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MBC 뉴스를 보니 김경준이 LA교도소로 면회 온 부모에게 "이명박과 목숨걸고 싸우기 위해 한국에 간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통합신당 김종률 의원이 "이명박과 김경준간 모종의 빅딜이 성사되었을 수도 있다"고 말해 다소 우려되기도 했었지만 실제로 그러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해졌습니다.
김경준이 혼자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목숨걸고 싸우겠다"고 말했다면 이명박과의 빅딜을 물타기 하기 위한 연막전술일 수도 있지만 몇개월만에 감옥으로 면회 왔고 이번에 한국으로 가면 언제 다시 미국으로 돌아올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모에게까지 연막을 치고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김경준 발언을 액면 그대로 믿어도 될 것 같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안상수가 이명박 자녀 유령취업 논란에 대해 "내가 보기에도 한심하다"고 말했다가 이를 기자들에게 해명하느라 진땀뺐습니다. 일부 언론은 안상수가 이명박의 처신에 대해 '한심하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지만 안상수 본인은 "(이명박의 처신이 아닌) 이 문제에 대처하는 당의 처신이 한심하다는 취지로 말할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중요한건 '한심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방호는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모르지만 언짢아했던 모양입니다.
이제 김경준이 돌아와서 매일 원자폭탄이 터지게되면 아마도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한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김경준 수사 내용을 검찰이 언론에 흘리거나 실시간 수사내용을 범여권 정치인들에게 살짝 흘리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수십만명 규모의 민란도 불사하겠다'는 폭탄발언까지 곁들여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경준의 입은 막는다 치더라도 미국에 있는 김경준의 부인, 부모, 누나(에리카 김) 그리고 변호사의 입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더욱이 이명박 자녀의 위장취업 논란으로 이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명박이 '조롱거리'로 전락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김경준 귀국 이후 과연 인터넷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이번 위장취업 논란에서 나타났듯이 박형준과 나경원이 오전과 오후로 180도 다른 엇박자 해명과 답변을 내놓을 경우 한나라당과 이명박은 또한번 네티즌들의 '조롱거리'가 됩니다.
오늘 통합신당 의원들이 이명박 자녀가 위장취업한 서초동 영포빌딩을 다녀왔는데 도저히 이들이 근무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이 열악했다고 합니다. '눈 가리고 아옹'이었음이 또한번 들통난 것이지요. 이처럼 뻔한 거짓말과 속임수를 태연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수백억 '주가조작' 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이제 알만한 네티즌들은 다 알아버렸습니다. 그래서 김경준은 결코 김대업이 될 수 없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회창은 대구 서문시장에서 사채업자 직원으로부터 계란 세례를 받았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한나라당 당원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이명박 지지자임이 분명한데 사채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하니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더욱이 대전에서는 이회창에 대해 살해협박 전화까지 왔다고 하니 이명박은 확실하게 역풍 맞게 생겼고 이회창은 동정론이 쏠쏠하게 일 것 같습니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누가 봐도 이명박이 절대강자이고, 이회창이 절대약자인데 그 절대약자가 절대강자 추종세력으로부터 테러 위협을 받고 있다... 여러분이 과거 이회창을 지지했던 유권자라면 어떤 기분이 드시겠습니까? "짠~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삼성 비자금 논란도 어쩔 수 없이 김경준 수사와 엮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오늘 인준청문회가 열린 임채진 검찰총장 후보자의 경우 '삼성 떡값 수수 검사'로 지목되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삼성과의 유착 및 관련설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만 일관했습니다. 오죽하면 조순형이 "그따위 기억력으로 어떻게 검사 생활을 20여년 넘게 할 수 있었냐"며 꾸짖고, 노회찬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청문회에서 사실을 시인하는 것과 동일하게 간주된다"는 날카로운 멘트를 날렸겠습니까?
MBC 뉴스데스크의 엄기영 앵커도 클로징 멘트에서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같지요?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를 예, 맞습니다로 생각합니다"고 멎지게 한방 날려버렸습니다.
임채진은 오늘 뉴스에 방송된 그 모습 하나만 갖고도 결코 검찰총장 자리에 오를 수 없습니다. 특히, 삼성과 오랜기간 유착해왔고 엄정한 수사보다는 자신의 후원그룹을 온몸으로 감싸는데에 급급한 전형적인 정치검사를 지금처럼 막중한 시국에 검찰총수로 앉힐 수 있겠습니까? 바로 이 사람이 12월 대통령선거를 관리하고 김경준 수사를 지휘해야 하는데 범여권과 민노당이 임명에 동의할 수 있겠습니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한나라당의 경우 임채진과 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과는 충분히 딜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삼성 떡값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는 인물인 만큼 대놓고 옹호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검찰은 24일 퇴임 예정으로 사실상 지휘권을 상실한 정상명 검찰총장과 취임도 하기 전에 사실상 식물인간으로 전락한 임채진 검찰총장 후보자 사이에서 방향을 잃고 각개격파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검찰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검찰을 콘트롤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말단 검사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확실한 지휘부가 없기 때문에 검찰은 어쩔 수 없이 소신대로 수사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삼성 떡값 논란'으로 검찰의 도덕성이 시험대에 올라있는 만큼 어설프게 김경준 사건에 대해 '생색내기' 혹은 '봐주기' 수사를 하기도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명박을 살리기 위해 검찰이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반전의 징후는 또 있습니다. 이회창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법조인입니다. 이명박을 따라잡고 역전해야만 하는 그의 입장에서 볼 때에 김경준 사건 만큼 확실한 호재는 앞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가 갖고있는 법률지식과 법리해석을 총동원하여 검찰을 압박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언론은 이를 열심히 받아적을 수밖에 없구요. 결국, 검찰의 김경준 수사에 대해 범여권, 이회창, 김경준 부모, 변호인, 부인 등이 실시간으로 반응을 나타낼 경우 방송과 언론은 이를 중계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야말로 한나라당과 이명박이 여론의 압도적 공세에 완전 포위되는 형국입니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카운터 펀치는 박근혜가 날릴 것으로 보입니다.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퇴로마저 막혀버린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결국 또한번 살아남기 위해 박근혜의 치맛자락을 잡을 수 밖에 없는데 이미 상황이 그 지경에 이르렀다면 더 이상 박근혜는 이명박 편을 들어주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박근혜는 "국민과 당원에게 진퇴를 물어 그 뜻을 겸허히 수용하라"고 이명박을 압박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한나라당 내에서는 '후보교체'와 '후보단일화'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면서 엄청난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그 운명의 순간이 조금씩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