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팬클럽 ‘~사모’는 없고 ‘~빠’만 남았다
박사모-명박사랑 ‘된장녀-노가다’ 논쟁에서 ‘현피’로 확전 4년전 ‘노사모’가 보여줬던 참신함·시대적 흐름 볼 수 없어 온라인 정치인 팬클럽의 변질이 심각해지고 있다.
남다른 자발적 참여로 새로운 정치문화 아이콘으로 추앙받던 정치인 팬클럽은 최근엔 정치권의 대권싸움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세싸움에만 신경쓰는 구태를 보이고 있다.
9월 초 온라인상에서 ‘된장녀 - 노가다’ 논쟁을 벌이며 갈등을 빚었던 박근혜 전대표와 이명박 전시장 지지자들이 오는 22일 대구에서 대대적인 세대결을 예고하면서 세를 끌어모으고 있는 것은 한 예다. 각 진영에서 대표적 온라인 팬클럽인 ‘박사모’와 ‘명박사랑’은 회원들에게 대구 총동원령을 내려놓은 상태다.
정치권에선 “네티즌들이 온라인에서 싸우다가 실제로 만나서 주먹질까지 하는 ‘현피’를 한다더니 온라인 정치인 팬클럽도 그렇게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현피란 현실의 앞글자인 ‘현(現)’과 PK(Player Kill)의 앞글자인 ‘P’의 합성어다.
◆ 가신그룹 방불하는 행동= 이같은 온라인 팬클럽의 행태는 특히 2002년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노사모)’로 대표되는 온라인 정치인 팬클럽의 신선함을 기억하는 국민들에게 큰 아쉬움을 주고 있다. 온라인 정치인 팬클럽의 원조인 ‘노사모’가 2002년 대선 때 각광받았던 이유는 노사모가 보여준 새로운 문화와 그것이 상징하는 참여정치시대라는 시대적 흐름 때문이었다. 발랄한 옷차림으로 가족들까지 함께 나와서 당시 노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이나 ‘어머니 수술비를 후원금으로 보냅니다’ 류의 가슴 찡한 사연들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정치인 팬클럽의 행태는 보스정치의 부활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준다. 이른바 반박(反朴)으로 분류되는 한나라당내 소장파 의원들을 거세게 비판하는 등 지나친 대응으로 눈총을 받은 것 등은 과거 보스정치 시절 이른바 가신그룹들이 과잉엄호하던 것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 통제 안되는 조직에 부담스러워=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컨설턴트는 “노사모의 아류로 만들어진 ‘사모’들은 노사모가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성공사례를 만들었듯 자신들도 그러려고 하는 욕망을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행태상으로는 노사모가 변질된 이후인 ‘노빠’의 행태를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적 주목을 받던 노사모는 노무현 대통령 집권 후 ‘노빠집단’으로 변질됐다고 느껴진 순간 노사모의 인기는 한순간에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최근 박사모 등 유력 대선주자 팬클럽들은 대중들에게 호감을 받기도 전에 누군가의 ‘빠’로 전락해버리면서 국민들의 불쾌감만 사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쟁 연예인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안티’ 성격의 연예인 팬클럽같은 인상을 주는 점도 대중들에게는 꺼려지는 부분이다. 온라인 팬클럽의 ‘사랑’을 받고 있는 대권주자 입장에서도 이들의 애정공세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전시장 캠프의 한 인사는 “온라인 팬클럽들이 각각 세를 불리려고 하는가 하면, 돌출행동을 해 당황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전시장의 대권행보에도 그리 좋은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대표측도 “우리 쪽에서 컨트롤이 전혀 안 된다”면서 곤혹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김형선 기자 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