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박근혜 팬이라고 해서 범친박진영에 아무 문제도 없고, 갈등도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문제가 있으면 그 부분을 세세히 분석하고 곪은 부분이 있으면 빨리 터뜨리거나 수술을 해야 한다. 오늘 박사모 VS 청산회의 알력을 보고난 뒤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같은 친박끼리 발생한 이 수수께끼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이 부분을 추리해서 정리해야 범친박의 향후 행보가 정해질 것이다. 이 글은 완전히 나의 추리이므로 다른 의견 있으면 댓글 바란다.
이번 알력의 뿌리는 의외로 좀 더 이전으로 가야할 것 같다. 김무성에 관한 고찰부터 되어야 한다. 그는 김영삼 시절부터 그를 보좌한 정치인이다. 부산에서 제법 일찍 정치를 시작했고 비교적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모든 정치인의 꿈은 무언가? 당연지사 의원직을 계속하는 것이고...또, 궁극에는 권력을 잡는 것이다. 대통령 !
김무성은 박근혜를 보좌해왔다. 항상, 친박진영의 좌장격인...으로 시작되는 게 김무성의 수식어이다. 물론 박근혜를 대통령으로만들고자 헌신해왔는데, 그럼 그의 꿈은 무언가? 묻지마라, Post 박(朴)으로서 박근혜 다음 대통령이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 그가 젊은 것 같아도 벌써 57세다. 세월 빠르지...박근혜보다 1살 위이니...다음 총선은 만 61세로 치뤄야하고...대선도 같은 해 치뤄진다. 김무성식 계산으로는 다음 대선에서 박근혜가 당선되고 그 이후 본인이 출마할 대선은 김무성 만 66세가 된다. 거의 마지노선이다. 이 시나리오가 척척 진행되어야 좌장으로서, 포스트 박으로서 그 행보에 거칠 것이 없다.
김무성은 이번에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이전부터 박근혜를 보좌해왔다. 그래서 박근혜 프리미엄은 여전하고...이번 총선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작년 경선으로 돌아가면, 친박진영의 좌장인 현역의원 김무성의 곁으로 원외 인사인(=의원이 아닌) 서청원과 홍사덕이 날아왔다. 친박진영에 탄력을 받은 것은 사실로 일면 반가운 것이나, 한편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면 그다지 반가운 것만도 아니다. 서청원과 홍사덕은 중량급이라서 묵직하며...고문 등의 대접도 해줘야 하고 이런저런 지분도 생각해줘야 한다. 그 중에 홍사덕은 의리가 있고 사리분별이 확실한 사람으로 평가되는데 비교적 수월하다면, 서청원은 과거 군사정부시절부터 잔뼈가 굵은 그야말로 정치달인이다. 껄끄러운 것이다.
하여간 눈물을 머금고 공천에서 탈락한 후 김무성은 위기상황이다. 국회의원과 박근혜대통령만들기와 그 이후 자신의 도전으로 이어져야 할 전도에...본인 스스로가 탈락을 해 버리면 날개가 완전히 꺽힌다. 그러나 그는 밖에 나가서 살아났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서청원과 김무성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서청원은 당을 창당하고 김무성과 홍사덕은 무소속(연대)으로 나왔다. 이미 이것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서청원은 비리의 전력이 있고, 말하자면 정치'꾼'에 속한다. 그리고 작년 경선시 느닷없이 (김무성등 친박진영이 꾸준히 박근혜를 보좌한 것과 달리) 빚을 갚으러 왔다면서 친박진영의 고문이 되었다. 원래 정치인들은 선거가 있는 정치의 계절이면 입과 발이 건질거려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정치...그거...마약이다.
서청원과 홍사덕의 충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결국 오늘의 사태에는 그 시절을 되새기게 하는 단초가 숨어있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 역시 정치에 뛰어드는(본인들은 재기라고 하겠지만) 타이밍을 절묘히 탔던 것이다. 한 사람의 지지자도 아쉬운 경선에서 무리없이 첨벙 뛰어든 것이니...거부감이 훨씬 덜하다. 홍사덕은 많이 순수한 편이라...이번에 '상징성'이 강한 대구의 강재섭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누가 봐도 명분에 맞고 용감한 일이다. 그러나, 서청원은 (김무성과 달리) 당을 만들고 그 비례대표 2번으로 나왔다. 만일 홍사덕과 같이 대구나 충남 어디라도 지역구로 출마했다면...그가 당선된다는 보장이 있었을까? 아뭏든 그렇게 해서 김무성과 홍사덕은 본인의 힘으로 보다 거취가 자유로운 지역구 의원이 되었고, 반면에 서청원은 '친박의 이름을 빌어서' 당의 존재하에만 지위가 유지되는 비례대표 의원이 되었다.
김무성과 홍사덕의 지역구 출마, 특히 김무성의 무소속 출마는 그 심정을 알아 줄 만하다. 떨어지면 그걸로 끝인 상황이고...그런대도 당을 만들어 비례로 나서는 것 보다 용감하게 지역구를 선택한 것이다. 이 부분은 정치도의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에 비하면 서청원은 당을 급히 만들어 비례로 나섬으로써 일종의 '꾼'의 기질을 보여줬다. 친박이라는 이름 하나로 가장 득을 많이 본 경우가 바로 양정례(비례1), 서청원(비례2) 그리고 밑으로 김노식(3), 송영선(4), 김을동(5) 그 이하 8번까지이다. 여기서 서청원의 비례대표 순위매기기를 통해서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1번은...아직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3번은 아리송하고...4번 송영선까지를 마지노선으로 본 것 같다. 5번은 유세현장에서 인지도가 있는 김을동을 이용할 목적이고...그 이하는..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 싶다. 즉, 1-4번까지가 원래 서청원이 당선권에 염두에 둔 순위로 보인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더블로 나타나...8번까지 된 것이다. 입이 찢어지는 것이 요즘의 서청원이다. 자신과 자파인 양정례, 김노식, 그리고 인지도있는(=꼭 포함해야할) 친박 송영선까지인 줄 알았는데, 그 이하에서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 대거 당선되니...이건 뭐 꼬마정당으로서 충분히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니깐 오히려 문제가 발생해버렸다. 서청원계가 되고 서청원당이 되어버림으로써 그 내막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지역구(6)보다 더 많은 비례대표(8)가 생기다보니...웃기지. 서청원이 당을 장악하기 용이하게 된 것. 홍사덕 등이 나간다해도 여전히 자신과 비례대표로서도 제법 대접을 받게 된 모양새다.
김무성 등 무소속의원들이 서둘러 복당하려고 하는 것과는 조금 입장차가 발생한다. 서청원 친박연대가 당명을 바꾸고 눌러 앉아버려도...14석이면 선진당 수준에 가깝고...과거 민노당보다 많다. 더구나, 친박 무소속의 김무성 등이 서청원쪽으로 모두 합류(22명)하게 되면 일거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는 중견정당이 된다. 이런 경우라면 차후 언젠가 한나라당과 당대당 합당논의가 수월하고...본인의 의원직은 안전한채 한나라당의 중진으로 무리없이 입성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중진으로서 가치를 그대로 가진채 의정활동을 할 수 있고...친박좌장격인 김무성보다 높은 위치가 된다.
그런데, 김무성의 경우는 이런 경우가 달갑지 않다. 사실, 서청원, 홍사덕이 박근혜 이후 대권을 꿈꾸는 자신(김무성)의 앞길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없다. 옆에서 감놔라 배놔라하는 잔소리 논네가 될 수도 있고 중량감에서 그들보다 조금 못하다는 이미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지껏 그랬듯이 그냥 서둘러 복당해서(서청원 등과 다른 입장으로) 친박좌장의 역할을 그대로 지속하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 그 점이 무소속으로(당을 만들 필요없음) 출마한 포석이고, 대권도전의 길에서 합당한 절차인 것이다.
박사모는...김무성도 꺼리고, 서청원쪽에서도 꺼린다. 너무 콘트롤을 벗어나서 지나친 점이 있다는 점이다. 서청원쪽을 더 더욱 꺼릴 수 밖에 없다. 여지껏 친박으로 분류된 사람들에 비해 낮선 사람들이 많으며, 또 박사모 회장출신이라고 사칭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서청원은 비리의 과거도 있다. 김무성과 홍사덕에 대해서는 서로 크게 호불호를 따질 일은 없다. 박사모에서 서청원(계)를 그다지 좋아라할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사조직이라 생각되는 청산회가 친박연대를 접수하려하자... 발생한 충돌이 오늘 돌발영상 아닌가 한다.
박근혜로서 산적한 일이 많게 되었다. 친박연대의 비례대표와 지역구 의원들(그들이 입장차), 그리고 김무성의 입장과 무소속 의원들...이들의 화합과 복당문제, 복당시 당권문제, 정치현안, 법안, 남북관계, 그리고 박사모 콘트롤...원래 지위가 높을수록 골치 아픈게 정치인데...박근혜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원래 정치가 진행형이다. 살아있기 때문에.
박근혜는 겉으로는 친박연대라는 정당을 특별히 멀리하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결국 김무성을 제일 중용하지 싶다.
무슨 꼬마당인 (그것도 서청원이 주도하는) 친박연대나 아니면 자기가 창당하거나...
그런 것은 정도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박근혜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김무성은 박근혜, 한나라당이라는 큰 세력의 직계로 스스로 생각한다. 또 그 입장이라야 대권도전에 수월하다. 우선 급하다고 한물간 구시대 정치인인 서청원 밑으로 간다면 다음 대선에서 별로 이득이 안된다.
다만, 끝까지 자신을 표적으로(포스트 이명박을 꿈꾸는 한나라 중진들이) 선별복당 내지 김무성 복당불가를 고수한다면 할 수 없이 김무성도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해야 하고, 서청원등과 거래할 수 밖에 없다. 약간의 잡음이 예상되며, 이를 MB계에서 노리고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