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경선후보의 검증의혹과 불법 자료유출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의 고삐를 죄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12일 수사 방향에 대해 △이명박 후보의 차명재산 의혹 △(주)다스 자회사 홍은프레닝의 천호동 뉴타운 개발 특혜의혹 △불법자료 유출 의혹 등 3가지라고 공식화했다. 특히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 씨가 전국 47곳에서 사들인 부동산의 자금출처 추적과 함께 천호동 뉴타운 개발 사업과 관련해 서울시 공무원 등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 "이명박 부동산 의혹·불법자료 유출 모두 수사"
검찰은 13일 오후 2시엔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를 고소인 자격으로 불러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과 경향신문 고소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이번 주말까지 서울시 부동산 개발 사업 관련 인허가 담당 공무원 및 시공사 관계자를 계속 소환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이 같은 수사방침 천명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13일자에도 이 후보에 대한 의혹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 오히려 국정원 5급 공무원 K씨가 김재정 씨 부동산 기록을 열람했다는 내용, 법무사 직원 채모 씨가 이명박 후보 친인척 주민등록 초본을 떼어간 경위에 대해 1면 기사와 4면 또는 5면 전체를 동원해 보도했다.
-조선일보 : <국정원 직원 '이후보측 부동산 자료' 열람>(1면) <"6급이 혼자? 윗선이 지시했을 것" 국정원 관계자> <'이후보측 초본' 정치권 유입 수사> <"야 유력후보 자료 무방비로 새나가는데/국정원은 '중립' 운운 팔짱만 끼고 있나"> <"지난달 11일쯤 제보자 만나 초본 사본 받아봐">(이상 4면)
-동아일보 : <"국정원 5급직원, 김재정씨 부동산 조회">(1면) <열린우리 전당직자가 '초본' 건네> <6월13일 "이명박 부인 등·초본 본 적 없다"> <검, 이명박 자료 '제3자 유출' 가능성 추적> <김법무 "검찰, 범죄 전제없는 검증작업 옳지 않다">(이상 5면)
▲ 조선일보 7월13일자 4면
조선 동아 이 후보 의혹은 묵살…자료 유출경위 밝히는데 '올인'
이를 두고 일부 검찰 출입기자들은 지나치게 편향됐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의 한 법조담당 기자는 "아직 수사상황이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조선 동아가 상대적으로 이 후보 관련의혹을 잘 안다루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부동산 의혹을 집중 제기했던 경향신문의 강진구 법조팀장은 "조선 동아의 이런 보도태도는 '저널리즘의 본령'을 저버린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검찰은 12일 이례적으로 이 후보의 차명재산 의혹과 천호동 개발 특혜의혹, 불법자료 유출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후보에 대한 의혹과 자료 유출에 대한 의혹 중 수사에서 무엇이 본질인지는 웬만한 상식을 가진 언론인이라면 판단할 수 있다. 달을 보고 기사를 써야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고 기사를 써서야 되느냐. 이러다 검찰이 지난 2005년 안기부 X파일 수사 때 불법정치자금 제공 혐의는 밝히지 못하고 불법도청만 문제삼았던 것처럼 흘러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럴 때 적어도 언론이라면 의혹의 실체에 대해 수사를 제대로 하라고 촉구하고 감시해야 함에도 조선 동아는 이 부분을 외면하고, 불법유출에만 비중을 실어 보도하는 것은 유감이다. 저널리즘의 본령을 이미 벗어난 것이다. 실체를 밝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되지만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불법유출과 이 후보에 대한 의혹을 균형있게라도 다뤄야 하는데 조선 동아는 곁가지인 불법유출에만 주목하고 있다."
▲ 동아일보 7월13일자 5면
강 팀장은 이어 "지난 2002년 대선과정에서 언론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반성에 따라 이번 만큼은 제대로 보도해야 함에도 여전히 편파보도, 줄대기 보도 관행이 되살아나는 게 아닌가 두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선 동아가 13일자에 집중한 국정원 직원의 김재정 씨 부동산 기록 열람과 관련해 국정원은 "입맞에 맞는 것만 보도하고 일부 사실은 틀렸다"고 반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정원은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의 의혹제기 직후 한나라당 의원들이 항의방문을 한 9일쯤부터 내부감사에 들어가 K 씨가 김재정씨의 부동산 자료 열람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관계자는 "최종 결과가 나와봐야 아는 것이지만 현재까지의 조사결과 K씨는 적법절차에 따라 자료를 열람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 동아 보도의 기사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과 관련해 "6급 직원이라는 내용(조선 4면)도 틀렸다. 5급직원이 맞다. 또한 K씨의 상사였던 L 과장이 지시했거나 보고했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조선 4면)도 사실이 아니다. 또한 거래내역을 확인했다는 보도(조선 4면)도 사실과 다르다. 국정원 직원이 접근할 수 있는 행자부의 전산망에는 거래내역은 확인할 수 없게 돼있다. 토지 현황만 기록돼있다. K씨가 보고서를 열람한 시점도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주장한 2005년이 아닌 지난해 하반기이다"라고 답변했다.
▲ 경향신문 7월13일자 4면
그는 "특히 이 의원이 주장한 내용과 K 씨의 열람과는 무관하다"며 "분명히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조선 동아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쓴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당사자인 K 씨는 "열람한 것을 토대로 보고서를 쓰지도 않았고, 자료수집 단계에서 별다른 내용이 없다고 판단해 덮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쪽은 "K 씨의 말이 사실인지는 조사를 더 해봐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열람자료를 다른 용도로 활용했거나, 상부에 보고 또는 외부유출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K 씨가 왜 김 씨의 부동산 자료를 열람했는지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일상적으로 공직자 또는 사회지도층(재벌, 재산가 포함)의 비리첩보를 확인하는 정상적인 업무의 일환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