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대 포털사이트, 삼국시대사까지
왜곡
중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인터넷 검색 사이트의 백과사전 서비스가 고구려를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규정한 것은 물론 한국의 3국시대를 신라와 백제,가야로 소개하는 등 한국사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는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이는 학계의 논문 왜곡과 달리 일반인의 접근이 쉽고 또 왜곡된 정보의 확대 재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별도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삼국시대는 백제,신라,가야?= 국회도서관 중국자료관 소준섭 박사는 중국판 구글이라 불리는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 바이두 닷컴(www.baidu.com)이 지난 4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백과사전 '바이커 바이두'에서 한국인,고구려,백제,신라 등 주요 단어를 검색해본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사이트에서 '한국인' 검색을 하면 '유럽이 여전히 암흑시기에 있을 때 한국은 이미 3개의 적대적인 왕국이 형성돼 있었다'며 3국을 서남부의 백제와 동남부의 신라,남부의 가야로 규정하고 있다.
이어 신라는 중국과 동맹을 체결한 뒤 7세기에 기타 두 왕국을 정복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기타 두 왕국이 고구려와 백제인지는 분명하게 언급돼 있지 않다. 백제가 660년에 멸망하고,고구려는 668년 나당 연합군에 패한 뒤 멸망했다는 점에서 7세기의 두 왕국은 고구려와 백제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이트에서 '신라'를 검색해 보면 562년에 신라가 가야를 정복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소 박사는 "고구려 대신 가야를 무리하게 끌어들여 짜맞추다보니 이런 식의 상호모순이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제에 대해서는 '고대 조선반도 서남부 국가로서 백제와 가야,신라는 고대 조선민족의 3국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신라 검색 결과에선 이런 언급이 빠져있는데 이는 고구려,백제와의 정복전쟁을 통한 신라의 통일 과정등이 충실히 언급돼있어 고구려,백제,신라가 3국임을 분명히 알 수 있기때문이라는 것이 소 박사의 지적이다.
◇고구려 멸망으로 당의 중국 통일 완수?=바이커 바이두는 고구려를 중국의 변강민족 정권이라고 분명히 못박고 있다. 사이트 검색 결과 '668년 고구려는 당 왕조와 신라의 협공에 의해 멸망했는데 고구려인 대부분은 당 왕조와 발해 정권의 신민으로 되었고,나머지 일부분이 돌궐과 신라에 융합됐다'며 '이렇게 해서 당은 마침내 중국을 통일하였다'고 주장했다. 검색 결과와 함께 올라온 지도에서도 고구려와 당은 같은 색으로 칠해놓았을 뿐 아니라 나머지 3국과도 구분해놓고 있다.
반면 바이커 바이두와 같이 오픈 백과사전 성격을 띤 미국의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중국어판은 고구려에 대해 바이커 바이두와는 상반된 설명을 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고구려는 고대 중국 동북과 조선반도 북부에 위치한 민족국가로 인민은 주로 중국동북과 조선반도에 살았던 부여인,말갈,고조선 유민이었다'고 소개했다.
이 사이트는 특히 '고구려의 특수지리 위치로 인해 국토가 오늘날 중국과 남북간에 걸쳐 있기 때문에 쌍방은 모두 고구려를 그들 본국의 원시민족으로 칭하고 있다'면서 고구려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과의 역사 논쟁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어 '중국은 1949년 건국 이후 고구려를 조선의 역사로 간주했지만 1990년대 이후 이런 관점을 바꿔 2002년 시작된 동북공정 뒤에는 기본적으로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 범주에 귀속시켜 고구려가 중국 역사상 지방정권이며 고구려 민족은 중국 고대의 소수민족이라는 주류 관점을 형성시켰다'고 기술했다.
위키피디아 중국어판은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중국 당국의 검열 방침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현재 중국 현지에서는 접속이 차단된 상태다. 소 박사는 "바이커 바이두는 (네티즌들에게 완전히 자율권이 주어지는 위키피디아와 달리)바이커 바이두 관리위원회에서 자체 검토를 통해 내용을 확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민간 영역과 손잡고 이의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6-09-25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