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계란세례 받은 이회창 후보 <YTN 자료화면>
이 후보는 13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과 지지자들을 만나는 중간에 오후 3시 10분쯤 이모(32) 씨가 던진 계란에 이마 부위를 맞아 인근 상가연합회 사무실로 급하게 자리를 피했다.
다행히 이씨가 던지 계란은 이 후보를 지나 뒤쪽 유리문에 맞았으나 그 파편이 이 후보 이마에 묻는 일이 발생했다. 계란을 던진 이씨는 이 후보 경호팀에 의해 현장에서 붙잡힌 현지 경찰로 인계됐으며 인계될 당시 술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가 이날 서문시장을 방문할 당시 시장 인근에는 1500여명의 인파가 운집한 상태였으며 이 후보를 보려는 많은 시민들이 주변 육교에까지 올라가 내려다 보는 상황이었다.
이 후보는 하지만 자리를 옮긴 상가연합회 사무실에서 "여러분들이 많이 준비했는데 오히려 미안하다. 신경쓰지 마시라. 계란을 던진 것도 애증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10분 정도 상가연합회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눈 후 다음 일정이 잡힌 대구상공회의소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후보가 계란 세례를 당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이 후보에게 정치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 지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흘러나왔다.
일단은 지지자들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 앞에서 고령의 이 후보가 계란에 맞은 만큼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것은 물론, 지지자들로 하여금 더욱 단단한 결집을 초래할 것이란 관측이다.
아울러 이 후보가 봉변 직후에 흔들림없이 "계란을 던진 것도 애증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 이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깐깐한' 분위기를 해소시키고 신뢰감을 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한 정치분석가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농민 집회에서 연설하던 중 얼굴에 계란을 맞았지만, 흔들림 없이 연설을 계속 이어가 강한 인상을 줬다"며 "이 후보의 경우도 '플러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날 이 후보에게 계란을 던진 이모 씨는 모 신용대출업체 직원인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수년 전부터 이 후보를 지지해왔는데 경선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번 대선에 재출마해 실망이 컸다"며 "영업상 서문시장을 찾아갔다가 이 후보가 온다는 말을 듣고 미리 들고 있던 계란 4개를 던졌다"고 진술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경찰은 "한나라당 당원은 아니며 특별한 정치적 의도는 없다"는 이씨의 말을 바탕으로 당원 여부를 비롯해 배후 세력이 있는지 등을 조사 중이며, 경찰은 특히 검찰과 협의해 이씨에 대해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237조의 '선거의 자유방해죄'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고 이 언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이날에도 이회창 후보를 겨냥한 맹비난을 쏟아냈다.
한나라당 구해우 부대변인은 "정동영, 이회창후보가 반선진화후보인 이유"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정동영후보는 과거 오직 권력주도권을 잡기 위해 민주당을 분열시켰고, 이회창후보는 오직 대권욕 때문에 현재 한나라당을 분열시킴으로써 대한민국 정당정치를 후퇴시켰기 때문에 선진화의 걸림돌"이라며 두 사람을 싸잡아 공격했다.
구 부대변인은 이어 "정동영후보는 지난 대선후보경선과정에서 차떼기 동원 등 각종 불법, 편법과정을 거쳐 후보가 되었고, 이회창후보는 2002년 대선당시 차떼기 불법선거 자금문제로 차떼기후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부정선거의 당사자들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정치를 후퇴시켰기에 반선진화 후보인 것이다"고 비난을 이었다.
이회창 후보도 이날 이명박 후보에게 날을 세웠다.
이회창 후보는 대구 시내의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운하'를 겨냥해 "60, 70년대 식의 좀 심하게 말하면 '토목공사적 국가 발전공약'이다.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회창 후보는 반면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해선 "이만큼 선진국의 문앞까지 바라보는데, 박 전 대통령의 경제업적이 토대가 됐다. 과거를 뒤져서는 미래를 열 수 없다"고 말해 박근혜 전 대표와 대구 민심 끌어안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