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완전 시골깡촌 출신입니다. 어릴때부터 집에 소, 돼지, 닭, 영소, 토끼 같은걸 골고루 키웠습니다.
소와 개는 늘 키웠었는데, 이름도 없는 똥개는 늘 우리식구가 먹고남은 밥, 국, 잔반으로 식사를 제공했었고 너무나도 씩씩하게 잘 자랐고 기르는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4년전에 단독주택에 살게되어 진돗개 백구 한마리를 입양해서 키우기 시작했는데, 진돗개용 사료도 주고 우리가 먹던 음식도 주고, 족바집에서 얻어온 뼈다귀도 주며 길렀고, 백구도 사료보다는 음식을 더 좋아해서 그렇게 간간히 사람이 먹는 음식을 줘 왔네요.
지난 주 금요일 출근길에 저에게 배웅해주러 쭐래쭐래 오는 모습이 좀 이상하더니, 토요일 아침엔 사료도 않먹고 기운이 완전 다운되서는 한쪽 구석에 콕박혀 꼼짝을 안하더군요!
급히 차에태워 동물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하니, 신부전, 간부전, 심장사상충?까지 세개가 짬뽕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 입원결정 ...
다행히 차도가 있어서 백프로 몸상태가 회복된건 아니지만 수의사 선생님이 입원비 많이나오면 부담되실테니 밥은 먹기 시작했으니 데리고 가도 괜찮다고 하셔서 데리고 왔네요. 없는 살림에 병원비도 꽤 많이 나왔는데, 계산하고 데리고 오면서 백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유게에 개를 유기한 사건들을 보면서 "나쁜놈들" "몸쓸 인간들" 이라며 나스스로 지탄을 했는데, 동물병원에서 총 예상치료액을 들었을때는 사실 저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더 미안한건 너무 강아지 음식에 무지 했다는 겁니다. 선생님 말로는 개사료 외에 다른것을 주는 거 자체가 치명적이고 건강이 조금씩 조금씩 악화되는 원인이라고 하더군요.
이번 일을 계기로 크게 깨달은 것은, 키우는건 누구나 할 수 있다. 반려견이 아플경우 끝까지 책임질 마음가짐을 나스스로 가지고 있는가? 그만큼 반려동물을 사랑해 줄 각오가 되었는가?에 대해 되물어보고 신중히 결정을 해야겠다.라고 깊게 생각하게 되는 하루 입니다.
아무쪼록 백구 아직 불완전한 컨디션 이백프로 회복시키고 아직 네살이니 앞으로 15년은 더 건강하게 데리고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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