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마한 자영업을 3년째 하고 있습니다.
알바 4명 쓰는데 시급은 만원씩 챙겨주고 있습니다.
저랑 동종업계 사장님들은 이 일이 힘든일이 아니라면서 최저만 주거나, 최저를 주고 9시간 일시키는걸
식사시간 2시간 빼서 7시간으로 책정하고.. 그런 일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어릴때 당한게 많아서 재작년부터 지금까지 만원을 고수하고 있고, 경력이 더 있는 알바들에게는
12000원씩 주고 있습니다.
솔직히 지금 저희 장사가 안 되는 편이 아니라서 이게 유지가 되고 있는거지.
장사가 엄청 안된다면 저도 애들 시급을 9000원이나 8000원까지도 내렸을것 같습니다.
저도 어릴때 알바를 많이 해봤고, 최저도 못받으면서 사업주들의 별별 개소리를 다 들어봤습니다.
"편의점 일은 너무 편하니까 최저 줄 필요가 없다"
"피시방 일은 할 게 없고 너는 경험이 없으니까 최저는 못주겠다 싫으면 딴데 알아봐라"
이걸로 노동부에 신고도 해서 돈도 돌려받아봤고.
어린 나이에 아버지까지 데려가서 피시방 사장하고 담판도 해봤고..
우리나라에 진짜 씨발새끼들.. 좆도 안되는 새끼들이 사장이랍시고 다니는 새끼들 많은거 사실이라 봅니다.
다만 제가 조그마하지만 사업을 하고, 저희 아버지도 5년째 프랜차이즈 카페를 하십니다 (ㅇㄷㅇ커피)
그러다 보니 느끼지 못하고 보지 못했던 부분이 보이는게 있어서 몇 가지 써보려 합니다.
저도 제가 자영업 굴리기 전까지는 이런 부분이 있다는걸 전혀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1. 월세 상승+보증금 상승+보증금 안전도의 문제 = 건물주와 은행 문제
- 우리나라의 건물주들 진짜 문제 많습니다. 어지간한 얘기는 보배에도 많으니까 생략하겠습니다.
일단 월세가 너무 비싸고요. 장사가 잘 되면 작게는 10만원, 20만원, 많게는 거의 10%까지 세가 올라갑니다.
이 부분은 사업주가 뭐 할 수 있는게 없고요.
지역에 따라 법이 다르지만, 건물주가 나가라고는 못합니다. 근데 계약 연장할때 월세랑 보증금을 올려버려요.
특히 월세도 월세지만 보증금...
건물주 중에 자기도 돈이 없다면서 보증금을 작게는 1000만원, 많게는 3000까지 올리자는 경우도 주변에 많이 봤습니다.
뭐 뉴스나 다큐에 나오는것처럼 보증금이 1억인데 갑자기 2억으로 하자 이런거는 못봤는데.
1억을 1억 3천으로 하자.. 이런 일은 심심찮게 일어납니다.
나가도 상관없고, 너 말고 여기서 장사할 사람 많고, 솔직히 여기 내가 하고싶으니 너는 좀 나가줬으면 좋겠고.. 의
완곡한 표현이죠. 이러면요.. 아무리 장사 잘해도 돈이 나갈때 진짜 훅훅 목돈으로 나가버립니다.
어차피 보증금은 다 니가 나갈때 찾아갈 돈 아니냐? 사업주 너의 돈 아니냐? 그건 참 순진한 소리인게..
돈이 내 통장에 꽃혀야 내돈입니다.
만약 건물주 새끼가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60% 땡기고.. 은행에서는 담보 잡고.. 전세권 설정 사업주한테 잘 안해줄라하고..
이러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경매에 넘어가거나, 은행이 돈 다가져가고 나는 후순위라 돈 1000만원도 못 가져가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결국 사업주는 좆빠지게 고생해서 장사하고.. 건물주는 월세 받아먹고 건물 담보잡아서 은행에서 대출받아서 또 돈놀이하고..
은행은 이자 따박따박 받아먹다가 일 터지면 담보 잡아가고..
사업주는 자기 돈 천만원이라도 찾아보겠다고 본의 아니게 평소엔 관심도 없었고 적성에도 안맞는 '투사'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사업주는 철저하게 '을'이죠.. 내가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 때려치우고 그만둔다? 나간다? 그러면 그 건물에 대한 '원상복구' 비용이라는게 있습니다.
건물에 김밥집을 차리든 독서실을 차리든 인테리어 해놓은거.. 다 뜯고, 철거하고. 그 비용은 사업주가 다 물어야 합니다.
평수마다 차이가 있으나 저희 가게같은 경우는 천만원~이천만원 철거 공사비 부담을 생각해야 합니다.
건물주는 이 과정에서 아무것도 손해보는게 없어요.
건물주한테 돈 빌려준 은행도 아무것도 손해 안봅니다. 오직 아침부터 밤까지 뼈빠지게 장사하는 사람만 손해봅니다.
이거 진짜 좆같은거에요. 무슨 일이 터지면, 하여간 손해는 다 제일 몸으로 뛰는 내가 봅니다.
이래서 조물주위에 건물주란 소리가 나오는겁니다.
2.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 문제
- 이 문제도 진짜 존나게 심각합니다. 뉴스에서 많이 보셨을테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만.
그래도 예시를 들자면.
예를들어 '김밥지옥' 이라는 프랜차이즈가 있고 내가 가맹점주입니다.
그러면 여기 간판을 걸고 김밥을 마는 대신, 재료를 다 여기 김밥지옥 본사에서 사야해요.
그러면 우리 생각으로는 당연히, 내 루트로 사는 단무지보다는 여기 본사 단무지가 더 싸거나. 질이 좋아야 합니다.
근데 그게 아니라는거에요..
내가 아는 식품 도매상 김사장님하고 거래하면 더 좋은 단무지를 더 싸게 사는데..
본사에서 제공하는 단무지는 더 구리고 더 비싼겁니다.
이런식으로 본사가. 평균적으로 가맹점 매출의 20~30%는 재료비 명목으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달에 1000만원 찍었다 쳐도, 200만원은 그냥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져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겁니다.
앉아서 그냥 돈버는거에요. 그렇다고 내가 살아보겠다고 몰래 김사장님한테 단무지 샀다 걸리면 바로 계약 해지에
위약금에... 시발.... 그외에 시즌마다 인테리어, 광고비 지출 등 본사에서 이것 저것으로 가져가는게 한 두개가 아닙니다.
건물주보다는 덜한데, 그래도 진짜 너무하다 싶을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프랜차이즈부터 때리고 나섰을까요? BBQ치킨 하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 음료. 먹는 빵.. 등등.. 한 두개가 아닙니다.
역시나 이 문제에 있어서도 사업주는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습니다.
3. 세금 및 관리비(전기세, 수도세 등) 문제
- 이건 장사하면 번 만큼 세금내고, 관리비도 쓴 만큼 내는게 맞습니다.
여기에 불만가지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사실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죠. '비용부담'이라고 해야겠네요.
우리나라는 사업용 전기가 저렴한 편이니까요.
근데 당연한거지만, 이 비용 부담에 있어서도 사업주는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습니다.
(하면 안되겠죠.. 탈세가 될테니까...)
4. 결론
- 돈 번만큼, 돈 낼 일이 있으면 내야 합니다.
알바가 열심히 하느냐? 경력이 있느냐? 일이 편하냐? 이건 최저시급을 못 지킬 명분이 안됩니다.
이렇든 저렇든 가게 하나라도 갖고 있는 사장인 나보다, 알바들은 더 사회적 약자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지금 물가를 감안하면 최저 시급은 8,000원 정도는 되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약한 사람의 권리가 더 우선적으로 지켜지는것이 사회적 평등에 가깝다고 봅니다.
근데... 내 가게 하나라도 갖고 있는 사업주, 가맹주도 알고보면 사회적 약자일때가 많습니다.
지금 이 나라는 '강자에게 착취당하는 약자가 또 다른 약자를 착취하게끔 유도하는' 구조라고 보여집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상황에서 사업주가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있는건' 자기 밑에 있는 직원의 임금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쌍놈이 되어가면서.. 온갖 궤변을 다 늘어놓고.. 자기보다 어린 아들뻘 조카뻘들의 임금을 후려치는..
개씹새끼들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를 감안하면 최저시급은 상승되는게 맞았지만..
건물주 / 은행 / 세금으로부터 아무런 방어권이 없는. 상황 컨트롤 능력이 없는 사업주는..
장사가 잘 되면 참 다행인데... 원상복구 비용과 위약금마저 없어서 정말 생계형으로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사업주는.. 그래도 나와 내 가족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에..
나보다 약하고 힘없는 알바들을 후려치고 쥐어짜는거죠... 자의반 타의반으로 개새끼가 되는 경우입니다.
저도 지금 장사가 좀 되서 시급 만원, 만이천원짜리 알바들을 넷이나 굴리고 있지..
안 되면 애들 시급을 8000원대로 깎거나.. 그래도 안 되면 알바의 고용 인원수를 줄일거 같습니다.
이 부분만이 거의 유일하게 제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저시급이 확 늘어나면 실직자가 늘어난다는거.. 저는 일리있다고 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하여 사업주, 특히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방어권을 좀 향상시킨 다음에 최저시급을 올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저시급이 올랐다니까 본사의 재료비를 5~15%까지 깎아준 빽다방 백종원씨는..
참 보기 드문 착한 본사라고 생각됩니다.
이 나라 건물주들이야 같이 살자.. 그런 인간들이 거의 없으니까...
그런 본사들이라도 좀 늘어나면 좋겠네요.
이렇든 저렇든 다 같이 살아야하니까...
찬성론자의 대부분은 고용당하는 노동자
반대론자의 대부분은 고용을 하는 고용인의 입장일겁니다.
현재까진 이 둘의 줄다리기를 하면서 티 안나게 중립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간달간달하게.
이게 지금 한쪽으로 확 쏠리면서 고용인의 입장이 굉장이 난처해졌다는겁니다.
못줄거면 장사하지마라 아님 사업접어라라고 말할수 있습니다만.
올려줄 형편이 안돼니 고용인의 수를 줄이겠다도 맞는말입니다. 이 둘의 상생이 없다면 줄의 형평성은 한쪽으로 무너지는겁니다.
둘다 맞는 말인데. 알바 수를 줄이는게 가게 문을 닫는거보다 고용당하는 노동자 입장에서도 좋을겁니다. 그러니
입터졌다고 아무렇게 써넣는건 좋은데 그래도 인격적 모독은 하지 맙시다.
지금은 영세업자와 근로자의 싸움이 되어 버렸네요 ㅠㅠ 대기업에서 낙수효과가 없이는 이 모든게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죠...
없는 사람들끼리 적은 정해진 파이로 싸움을 하니 해결이 안나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됩니다..
문통령이 하나씩 잘 풀어나가야 하겠죠..
결국 재벌이 문제입니다.
둘 중 하나는 해야 됨
길가다 안사먹고 외식안하는사람없지요..
결국 대다수의 근로자나 알바들이 소비를 계속 해줘야 돈이 돌텐데...
대기업 중견 중소 소기업 영세사업자 들이 조금씩 나눠서 이윤 격차를 줄이고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중소기업 근로자 및 알바분들 급여차이가 줄어서 더불어 나누고 더불어 소비하는 그런 경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그 심정 십분 이해합니다.
힘드시더라도 알바분들 끝까지 잘 살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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