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확끄는’ 새차는 없고… 지난 열흘 동안 국내 최대 전시장인 킨텍스(한국국제전시장)를 뜨겁게 달궜던 서울모터쇼가 8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막을 내렸다. 1995년에 시작해 올해 5번째인 서울모터쇼는 사상 최대 규모로 1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을 불러들이는 성과를 거뒀지만, 적지 않은 문제점도 드러냈다.
관람객 100만 불구 편의시설도 ‘엉망’
“개성·색깔 살릴 요소 접목을” 지적 ■ 모터쇼는 도우미쇼?=이번 모터쇼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주인공인 자동차가 아니라 아슬아슬한 옷차림의 도우미였다. 연방 셔터를 눌러대는 관람객들과 상당수 사진기자들이 초점을 맞춘 곳도 짧은 스커트나 수영복을 입은 여성 모델이었다. 17만명에 이르는 최대 인파가 몰린 지난 5일 어린이날, 자녀들과 모터쇼 전시장을 찾은 김성은(40)씨는 “천천히 돌아가는 원형판의 차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 야릇한 미소를 흘리는데, 이게 도대체 모터쇼인지 도우미쇼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세계 4대 모터쇼로 꼽히는 디트로이트와 프랑크푸르트, 파리, 도쿄 모터쇼에서 이런 ‘벗기는 도우미쇼’는 사실 기이한 장면이다. 하태응 르노삼성 부장은 “국제모터쇼에서 이런 퍼포먼스는 한마디로 넌센스”라고 꼬집었다.
이번 서울모터쇼에 동원된 도우미는 모두 500명을 넘는다. 현대차와 지엠대우 등이 40~50명씩 고용했고, 일부 수입차 업체끼리는 수준급 도우미를 데려오기 위해 서로 ‘몸값’을 올리며 뺏고 뺏기는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국내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뚜렷하게 내세울만한 기술이나 제품이 없으면 눈요기 거리로라도 집객력(관람객을 끌어모으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단골 수법”이라고 말했다.
■ “서울모터쇼만의 색깔이 없다”=이번 모터쇼의 주제는 ‘변화, 계속되는 놀라움’이었으나, 정작 놀라는 사람은 별로 없는듯 했다.
국제모터쇼답게 세계적으로 눈길을 끌만한 새 차다운 새 차와 최고경영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데다, 서울모터쇼만의 독특한 색깔을 드러내는 데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국제모터쇼의 위상은 대개 처음 공개되는 새차와 미래 자동차의 흐름을 가늠하게 하는 콘셉트카, 세계적 최고경영자들의 경영전략 등의 수준이 좌우한다.
서울모터쇼에도 22개 새 차와 20개의 콘셉트카, 하이브리드카와 수소연료전지차 같은 10개 친환경 자동차 등 211개 모델이 선보였지만, 이미 다른 나라에서 시판되고 있거나 선보였던 제품들이어서 김을 뺐다.
‘새 차 논란’은 서울모터쇼가 열리기 전부터 일었다. 하지만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조금만 성의를 보였다면 모양새는 갖출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을 남겼다. 실제로 현대차가 선보인 신형 그랜저는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 먼저 내놨고, 지엠대우가 출품한 대형차 스테이츠맨도 한달 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미리 공개했던 모델이다. 조직위 관계자도 “국내 완성차업체만이라도 새 차들을 서울모터쇼에 먼저 공개해야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 세계적 모터쇼로 발돋움하려면=조직위는 이날 폐막에 앞서 “모터쇼의 질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콘셉트카와 새 차, 최첨단 신기술 장착차량 출품업체에게 면적, 위치, 참가비 등에서 혜택을 주고, 국제포럼과 최고경영자 경영전략 발표회 등을 병행하겠다”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강철구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이번 행사를 질적 향상의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최 쪽의 말처럼 이제 막 10년째 맞은 서울모터쇼를 100년 안팎된 세계 4대 모터쇼에 직접 견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자동차 전문가들은 적어도 모터쇼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면서도 나름의 지향성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학 교수(자동차공학과)는 “서울모터쇼가 명실상부한 국제모터쇼로 발돋움하려면 외형적인 규모와 참가 인원 등 양적인 부분에서 나아가 자기만의 개성과 색깔을 드러내는 질적인 요소를 찾아내야 한다”며 “우리의 강점인 아이티나 디엠비 기술을 자동차에 접목하거나 한류를 가미하는 것이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한편 조직위는 이번 모터쇼에 100만명의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했으면서도 교통, 주차, 식당, 화장실 등 관련 대책은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이 때문에 어린이날과 휴일에 한꺼번에 몰린 관람객들은 표를 사기 위해 2시간 이상 줄을 서야 했고, 전시장 바닥에 앉아 점심을 먹는 가족 단위 관람객들도 부지기수였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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