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판매가 회복되면서 선전해온 타이어업계가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 수익성 악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의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최초로 국내매출 3조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과 순익도
전년보다 각각 5.5%, 21.1% 증가하는 등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4분기 영업이익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제품
가격에 모두 반영하지 못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34.3% 감소한 108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 1조원 클럽'에 처음 가입한 넥센타이어도 내수 완성차 공급용 타이어(OE)시장에서 선전하고 미국시장
수출도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0% 가까이 줄어든 1018억원에 그쳤다.
오는 9일 실적을 발표하는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3분기까지 16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4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803억원) 보다 저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은 2008년(2조3985억원) 수준을
웃돌고 영업이익도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4분기 영업이익은 3분기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어의 주요 원료인 천연고무와 합성고무 가격은 지난해 중반부터 고공행진하고 있다. 싱가포르 선물시장(SICOM)
에서 천연고무 가격은 2009년 톤당 평균 1796달러였으나 지난해에는 3383달러로 1년새 88% 급등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평균가격은 4255달러로 전년보다 2배 이상 뛰었고 올 1월 평균가격은 5332달러까지 치솟은 상태다.
합성고무 원재료인 스티렌모노머(SM)와 부타디엔(BD) 가격도 2009년 톤당 각각 987달러와 1145달러 수준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192달러와 1913달러로 올랐고 올들어 1369달러와 2059달러로 19%와 22% 오른 상황이다.
반면 타이어 가격은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3~8% 안팎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다보니
제품가격에 모두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며 "정부의 물가인상 억제 방침까지 더해져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원자재 가격 상승이 국내 업체의 해외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메이커들
이 제품가격 인상에 나설 경우 상대적으로 원가경쟁력이 높은 한국업체들의 판매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해외 완성차업체에 OE 공급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원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점체제를 유지해온 글로벌 메이커들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제품가격을 인상했다"면서 "해외 메이커들이 가격을 올리면 원가경쟁력이 높은 국내업체의 시장점유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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