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산에 산다. 정확히 말하면 사무실이 부산에 있다. 나는 바다인근 도시에 늘 살아왔다. 전라도에 있을 때도 군산, 장항, 서천을 헤매고 다녔다. 혹시 아시는 분 있는지 몰라도 군산-장항간에 도선장이라고 있다. 시큼한 비린내와 갈매기 소리, 그리고 저녁무렵, 군산발 - 장항착 여객선 위에서 보는 저녁놀이란...
송정, 기장은 부산의 동쪽에 위치한 해안 시골이다. 부산에는 해수욕장이 몇 군데 있는데 서->동 방향으로 다대포(해수욕장, 이하 略), 광안리, 해운대, 송정, 그 위로 일광...그렇게 된다. 광안리와 해운대가 도시인근형이라면 송정, 일광은 시골형 해수욕장이다. 나는 가끔 머리가 복잡하거나 사업상 (-)가 발생하거나 정의감에 의하여 울분이 치솟는 경우 또는 드라이브를 즐길 요량으로 해운대에서 달맞이 고개를 넘어 송정 바닷가를 즐겨 찾는다.
밤무렵 찾는 송정은 잔잔한 파도에 부서지는 달빛이 기가 막히다. 외국도 더러 가 봤지만 이런 맛은 느껴 본 곳이 별로 없다. 때론 물고기(숭어?)가 파다닥 하면서 치고 올라, 메롱~ 나 잡아봐라...하는 것 같아 흐뭇하기도 하다. 행여 쌀쌀한 바닷바람이 싫으면 길커피가 또 좋다. 비싸긴 해도 한 잔 구입하여 둘이 나눠먹으면 딱 좋은 양이다. 아마, 언젠가 협객 고독한지리산칼잡이씨도 이 송정을 자주 찾아 이 커피를 즐겼으리라. 때론 제일횟집(지금은 이전했음)에 들러 광어나 우럭을 시켜놓고 바다가 보이는 야경을 감상하며 박경리의 토지를 논해봐도 좋다. 주인 할마시가 무척 마음이 푸짐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여름에 송정을 자주 들락거리는 것은 의심받기 좋다. 왜냐면 늘씬한 20세 초반(아줌마는 너무 무서워서 별로임)의 OL 내지 대학생들이 반짝이는 크림을 바르고 왔다리갔다리하기 때문에 해수욕은 안 하고, 앉아서 뭘 감상만 하고있어?라는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 하지만 아가씨들 수영복맵씨 구경을 굳이 마다하지 않을 친구들이 있으면 저녁 4~6시경에 가라. 그 때가 제일 물좋다. 여름엔 약간의 바가지 때문에 짜증이 날 수 있다. 늘 마시던 커피가 갑자기 2배가 되니 뻔히 서로 아는 안면에 길커피 주인과 내가 서로 얼굴 마주하며 웃게 된다. 회도, 식당도 조금씩 비싸니...하긴 1년에 1번 대목인 장사라 전혀 이해 못 해줄 바는 아니다만...
겨울엔 주로 연날리기하는 애들의 천국이다. 5천원을 주고 연을 사들고 와서는 좋아라고 뛰어 다닌다. 오래 전에 잊은 연만들기를 생각해 본다. 종이도 좀 특별하고 대나무 쪼개서 붙히고 실을 연결하곤 했는데 대개는 동네에서 연을 잘 만드는 헤임한테 의뢰하는 게 낫다. 그런데 요즘 애들은 더 쉽게 5천원으로 해결해 버리니 편한 세상인지 어떤지. 겨울이면 꼭 빠지지 않는 광경이 하나 있다. 버버리 코트에 심각한 고민을 하는 척하는 사색형 인류들이 혼자 또는 많아야 2명이 해안가를 왔다갔다 한다. 천천히. 커피파는 아줌마가 다가가서 구입을 권하면 눈길 한 번 쓰윽 주고 다시 제 갈길로 가는 억수로 멋진 모습을 연출한다. 그러다가 사색형 인류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터지면 (구형인지 억수로 드드드 울린다) 그 땐 딴 모습이다. 완전 갱상도 발음에, 만나? 하하하 그래, 그래서...머라 카더노? 정말이가...그런다. 와아~ 기본 30분이다. 그 증거는 아까 왼쪽으로 가면서 폰 받고서는 한바퀴 돌고 오른쪽으로 가면서도 통화 중이니 말이다.
겨울의 별미는 묻지마라. 오뎅이다. 그 중에 고추가루친오뎅이 맛있고 일반 오뎅도 그런대로 괜찮으나 요즘은 과거의 통상적인 그 쫄깃함이랄까? 찐득함이랄까 이런 게 부족해서 정의롭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선거철만 되면 왜 후보들이 꼭 오뎅을 찾는지 모르겠다. 오뎅먹는 모습을 꼭 보이고야 말겠다는 집요함에 찬사를 보낸다. 그래, 너그 서민맞다. 서민 표 마이 받아라. 라면서.
고즈넉하던 송정시골이 차츰차츰 도회화되고 있다. 바람직하(지 못하)게도 모텔들이 들어서고 대실 만오천원이란다. 쩝. 낮에 저런데 들어가서 뭐하는 지 도통모르겠네. 아직 여자 손목 한 번 안 잡아 본 나로서는. KT건물도 크게 들어서고 간판의 불빛들도 마치 도심과 점점 닮아간다. 1980년대 부산 P모 국립대 우리꽈 헤임들과 기타 들고 와서 산자여 따르라...라고 외치던 때와 모습이 딴 판이다. 그래도 송정은 해운대에서 달맞이 고개 하나 넘으면 되는 가까이 있는 마음의 항구다.
아, 맞다. 해운대에서 달맞이 넘어 가다가 우측으로 빠지면 협소한 길을 지나 그 이름도 유명한 청사포가 나온다. 뭐가 유명하냐고? 에잉 왜 이러셔? 부산싸나이 최백호의 청사포 사랑도 못 들어 봤나베...그. 기. 이. 기. 다. 청사포엔 조개구이가 제법 맛나다. 역시...중국제겠지? 에효. 소주는 국산 맞다. 오사마, 구미에서만 활동하지 말고 부산에 오면 소주 한 잔 함세.
하지만 이전 대명 사칭하면 지기삔다.
글에서 풍류가 느껴지네요..
오사마와 오뎅을 적절히 섞어 가면서..
내일은 리버 쑹으로 바꿀래?
조선이름 써 이자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