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제 아주 외딴 섬에 있게 되었다. 몇몇 친지와 처자식과 함께. 그런데 가끔 지진이 일어난다. 그리고 지나가는 서양배가 찝쩍인다. 섬은 짜달시리 농사가 잘 되는 것은 아니고 또 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결국 당신과 그룹은 똘똘 뭉쳐 자연적 빈곤을 이기고 항상 불안, 경계를 하면서 '굳세게' 살아나갈 수 밖에 없다. 사실 태평양 가운데 어느 한 섬에 산다는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이며 불안한 것이다. 알게 모르게 잠재의식 속에 섬이라는 불안감...섬이 꺼질까? 지진이 올까? 태풍은 또 언제 올까? 대륙에서 큰 군대가 밀고 오지는 않을까?
온통 바다로 둘러쌓인 섬나라는 기본적으로 단합하는 길을 배운다. 그건 생존의 조건이다. 비록 갈갈이 찢어져 서로 싸우는 시기가 있더라도 그들의 통일에 대한 집념, 그리고 통일 후 단합을 유지하고 그 에너지를 집결하는 노력은 보통이상이다.
불안함을 극복하는 손쉽고 어쩌면 최선인 것은 무언가? 그건 강한 다른 것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섬나라 사람들은 강한 것을 그리워하고 추구하며 동경한다. 일본은 강한 질서, 강한 주먹(사무라이, 야쿠자)을 끼고 산다. 그게 느슨한 불안함을 극복하려는 잠재의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는 그게 정치혁명과 산업발달과 해외침탈의 형태로 나타났다.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급속한 성장을 하는배경에는 이러한 강한 것에 대한 추구심이 기반되는 것이다. 원래 안정적인 선진국인 프랑스나 여타 제국들보다 영국은 일찌감치 깨어나 밖으로(세계)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일본 또한 그러하다. 끊임없는 침략근성(대륙진출, 대동아공영권)에는 바로 강한 뿌리를 알게 모르게 찾아 다니는 습성이다. 섬나라라는 게 자체적으로 뿌리가 없는 부평초같은 불안심리가 있어서 무언가 대륙적인 강한 뿌리, 결속, 엄격함으로 보상받으려는 심리이다.
택시기사들을 보면 충분히 교통질서를 지킬 수도 있는데 괜시리 택시기사 특유의 '꼬장'을 부리는 걸 더러 본다. 택시 특유의 못된 버릇이라고나 할까? 그 심리에는 '원래 내 자리요 내 터전'이라는 터줏대감 의식이 있어서 이다. 내 밥그릇이요 직장이 도로인데, 그대들이야 지나가면 그만이지만 나는 직장이 이곳이다. 따라서 이 도로는 내가 왕이고 내 맘대로 한다는 그런 심리 말이다. 일본이 영토(섬)에 대해 집요한 욕심을 내는 것도 이에 비견된다. 원래 섬나라 국가라서 섬에 관한 한 자기들의 우월권을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일본은 북방 4개도서, 독도, 조어도, 서사군도, 난사군도에서 여러 국가들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대륙이나 반도 나라 (혹은 같은 도서국가라도) 원래의 큰 섬나라인 일본으로서는 바다와 섬에 관한 한 터줏대감 심리를 부릴 수 밖에 없다.
일본은 더구나 인구 구성에서 A가 대다수인 국민성이다. 알다시피 A형은 무척 부지런하고 단정하며 뭔가 일을 해야만 불안해 하지 않는 성실한 사람들이다. 깔끔하고 예민한 일본인들의 그 성격이 바로 다수를 차지하는 A형의 나라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A형은 비겁한 면이 있어서 불의를 보고도 바로 저항하기 보다는 한발짝 물러나 사태를 관망하다가 기회가 되면 과거의 것을 꺼내들어 따지는 형식이다. 하지만 끈질긴 면이 있다. A형을 완벽하게 굴복시킬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들은 또 다시 상처를 딛고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늘 불안해하며 보다 높은 보다 풍족한 상태를 추구하는 면이 있다.
이와같이 섬나라 특유의 불안함, 그리고 A형 다수의 사회분위기, 그리고 바다와 섬에 관한한 터줏대감식의 의식 등이 어우러져 일본을 지금의 일본의 모습이게끔 한다. 불안함은 그걸 이길 굳은 결속과 엄격함과 야쿠자식 집단문화로, 그리고 성실하고 높은 많은 것을 추구하는 국민성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단합하기 시작하면 겁나게 무서워지는 애축충정으로 잠재해 있는...일본이다. 그들은 평소에 국화의 청초한 모습과 함께 무언가 목표가 생기거나 아니면 무언가 크게 어긋나면 칼을 휘둘러버리는 무서움을 동시에 가진다. 그런 심리는 바로 이런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