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의 직격탄을 맞고 국내 증시가 추락하는 가운데 외국인이 적극적인 '사자' 공세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코스피지수는 32.60포인트(2.41%) 하락한 1,319.40, 코스닥지수는 48.22포인트(8.21%) 떨어진 539.10으로 마감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천764억원, 코스닥시장에서 748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에 반해 개인은 양 시장에서 각각 6천23억원과 66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천36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대신 코스닥시장에서는 3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이 같은 적극 매수는 무엇보다 이날 오전 북한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직후 투매 양상을 보였던 개인들과 대별되는 것으로, 외국인들이 이번 북핵 사태를 훨씬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북핵 사태의 주도권을 북한보다는 미국이 쥐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 미국의 대응이 구체화될 때까지 사태를 관망하는 것일 뿐 사태를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조홍래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이 패닉에 빠진 개인들과는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북한보다는 미국의 반응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는 데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태의 관건인 전쟁의 발발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양경식 대신증권 수석연구원도 "외국인들은 이날 선물로 헤지를 하면서 현물을 사들였는 데 이는 이번 북핵 사태로 인해 시장이 망가지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갈 것으로 보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특히 시장이 불안할 때 먼저 팔아야 하는 금융주를 1천억원 넘게 집중 매입한 것으로 볼 때, 금융시장도 크게 비관적으로 보진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양 연구원은 그러나 "미국의 대응에 따라서는 시장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아직 낙관할 단계는 아니다"며 "외국인들도 주변 상황 변화에 따라 태도를 달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주 북한 핵실험 가능성이 처음 보도됐을 당시에도 단기적인 충격은 있었지만 외국인들은 그 영향에서 금새 벗어나는 등 북핵 사태를 하나의 이벤트로 생각하는 있으며 미국 등 해외 증시 여건도 긍정적인 상황이어서 국내 투자자들보다 오히려 냉정하게 사태를 바라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하지만 "이전까지 북핵 사태들과는 달리 이번은 준전쟁 상황에 버금가는 빅 이벤트이기 때문에 앞으로 상황을 미리 점치기는 어렵다"며 "미국을 비롯한 유엔의 제재와 북한의 반발 등 최소한 아직 두어 차례 이상의 공방이 남아 있어 시장이 안정을 찾기까지는 1주일에서 1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