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석탄 밀반입을 둘러싸고 상식과는 거리가 먼 해괴한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의 미온적 대응 논란에 더해 9일에는 한국과 러시아의 특정 인사나 기업이 연루된 ‘비리(非理) 커넥션’을 의심할 만한 정황까지 제기됐다. 우선, 한국이 유엔의 대북 제재를 위반한다는 눈총이 국내외에서 쏟아지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속 시원한 설명을 않고 있다. 급기야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7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통화한 직후에 “밀반입에 대한 한국 수사 상황에 관해 얘기했고, 기소를 포함해 한국법에 따라 조치될 것으로 들었다”고 공개했다. 외교 결례에 해당할 만큼 이례적 행태다. 그만큼 미국의 우려가 크다는 의미도 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진상 규명을 통한 책임자 문책과 제재 이행 체제 보완 등 시급한 조치를 아직 취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산 석탄 반입이 정부의 5·24조치를 정면 위반한 사안인데도 제재는 남의 나라 일이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언론 탓까지 했다. 문제의 본질과 심각성을 모르거나,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오해를 불식하려면, 러시아 선적 현장에서 한국남동발전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수사팀을 투입해 대대적 수사를 해야 한다. 러시아 정부에 수사 협조를 요청해 관철해야 한다. 적폐 청산은 국내 차원의 문제지만, 이 사안은 국가의 신뢰와 품격이 걸려 있다.
이런 와중에 남동발전의 지난해 8월 석탄 거래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9일 중앙일보에 보도됐다. 이에 따르면, 당시 무연탄 4만t 입찰 공고에는 5개사가 응찰했다. 다른 4개사와 달리 한 업체는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석탄 공급 구조를 볼 때, 그 정도의 차이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게다가 2014년 설립된 H사는 2016년 매출 38억7158만 원, 영업이익 6450만 원을 기록한 소규모 업체다. 턱없이 낮은 가격 제시의 근거를 면밀히 따져보는 게 상식이다. 업계에서는 러시아에서 관련 서류 조작이 이뤄졌다는 소문 등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 이면에 국제적 커넥션이 개입됐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충분하다. 국회에서 국정조사라도 하자는 요구가 나오는 게 무리해 보이지 않을 지경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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