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에 찬성합니다.
기간제교사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것은 마치 간호사가 의사, 항공기 정비사가 조종사가 되는것이라는 네이버의 베플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본다면 이 비유가 어불성설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간호사와 의사는 대학입시의 수준과 학부과정 커리큘럼부터 다릅니다. 또한 실제 업무의 과정도 다르죠. 간호사가 의사처럼 진료를 보는것도 아니고, 수술을 하는것도 아니며 약을 처방하지도 않습니다. 항공기 정비사 또한 한 번도 항공기 조종을 해본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기간제 교사와 정규직교사는 다른점이 임용시험 통과여부 말고는 없습니다. 기간제 교사는 대학입시도, 학부 커리큘럼도 정규직 교사와 같은 과정을 밟아왔지요. 심지어 실제 업무도 100% 동일합니다. 담임도 맡아야 하고 야근도 해야되고 학생지도도 맡아서 사고수습도 해야합니다. 간호사-의사, 혹은 정비사- 조종사와 기간제교사-정규직교사에 대한 비유는 약간만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논리라는게 보이는데도 이런 댓글이 압도적 비율로 베플이 되는건 너무 터무니없어 보입니다.
정규직은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임용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인데 어떻게 비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하냐고 반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개인이 고생한것은 인정하지만 국가 시스템의 전반적 향상을 위한 과정으로서 접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험이란 제도는 한계가 명확해서 지나치게 시험에 의존하는 사회가 되면 안됩니다. 80 - 90년대 임용고시 경쟁률과 작금의 경쟁률은 훨씬 차이가 커서 요즘 임용을 통과한 사람들의 실력이 당시보다 훨씬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나아가 임용에 실패한 준비생들의 실력도 예전 세대의 정교사들보다 좋은 실력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시험이란 것은 교사로서의 자질을 판단하기 위해 만들어져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한정된 자리를 소수의 사람에게 나누어주기 위한 일종의 거름망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죠. 교사로서의 자질을 판단하는 것이 시험의 진짜 목적이라면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가 이루어져서 일정 점수 이상의 사람들에게 자격증을 부여하는 것이 맞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교사들이 양산되겠죠. 사실 제대로된 제도라면 절대평가를 통해 예비교사군들을 선발하고, 2-3년 이상의 현장수업을 통해 학생이나 학부모, 동료의 평가를 받아 정교사를 시키는것이 맞습니다. 한번의 시험통과로 평생의 직업을 보장하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한 제도이죠. 특히 교사는 의사나 변호사와는 달리 누구한테 평가를 받을 일도, 실수에 대해 책임을 질 일도 별로 없습니다. 의사는 수술 한번 잘못하면 폐업위기에 처할 정도로 강도높은 수준을 요구받지만 선생은 자기 분에 못이겨 학생을 패거나 하지 않는 이상 수업을 못한다고 해서 짤릴 일은 없습니다. 변호사처럼 일 수주받기 위해 동분서주할 필요도 없구요.
가장 결정적인 것은 이미 국가가 기간제 교사라는 명목으로 교직이수자들에게 교사로서의 자격을 부여해 왔다는 점입니다. 만약 법대생에게 임시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주고 변호사사무실에서 기간제로 일하는 것을 허락했다면 이미 변호사로서의 자질을 갖췄다고 인정한것이 되는거죠. 의사 또한 마찬가지겠죠? 의사고시를 통과하지 않은 의대생에게 기간제 의사라는 타이틀을 주고 일하는 것을 허락했다면, 그 기간제 의사에게 의사와 동일하게 진료하고, 수술하고, 처방하는 것을 허락했다면, 이는 의사고시를 통과하지 않았더라도 의사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되는 겁니다. 하지만 법조계나 의료계에서 이같은 일은 없습니다. 법조인으로서, 혹은 의사로서의 자질이 그렇게 쉽게 얻어질 수 있는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서겠죠. 반면 기간제교사는 오히려 교육계가 앞장서서 진행했던일 아니었나요? 사립학교들도 임시 대체인력으로서 고용이 수월한 기간제교사를 선호한것도 사실이구요. 이는 이미 국가가 기간제 교사라는 시스템을 통해 교직이수받은 사람을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인정을 해왔다는 것입니다. 다르게 보면 임용고시란 시스템에 대해 실질적으로 업계종사자들이 그다지 큰 신뢰를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임용고시가 애초에 그렇게 절대적 기준이었다면 기간제교사를 만들지 말았어야 합니다. 또한 (교사분들이 보면 화내실 수도 있지만) 교사로서의 자격요건이 변호사나 의사만큼 까다롭지 않다는 점을 교육계 스스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기간제의 정규직화 문제에 있어서 유독 교육계의 반발이 심합니다. 일반 사기업에서는 2년이상 기간제로 고용한 직원에 대해서는 정규직전환이 의무인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당 사원의 2년간의 비정규직 기간동안 업무성과가 좋고 인간관계가 원만하다면 기업입장에서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에 주저함이 없을것입니다. 그러나 왜 유달리 교육계는 이러한 과정을 못견뎌하는 것일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교직이수를 받은 대학 졸업자들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맡기면서도, 업무 성과가 별반 다르지 않은것을 알면서도, 결코 정규직을 승락할 수 없는것은 임용고시의 준비과정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통과한 임용고시가 교사로서의 자격부여에 절대적 권위를 갖는것이라면, 애초에 기간제교사라는 제도를 두지 말았어야 합니다. 다시 얘기하자면 법원에서 판사 결원이 생겨 급하게 법대졸업생한테 임시 판사자리를 줘놓고서는, 4-5년이 지나도록 넌 절대 정식판사가 되지 못한다. 왜냐 시험을 통과 못했으니까라고 한다면 얼마나 웃기겠습니까? 애초에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절대 될수 없는 자리라면, 임시판사라는 자리자체를 만들지 말았어야죠.
현재의 정규직 교사들이 기간제의 정규직을 반대하는 것은 이런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정규직교사들이 기간제의 자질에 대한 진정어린 우려때문에 시위를 하는것이라면, 기간제 자체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기간제의 능력은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것을 인정하지만 정규직만은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내가 시험을 어렵게 통과했으니 그 고통의 시간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 밖에 남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러한 개인적 인고의 과정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 전반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간제 교사가 정규직 전환이 될 수 없다면, 일반 사기업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한번 비정규직은 영원히 비정규직이어야 하고, 정규직은 영원히 정규직인 그런 계급사회가 되어야되는 것입니다. 현재 정규직 교사의 논리는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계급사회적 체제에 대한 옹호이고 극우적인 발상인것입니다. 기간제 교사는 왜 하고많은 업종중에 교육을 택해서, 심지어 사기업에서도 이루어지는 정규직 전환혜택을 혼자 못받아야하는 고통에 시달려야 하나요. 이러한 점에서 저는 비정규직 교사의 정규직화를 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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