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선주자들의 여러가지 정책들을 보는데, 오늘 아침 시사프로그램(라디오)에서 정동영의 영어정책을 듣고 가히 그 식견짧음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그의 정책 요약은, 문법위주의 대입시 영어과목 폐지, 전국에 공립 영어연수코스 신설 및 공인 영어자격급수 신설, 대입에 영어능력급수 반영이란다. (정확한 용어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저런 내용이다) 나는 이것 하나만 봐도 대통령이 될 자질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맥주 한 잔만 마셔도 그 회사 맥주맛을 대충 짐작가능하다. 한 병 다 마셔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집에 우동만 먹어봐도 대충 자장면과 짬뽕과 탕수육의 맛을 추측할 수 있다.
하물며 정책을 한다는 꼴이 그 식견의 천박함이 묻어나는 지라 나는 맹비난을 할 수 밖에 없다. English가 뭔가? 정의의 언어인가? 불의의 언어인가? 좌빨의 언어인가? 경상도민들을 위한 언어인가?
우리가 어떤 무언가를 기술하고 해설하고 교류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기준(표준)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나는 1돈을 수출한다는 의미로 1이라 기입했는데 미국넘들은 1파운드로 알아 들었단다. 곤란하네. 또...우주선을 띄우려고 제작을 하는데 영국넘이 1파운드짜리 부품을 사용했다는데 미국넘은 1Kg짜리로 알고 그 뒷일을 마무리했단다. 우주선 가다가 망가진데이~~
우리는 수많은 국가와 물건을 주고받으며 살 수 밖에 없다. 무역을 필수가 된 세상이다. 그런데 저마다 자기국가의 언어를 고집하면 곤란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영어가 좌빨의 언어이건 영남인의 언어이건 스코틀랜드의 언어이건 무관하게 그 영어로 통용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영어를 사용하고, 배우고, 익히게 된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영어를 많이 배운다. 만일 영어가 저 태평양 피지국의 언어라면 전혀 거들떠 볼 필요도 없다. 세상에 널리 통용되는 국제어의 표준를 배우는 의미이지 그게 멋진 언어이거나 학술적이거나 통상의 실생활에서 사용되어서가 아니다.
영어는 무역(교역), 학술교류, 신기술 흡수, 세상 소식, 제도의 참고, 현지사정알기 등등의 실용적 목적이 강하다. 무슨 말이냐 하면 여기 국내 활동하는 변호사가 있다치자. 이 양반에게 있어서 영어의 효용은 사실 굉장히 낮다. 심하게 말하면 중학교 정도의 영어실력이면 충분하다. 외국나가도 밥먹고 잠자는 생활영어 정도면 충분하지. 모자라면 바디 랭귀쥐하면 되고. 어느 한 기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직원이 영어를 잘할 필요가 전혀 없다. 바이어 접대와 신기술 개발, 외국 출장이 잦은 연구직, 현지 마켓팅 등 다 합해봐야 전 직원의 1/10 ~ 1/50에 불과하다.
보통의 사람들은 영어를 공부함에 독해가 가장 중요하다. CNN 사이트를 보면서 미국에서 이런 일이 진행되고 있구나라는 걸 아느냐 모르느냐(독해되나, 안되나)가 그 기준쯤된다. 또 대학생으로 치면 자신의 공부분야에서 외국 유명원서를 (단어찾아가며) 읽어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기준쯤 된다. 도무지 생활영어를 어디다가 쓴단 말인가? 자기 분야의 전문용어, 단어, 숙어가 훨씬 더 중요하다.
이렇게 뉴스의 감상, 현지사정의 파악을 위한 영자신문 독해 또는 자기 분야의 원서나 계약서류를 충분히 파악하는 독해...이런 것이 궁극적인 실용영어의 목적이다. 그런데, 시류나 세류에 휩싸여 조기영어, 영어유학, 생활영어를 주장하는 정치인이 있다니 그 목적이나 묻고 싶다.
언어는 모국어(한국어) 우선, 모국어와 관련있는 언어(한자, 일본한자) 우선, 차선이 먼 외국언어(영어)의 순이다. 그래야 온전히 언어체계가 잘 균형잡히고 군더더기나 부족함 없이 외국언어를 배울 수 있다. 한글(국어, 논설, 소설)도 재대로 이해 못하고 한자라고는 지 이름 밖에 못 쓰는 사람이 영어한다면 그거 보나마나다. 돈만 휴지통에 부지런히 버리는 짓이다. 언어능력은 모국어의 충분한 학습에서 전반적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조기영어, 조기 중국어 등은 상술에 속은 결과이며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누구의 상술인가?
영어산업은 점점 그 시장을 넓혀왔다. 쏟아지는 영어관련 졸업생들, 난무하는 시내 영어학원들, 지금은 영어원주민까지 합세하여 영어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급기야 유치원까지 그 시장을 확대하며(사실 영어전공자들의 밥그릇 확대) 어릴 때 부터 영어 안 가르치면 사회에서 낙오하고 외국도 못 나가고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 처럼 우기감을 부추긴다. 어리숙한 미시 엄마들은 그 상술에 속아 수십, 수백만원짜리 사교육을 시킨다. 내 장담컨대 그 영어강사들, 영어학습지들, 영어참고서들의 뒷 배경에 있는 영어산업 대주주들의 잇속만 챙기는 결과일 것이 뻔하다. 책, 테이프, 씨디, 비디오, 학원, 외국연수코스, 유학...이 모두가 하나의 범주인데 바로 영어산업군(群)이다. 이들의 서로간의 치열한 경쟁이 빗어낸 사회현상이 영어과열인 것인데도 대통령하겠다는 이가 멍청하게 이들의 논리, 상술에 넘어가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한가?
유치원에서부터 영어를 하지 않아서 우리나라 생활영어, 발음영어가 엉망이라고? 도대체 발음 좋으면 뭐할건데? 미국에 들락날락 거래하는 라티노, 저패니즈, 차이니즈 들이 영어발음이 유창해서 계약 잘 따낸다더나? 프랑스는 영어 못해서 자국어를 더 높히 치켜세운다더나? 발음이나 생활영어...그거 참 효용낮은 것이다. 기껏 여행할 때 그야말로 잠깐 쓰이다가 말지. 중요한 것은 여전히 전문용어, 단어, 숙어, 문법이다.
각종 계약은 문서로 되어 있고, 문서에는 전문용어가 쓰인다. 정보는 문서(싸이트이거나 종이신문)로 되어 있고 생활영어와는 무관하다. 고급정보는 문서(교과서, 논문, 학술지)로 되어 있고 발음영어와는 무관하다.
정동영이 추구하는 문법위주의 (이 자는 문법이 왜 중요한지 모른다) 영어과목을 폐지하고 공교육에서 영어과정을 신설해서 사교육의 폐단을 없애며 사교육비를 절감한단다. 문제의 근본을 모르는 말이다. 대학입시가 경쟁과정이면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사교육비를 지출하며 사교육이 범람하기 마련이다. 경쟁이 있는 곳에 과외가 있다. 말하고 듣기영어 연수코스는 새로운 스트레스로 아이들을 몰고 갈 것이며 이는 가장 효용낮은 생활영어에 머무는 값싼 외국물먹은 흉내내기에 불과하다. 그러고도 또 영어학원은 변이를 일으켜 영어능력급수 학원이 생길 것이다.
수준높은 문서영어를 하지도 못하는 싸구려 생활영어에다가 그마저 변종된 영어학원들의 난립으로(그 애들(영어출신 강사)도 자기들 밥그릇은 만들려하지 않겠나?) 사교육비는 그대로일 뿐. 참 한심한 안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원칙. 1. 과감하게 수업 시간을 줄여라. 수업은 효율이 15% 밖에 안되는 비효율구조다. 50명중 학교수업으로 재대로 학습효과 내는 것은 7.5명 밖에 안된다는 소리. 나머지 시간은 실습해라. - 엔진오일 갈기, 타이어갈기, 신문지공예, 빵만들기, 김치담드기, 그룹사운드 연습, 도라지와 인삼의 구분, 벼심기, 초보 무전기 조립...과감하게 이런 실습을 2배-3배 늘려라. 애들 중 천재성을 발휘하며 잘 하는 애들이 생긴다. 그리고 키워줘라.
원칙 2. 과목을 과감히 줄여라. 내 살면서 Na++Cl- -> NaCl 이 것 말고 도움되는 화학은 없더라. 무슨 복잡한 계산은 흥미있는 애들에게 시켜라 , 그래서
국어(15세기 국어같은 것은 축소하고 6하원칙에 의한 기사작성이나 올바른 표현하기, 사설의 비판 등을 강화)
국사(이거 빼면 지기삔다)
영어(지금처럼 해도 됨. 방식을 바꿔봐야 그게 그거)
수학(논리적 사고에 꼭 필요)
체육(이거 빼도 지기뿐다. 가뜩이나 뚱보들 이 시간만큼은 해야 한다)
과학(물리, 생물, 화학, 지구과학 중 1과목만)
예술(문예창작, 음악, 미술, 연주 중에서 1과목만)
정치경제사회(1과목으로 통합해서 가장 중요한(=현실적) 개요중심)
8개 과목으로 묶고 수업시간은 오전만 또는 점심 후 1교시만. 그 이후시간은 모두 위에 실습...선생은 던져주고 빠지기. 알아서 하게끔. 실습시간에 도망가면 지기뿌면 된다.
원칙 3. 졸업정원제. 우리나라 대학생들 정말 공부 안하제? 5-10% 선에서 자율로 더 뽑아서 기준을 넘지 못하면 졸업보류. 계속보류, 영원히 보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