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무실 옆에 주차장이 있다. 보통 도회의 주차장이라하면 돈 많은 사람이 소유하고 주차료 받아서 짭짤한 재미를 보는 경우라 생각들겠지만, 6년여 사업(장사)하면서 이 주차장 주인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 적은 없다. 남루하다할 정도의 소박한 옷차림에 예의가 바르길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70넘은 노인이 항상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젊은 사람들로서는 민망할 정도다. 그런대도 아마 자신의 고객에 대한 예의를 다 한다고 생각하나 보다.
더러 술먹고 행패하는 젊은 넘들이 있으면 예의 이 주인은 따끔하게 나무란다. 술이 웬수라 젊은 넘들이 노인한테 군시렁거리기도 한다. 처음에 소개를 받고 월주차료를 계약할 때 저렴한 비용에 흐뭇해 했는데, 지금도 같은 금액이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주차장 복은 있나보다. 오늘이 월초(11.1)라 어김없이 내 차 옆으로와서 주차를 도와준다. 후방경보장치가 있고 사이드미러가 자동으로 내려가는 차라 과히 주차도움은 필요없는대도 주인은 다가와서 도와준다. 돈달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주차를 완료하면 그냥 가는 시늉을 한다. 그것은 주인이 돈 받는 일을 잊어서도 아니고 돈 안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주차료를 드리면 민망한듯 웃으며 '아이고 또 이렇게 돈을 주십니까'라고 인사를 한다. 아마 오랜 습관으로 돈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전형적 의리의 문화...랄까, 정의의 문화랄까, 염치의 문화랄까.
우리는 때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염치를 차리는 사람들을 본다. 물론 속으론 다 실익을 생각한다. 그러나 몸에 익숙한 자신의 스타일을 부지불식간에 없앨 순 없나보다. 염치라는 것...나는 세상을 살아오며 이런 걸 느낀다. 마누라와 자식은 품에 품는 맛이다. 고기는 씹는 맛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사회생활에서 염치있는 사람과 함께하거나 거래를 하면 그 또한 일품의 맛이다. 사회덕목에 평화, 사랑, 우정, 신의, 희생...등 많은 것이 있는데 염치있는 사람들의 향기가 제일 고소하다. 염치있는 사람들은 남에게 헤꼬지를 잘 하지 않는다.
지금 대선경쟁이 한창이다. 그런데 지지율 높은 사람들의 면면을 보자면 염치라고는 볼 수 없다. 누구 하나 자신의 과거를 사죄하고 화합을 구하며 바른 길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다. 대신 술수에 능하고 무슨 돈을 얼마나 벌게 해 주겠다는 사술로만 승부를 한다. 나는 늘 경제라는 것, 돈이라는 것은 사회가 올바르고 페어플레이를 하면 그저 충실히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비리와 부정이 만연한데 경제법칙으로 경제를 풀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염치있는 지도자들이 한국 사회를 이끌면 좋겠다싶다.
헤이룽쟝님의 생각과 제 생각이 모두 일치하지만 막상 개인의 이익과 관련된 선택의 기로에 서면 각자의 기준에 따라 합리화를 시키는것이 다반사더군요.
그런면에서 인간의 내면에는 2중적인 성격들이 있는것 같습니다.
쓰는글마다 사람 강동을 주시네요
ㅎㅎ 워낙 빠돌이들이 많은 공간이라, 사실 이런글 포기한지 오래됐는데 ,
님의 글은 지극히 인간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