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세계를 강타한 북한발 핵실험 소식에 중국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하루가 지난 10일 중국은 점차 냉정해져 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간 내 북중관계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이번 북한의 핵실험 파동의 가장 미묘한 것은 '20분'이었다. 북한이 중국에 핵실험을 한다고 경고한 이후부터 20분간의 시간 말이다.
중국은 미국이나 한국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고 발표했지만, 20분은 어떤 조치를 취하기에는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결국 북한은 핵실험을 했고, 세계가 들고 일어났다.
지금은 '쇼크' 상태, 그러나 냉정
핵실험 이후 중국은 급속히 조치를 취했다. 9일 오후 1시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은 계속해서 중국의 핵실험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는 성명을 내놓았다. 또 이날 오후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은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통화해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됐다. 밤에는 후진타오 주석이 부시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보도됐다.
이면적으로 논의될 부분도 있겠지만 그 내용을 보면 기존의 입장에서 별로 진전된 것이 없다. 후진타오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속해서 주장했다는 것이고, 부시는 국제사회가 냉정하게 대처해야 하고 국제사회의 노력에 중국이 계속해서 동참해 달라는 것이었다.
중국 언론도 10일 아침부터는 냉정해져 가고 있다. 대부분 신문이 한 면 정도를 할애해 사실과 주변보도를 겸하고 있다. 메인은 북한의 발표 내용이고, 한국 내의 반응, 후진타오와 부시의 통화, 한국의 주가 하락 등이 주요 꼭지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 실험의 후폭풍에 대한 우려를 내놓았다.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 류지앙용 연구원은 이번 문제로 6자회담의 가능성이 갈수록 줄어든다면서 지금을 '쇼크(休克)' 상태로 표현했다.
류지앙용 연구원은 "조금만 더 진전하면 사망단계가 될 수 있으므로 조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쇼크'라는 단어는 이번 사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단어가 됐다.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대학 미국연구센터 스인홍 주임은 "이제 6자 회담의 가능성은 아주 작아졌다"며 "북한은 선결조건으로 금융제재 해제를 말할 것이며 미국은 받아들일 리 없다, 게다가 유엔안보리 제재의 가능성마저 있다"고 내다봤다.
북중 관계에 절대적 영향은 없을 듯
하지만 이번 핵실험이 북중 관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관측은 많지 않았다.
우선 중국 정책 연구기관이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선지루 연구원은 이번 문제가 단기적으로 북중관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김희덕 부장도 이번 사태가 오랜 기간 형성된 국가간 관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배경에는 북한이 중국에 단 20분 전이지만 사전에 통보한 점과 터질 것이 터졌다는 느낌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세계적인 금융제재 조치에 입장을 낼 수 없었던 중국으로서는 끝이 보이는 게 더 후련하다는 입장도 있다.
이번 사태를 보는 일반의 시각은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이번 사태로 일본의 군국주의가 재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의 핵무장 문제보다는 일본의 핵문제를 더 부담스러워한다.
그런 가운데 중국의 한 네티즌의 입장은 독특하다. "사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는 중국이나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지금까지 울 안에 기르던 늑대인 일본의 문제다, 이번 일로 일본이 군국주의화 할 경우 악몽이 시작된다"는 글이 눈에 띄었다.
전체적으로는 동북아의 불안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북한이 자기 방어적인 수단을 가질 수 있다는 의견도 의외로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