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전 글에서 국력과 인구에 비해 국토가 좁은 영국, 싱가폴, 홍콩, 대만, 일본, 한국 등이 그 국토면적(주거, 생산, 사무, 레져)을 확장할 목적으로 초고층빌딩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고층을 보통 100층 이상의 빌딩이라 정의하자. 이렇게 도시공학과 건축공학의 발달에 기인한 (초)고층 빌딩들은 국토가 협소한 국가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있다. 우리나라도 70년대, 80년대만해도 이런 표어가 있었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이는 인구억제정책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표어다. 하지만 식량문제와 함께 고층 아파트의 보편화 및 도로의 복층화(고가도로, 순환도로)가 가능해져서 이제는 오히려 3자녀를 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구가 늘어나더라도... 주거문제와 도로문제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신감이다. 인구가 곧 국력의 일부분인 것은 명백하다.
이렇게 세계는 평면적 넓이에서 입체적 넓이를 추구하게 되어가는 한편, 이에 연계되어 또 한가지의 중요한 변화가 보인다. 그건 바로 모든 문화가 실내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 해변의 멋과 낭만, 시원한 바람과 파도는 오직 그야말로 자연적인 해변에서만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에 인공파도가 가능하고 인공백사장, 인테리어효과의 발달, 채광기술의 발달로서 실내에서도 자연해변과 거의 흡사한 뷰티펄한 해수욕장이 생기게 된 것이다. 과거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낚시도 이제는 실내 낚시터가 생겨서 시간이 부족하고 여건이 안되는 꾼들에게 옵션적 기회를 주고 있다. 그럭저럭 손맛이 그리운 조사들은 실내낚시터에서나마 그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온갖 체육시설들이 실내로 들어온 지는 꽤나 된다. 굳이 운동장이 아니라도 빌딩 속에서 거의 모든 게 가능하다. 실내육상, 실내사격, 실내경륜...등등이다. 과거에 권투시합이나 레슬링이나 할 것 없이 큰 공설운동장에서 이뤄져 많은 군중들이 쌍안경을 들고 경기를 관람하던 모습과는 매우 다르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스포츠가 실내에서 가능하다. 사격에 이어 아마 어쩌면 사냥이나 (대규모) 서바이벌 게임도 모두 실내에서 가능할 지 모르겠다. 우리 생활주변에서도 헬쓰, 수영, 골프연습 등등이 모두 실내로 들어왔다.
또한 여건상 어려운 각종 겨울스포츠도 빌딩내로 들어왔다. 소위 가상체험이란 것인데, 일본이나 홍콩에서 이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스크린골프처럼 가상적으로 봅슬레이나 아이스하키나 스키점프를 즐기는 것이다. 이는 과학기술의 덕분인데 경험자들의 말을 인용하면 아주 유사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이제는 두바이 고층빌딩 속에서 봅슬레이를 타게 되는 것이다.
공장이라고 해서 꼭 노지에 조립건물일 필요는 없다. 초고층빌딩이 가능하다면 이 빌딩 내에 공장을 설립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연관된 산업이 한 빌딩 속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면 시간과 물류가 단축되고 또 공장폐수를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각종 수리, 정비업소도 이미 홈플러스의 예(자동차 경정비)에서 보듯 건물 내로 들어와 있다.
이제 많은 부분이 실내(빌딩내)로 들어와서 빌딩 그 자체가 하나의 도시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다. 빌딩내에서 관공서 기능은 물론, 호수, 정원, 분수, 식물원이 가능하고, 식사와 쇼핑은 물론 레져까지 가능하다. 사격을 하고 서바이벌게임을 하다가 골프를 연습하며 봅슬레이를 탄다. 그리고 자연광을 받으면 해수욕을 한다. 저녁에 입체영화를 보고 시간이 늦으면 그 빌딩내 숙박업소에서 자거나 아니면 수면캡슐 또는 찜질방을 이용해도 된다.
이런 것을 두바이도 하고 있고, 동경, 홍콩, 런던도 추진 중이다. 해운대도 이미 이런 개념을 가진 모양이다. 이제 세상은 넓은 국토를 자랑할 시기는 지났다. 좁지만 입체적으로 짜임새있고, 부가가치 창출적으로 나간다면 오히려 넓은 국토보다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모든 게 빌딩내(실내)로 들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바깥보다는 안(內)을 좋아한다. 그건 인간이 그 마음의 고향인 어머니의 자궁, 나아가 인간이 탄생한 원시바다 속(內)을 향하는 본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