성능 브랜드 JWC의 런칭을 가졌다. 또한 2010년 국내 진출을 알린 스바루가 4월 부산모터쇼를 기점으로
레거시, 아웃백, 포레스터를 발표했다. 5월에는 아우디의 Q5에 3.0 TDI가 합류하고, BMW는 신형 X5로
맞불을 놓았다.
벤츠는 6월 C200 CGI와 E200 CGI를 동반 출시했다. 포르쉐 카이엔과 인피니티 M의 완전변경 모델이 판매된
것도 이 때다. 페라리에서는 458이탈리아의 국내 진출을 알렸다. 7월과 8월도 신차가 쭉 이어졌다. 재규어의
플래그쉽 세단 XJ가 판매를 시작하고, 푸조의 창립 200주년을 기념하는 밀레짐 207과 308MCP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닛산과 포드는 로그 플러스(부분변경)와 뉴 머스탱을 선보였다.
9월에는 폭스바겐 페이톤과 BMW의 액티브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한 X6와 7시리즈가 5일 차이로 발표됐다.
10월에는 렉서스의 기함 LS460의 스포츠 모델과 혼다의 하이브리드 모델 인사이트, 뉴 어코드(부분변경)가
소비자들을 찾았다. 11월에는 최근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열연(?) 중인 BMW Z4 컨버터블과 7시리즈에 디젤이
추가됐으며, 링컨의 MKX도 국내 출시를 알렸다. 아우디도 기함 A8의 완전변경 모델을 내놨다.
12월에도 신차 출시는 지칠 줄 몰랐다. 푸조는 MCP를 308SW까지 확대 적용했으며, 벤츠도 신세대 CL63 AMG를
출시, 라인업 강화를 꾀했다. 여기에 BMW는 7시리즈의 2011년형을 내놨고, 마지막으로 인피니티가 EX를 출시함
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이런 활발한 신차 출시로 비·성수기의 구분을 두지 않는 현상은 2011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업체별로 50종이
넘는 신차들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미 폭스바겐은 친환경 브랜드인 '블루모션'을 적용한 골프 1.6 TDI 블루모션을
지난 5일 소개했다. BMW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여러 차종의 출시를 알렸고, 스바루는 상징과도 같은 임프레자를
국내에 내놓는다. 아우디도 A7 스포츠백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1년에는
수입차 사상 최초로 10만 대 돌파가 무난한 것으로 예상된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 - 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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