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제성호
좌파의 위험성은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혼란케 하는 점에 있다. 정체성이란 사전적인 의미로는 ‘변하기 전 본래의 참된 모습’을 말하는 것으로 공동체의 경우 그 구성원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소속감을 의미하기도 한다. 통상 ‘국가 정체성’은 國基(국가의 기본) 내지 國憲과 결부된 개념으로 헌법에 의해 구체화된다. 또한 국가 정체성은 국가의 존립근거 내지 오늘의 국가를 있게 하는 원천으로서의 정치적 토대 혹은 역사적 뿌리를 의미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① 국가적 법통성, ② 민주적 정통성, ③ 역사적(민족사적) 정통성, ④ 국제적 정통성을 내포하는 개념이라고 할 것이다.
첫째, 대한민국은 대한제국을 법적으로 승계한 정치실체로서 대한제국과의 동일성 및 계속성(national identity and continuity)을 가지며, 이에 따라 국가적 법통성(legal legitimacy)을 보유한다(대한제국, 상해임시정부,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법통의 정치적 계승)
둘째, 대한민국은 민주적 선거에 의해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아 출범하였다. 제헌의회는 총선거 실시 후 인구비례에 따라 북한측 의석의 몫으로 100석을 유보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반면 북한은 정권수립 과정을 고려할 때 민주적 정통성을 결여하였으며, 지금도 독재정권, 부자세습체제, 1인 우상화체제, 계급사회의 반민주적 체제로 존재하고 있다.
셋째, 대한민국은 단군에 의한 개국(고조선) 이래 연면히 이어져 온 민족사적 정통성을 계승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자주R28;독립운동세력의 정통성과 더불어 자유 대한인(大韓人)의 대표성을 구유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역사 날조 및 우상화(5대조 할아버지 김형직 우상화) 등을 통해 과거 역사와의 단절을 시도하고 있는 바, 이는 스스로 역사적 정통성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할 것이다.
넷째, 대한민국의 국제적 정통성은 전술한 유엔총회 결의 195(Ⅲ)호에 의해, 널리 인정받았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반면 북한은 1950년 6월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서 ‘당국’(the authorities)으로 지칭되어 국가로 취급되지 못하였다(대한민국은 Republic of Korea로 표기). 1991년 9월 17일 유엔가입으로 북한의 국제적 지위가 격상되기는 했지만, 이는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전 한반도에 대한 한국의 단독대표권 주장(대외적R28;국제적 차원)을 포기했다는 의미이지 우리나라가 국내법상 북한을 국가로 인정했다거나 북한체제의 정통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하겠다.
한편 헌법은 국가의 기본(기본이념과 기본질서)를 정한 근본법으로서 국가가 ‘본래 있어야 할 모습(정체성)’을 총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대한민국 헌법질서 안에서 파악할 경우, 한 마디로 민주공화국과 자유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헌법에 직R28;간접으로 명시되고 있는 국가정체성에는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다.
첫째, 자유민주주의(국가이념)의 민주공화국이 갖는 징표는 국민주권주의(군주주권 배제, 당의 유일적 영도R28;지배 부정), 법치주의, 권력분립, 의회주의(대의정치), 민주적 선거제도(지배자의 교체가능성) 등을 들 수 있다. 국민주권주의 내지 주권재민원칙 천명(헌법 제1조 제2항)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가 인민주권론을 단호히 부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대한민국의 영토는 전 한반도와 부속도서이다(헌법 제3조). 여기서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 일부를 점거하는 불법적 정치단체라는 법리가 연역된다.
셋째,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이다. 국민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고 복리 증진을 위해 자유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되, 자본주의경제의 불합리한 요소를 시정R28;제거하기 위해 헌법질서의 범위 내에서 국가의 일정한 규제, 간섭, 계획 등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위에 적시한 바와 같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이념적 통일체로서의 전체 국민에게 있는 바(국민주권주의), 특정의 계급성을 내포한 ‘인민’이나 ‘민중’ 중심의 민주주의를 논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게 된다. 좌파들이 이야기하는 ‘민중’은 전체 국민이 아니라 주로 지배계층에 의해 탄압받는 자, 부도덕하고 불공평한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 나서는 세력(노동자, 농민, 소시민, 각성된 지식인 등)을 포함한다. 이는 공산주의, 민중신학, 매판자본론 등 과격 좌파사상에서 상정하는 계급성과 기본적으로 통하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사회주의나 사회민주주의는 물론, 정체불명의 민중민주주의에 의해서도 치환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일부 좌파는 시대착오적이며 역사에 의해 실패한 체제임이 판명된 사회주의에 매료돼, 한국에서 이를 실현시키려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음으로 대한민국은 분단국이다. 영토조항은 이에 관한 근거가 되고 있다. 헌법 제3조 영토조항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영토조항은 남북한이 남남이 아니라는 것, 즉 국제법상 2개의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선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1991년 9월 이후 북한이 유엔에 가입했으니만큼, 우리도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여 국가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사실상 ‘2개의 한국’ 정책(Two Korea Policy)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로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분단국의 본질 때문이다. 우리마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게 되면, 남북한은 더 이상 분단국이 아니게 되며 국제법상 2개의 국가로 분열(분립)하게 된다. 이는 북한이 과거에 주장했다시피 분열적R28;반통일적 행위가 되며, 또한 스스로 통일의 당위성을 부정하는 것이 된다. 영토조항의 타당성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가적 법통성과 민족사적 정통성의 계승, 그리고 민주적 정통성의 확보에 있다. 그런 점에서 영토조항의 개폐에는 신중을 요한다고 할 것이다.
한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면서 단일국가(이는 불문의 헌법규범)이다. 따라서 노동자, 농민, 근로인텔리 등에 주권이 있는 북한과 연방제(낮은 단계 연방 포함) 통일을 추구할 수는 없다. 그러한 행위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일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찍부터 우리 사회의 좌파는 북한과 연방제 통일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는 우리 헌법체계 내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먼저 북한이 수령의 유일적 영도에 따라 움직이는 독재국가에서 민주공화국으로 변환되고, 동시에 우리 헌법이 연방제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지 않는 한 남북연방제는 법적으로 실현될 수 없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상의 사실에도 불구하고 수구좌파들은 사회주의 북한체제의 우월성 인정, 대한민국 건국의 정당성 시비,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신 결여, 민중민주주의 이념의 주창 및 확산 노력, 북한의 국가성 인정 주장(영토조항의 폐기 또는 전면적 개정), 북한 주도의 연방제 통일 찬성(혹은 그러한 주장에의 영합) 등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을 혼란시키는 위험한 행위라고 할 것이다.
제성호(중앙대 법대 교수)
출처 : Konas
저것도 법대 교수라고...제성호가 쓴 거는 패스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