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 한가로이 앉아 갈매기 여유롭게 나는 모습을 본다. 푸른 하늘, 더 푸른 바다... 하늘이 있고 그 아래 바다가 있다. 그 바닷가로 부부인지 연인인지 남녀가 한가로이 거닐고 있다. 남과 여. 해변가 작은 수퍼에선 사람들이 모여서 TV를 본다. 아마 천하장사 씨름대회인가 보다. 어느 선수는 체격이 크나 순발력과 기술이 좀 딸리고 다른 선수는 체격은 작으나 다부지고 기술이 좋아 보인다. 세상은 이와 같이 대칭되며 공존하는 그 무엇들로 가득 차 있다. 역사의 발전도 정반합의 수레바퀴라 하지 않는가. 어느 시류가 正으로 주류를 이루다가 그에 反하는 시류에 밀려 동화되며 合이 된다. 이 합은 다시 정으로 당분간 시대를 리드한다. 동양에서도 음과 양, 역사적으로도 한 때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대립하며 존재하기도 하였다.
원시바다에 호기성 미생물이 나타났다. 이 녀석은 빛을 이용한 사이클을 통해 많은 ATP를 생산한다. 당연히 힘도 세고 순발력도 좋아 포식자로 군림한다. 호전적이며 탐식적인 활동으로 무언가를 축적하기 보단 무언가를 섭취, 배설하는 쪽으로 많은 발달을 한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사는 미생물을 공격하긴 힘들다. 왜냐면 태양빛을 오랫동안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어둠에서 적은 ATP로도 조용히 살아가는 미생물도 생겼다. 이들은 활발한 생물물리학적인 활동을 하기보단 빛, 온도, 해류 등의 환경에게 적응하며 사는 지혜를 축적한다. 그러나 영양분이 적은 시기에 살아 갈 수 없다. 밝은 곳으로 나가서 포식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시기에 이 두 종류의 미생물은 하나로 합해진다. 그리고 울타리를 친다. 호기성 미생물은 미토콘드리아요, 협기성 미생물은 핵이다. 전자는 많은 ATP를 생산하는 장소로 후자는 환경에 적응하는 데이터 저장장소로 훌륭한 조합을 이룬다. 울타리는 외부와 경계짓는 세포막이다. 이런 게 세포는 탄생한다. 그 세포는 진화하여 궁극적으로 우리의 몸이 되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대칭되며 공존하는 그 무엇들’로 구성되었다. 그것이 우리 맘을 지배하는 선, 악일 수도 있고 우리 몸을 구성하는 핵, 미토콘드리아(합해서 세포들)일 수도 있다.
대칭되며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서로 분리되어서는 너무나 비효율적이며 반목적이기에 ‘필연적으로 合(화합, 통합)의 과정을 겪게’ 된다. 그렇지 못하면 그 존재는 역사발전에서 완전히 소멸된다. 合의 과정은 더러 힘들고 까다롭거나 때로는 너무 손쉽기도 하다. 하지만 자기의 일부분을 양보하지 않는 合이란 없다. 자기를 일부 양보하지 않으면 역사발전에서 완전히 소외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렇더라도 合이 반드시 50:50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제도)가 발달할수록 合의 과정은 대신할 그 무엇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내가 잘 만드는 양복을 꼭 건넛집 구두와 물물교환하는 방법 뿐인 것은 아니라는 뜻. 화폐를 통해 우리는 서로를 교환하고 合하고 있다. 머리가 좋은 어떤 이는 알게 모르게 머리는 나쁘나 근육힘이 강한 그 누군가와 합하며 공존하고 있다. 세포막의 울타리 속에 핵이 미토콘드리아와 공존하듯이... 대칭되는 것들은 그렇게 공존하며 세계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