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모습 보이려고 우리 그렇게 오래 머물러 있었는지...
그냥 처음볼때 지나치지 그랬어...
아니 내가 더 집착하지 말 걸 그랬나봐...
기억을 도려내는 머리라는 그 가위엔 눈물이 배여져 있어...
코끝에 생크림이 묻으면 닦아줄 순 있겠지만...
코끝에 노여움이 묻으면, 굳어진 나에게서 더 무엇을 해야만
너를 다시 내게서 떨어지지 못할 그 발걸음질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아무 기적도 바랄 수 없고...
어이없는 웃음도 숨기고 싶은...
따스한 봄 속 차가운 겨울을 우리 서로 맞이하고 있어...
그렇게 우린 멀어지다 점점 사라지다...
잔상중에도, 아주 보여지지 않는 그 소란한 먼지행렬 속으로...
우린... 그렇게 그 습성에 더는 벗어나지 않으려 하고 있어... 이제는 말야...
그래도 난 마지막 어느 미소하나를 그렇게 기다린다...
그 모든게 다 끝이라 믿었던 그 절망속에서...
기억의 꽃이 그렇게 피어나 있을 내일의 또다른 우리를 그렇게 기다린다...
본심이 아닌 채 우린... 그렇게 작별한 것이 맞다고...
그렇게 며칠을 살아도 견딜 수 없다는 그것 까지도...
지상의 모든 악의 기운을 다 받아 마셔본...
바로 그런 기분에서 탈출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햇살의 열쇠가... 내게로...
다시 멈춰서 받아 주겠다는 네가 그렇게 그 자리에서,
아무렇지 않은 그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을...
그래... 이건 다른 너와내게 주어진 아주 특별한 마지막 미련이 아닌,
다시 타오를 사랑의 불씨...
우린... 작별할 운명이 아니라는 얘기...
서로 못된 모습을 오히려 발견해서 후련했던...
서로... 내가 아닌 척 진지하게 연기했었던...
먼 훗날 오히려 웃음이 절로나올법한 바로 그런 이야기... 정말 얼마나 다행인 거야...
우리 여전한 따스함을 지켜내게 됐으니...
더욱 사랑하게 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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