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이 회장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한 삼성그룹 전·현 임원 11명의 계좌추적 결과 이중 일부 비자금이 1995년 8월 발행된 29억원 상당의 무기명 국민주택채권 2종(만기 20년) 매입자금으로 사용된 사실을 밝혀냈다.
삼성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324억원, 민주당에 21억원, 자민련에 15억여원을 무기명 채권으로 각각 전달했다.
무기명 채권매입에 사용된 자금은 삼성 핵심 임원들의 계좌만 집중적으로 이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팀 관계자는 “삼성생명 주식을 보유해온 11명 임원의 차명계좌가 채권 매입자금의 출처로 확인됐으며 나머지는 계속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또 삼성그룹이 자체 조성한 비자금을 단기 저축성 상품에 임시 보관해온 사실도 밝혀냈다. 특검팀 자금 추적 결과 삼성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 차명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은 머니마켓펀드(MMF)와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거친 뒤 채권과 신세계백화점 상품권, 미술품 구입자금으로 사용됐다. 이들 금융상품은 입·출금이 쉽고 금리가 높아 단기 자금운용에 주로 이용되고 있다.
차명계좌에서 빠져 나간 일부 비자금은 삼성전자·삼성종합화학·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의 주식투자에도 분산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검팀은 차명계좌에서 빠져 나간 돈이 일정한 자금흐름과 주기적인 특징을 띠고 있어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차원의 조직적인 자금관리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비자금 관리의 ‘몸통’을 캐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이 회장 일가의 재산 관리를 담당한 전용배 전략기획실 상무를 불러 이 회장의 자산운용 및 관리실태, 차명주식 배당금의 사용처를 추궁했다.
특검팀은 삼성이 자체 관리한 700여개 차명계좌 목록을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이를 넘겨받아 현재 추적 중인 비자금 계좌와 대조할 방침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삼성 제출 자료는 참고사항일 뿐 특검과 금감원에서 진행 중인 계좌 추적 결과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박홍두기자 〉
대기업이 괜히 비자금 관리하겠나....생각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