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룹의 멤버가 9명만 돼도 팬이 아닌 대중에겐 이들이 몇 명인지, 각자의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하기가 어렵다.
하물며 멤버 수가 42명이나 되는 그룹이 있다면 어떨까. 아무리 열성적인 팬이라도 42명의 얼굴과 이름을 술술 외우려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암기력도 필요할 것이다.
일본 소녀그룹 'AKB48'은 멤버 수가 현재 42명에 이른다. 일본에선 2005년 108명의 모델, 트랜스젠더, 포르노 배우가 속한 '108 본노가루즈(번뇌걸즈)'라는 그룹이 나온 사례가 있어 AKB48의 멤버 수가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108 본노가루즈는 엄청난 숫자를 내세운 일종의 프로젝트 그룹으로 단기간 활동했을 뿐이다. 모든 멤버가 함께 무대에 선 적도 거의 없어서 그룹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AKB48은 108 본노가루즈와는 달리 2005년 데뷔한 뒤 꾸준히 활동하며 일본의 대표적 여성 아이돌그룹으로 성장했다.
▶ 만나러 갈 수 있는 '극장 아이돌'
AKB48은 2005년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이라는 컨셉트를 내세워 데뷔했다. 팬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동네 친구나 여동생을 만나는 것처럼 이들을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이 그룹은 데뷔 당시부터 도쿄의 번화가인 아키하바라(秋葉原)에 마련된 전용극장 'AKB48극장'에서 거의 매일 공연을 진행해 왔다. TV나 콘서트 등 한정된 무대에서만 이들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무 때고 이 극장을 찾으면 멤버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AKB48의 팬들은 앳된 소녀인 신인 아이돌이 공연을 통해 무대 감각과 실력을 다지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볼 수 있었다. 공연과 함께 '악수회'도 꾸준히 개최해 멤버들이 팬과 직접 만나는 기회를 자주 마련하며 '1대1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했다.
특히 악수회는 AKB48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2008년 8월엔 도쿄 오사카(大阪) 나고야(名古屋) 후쿠오카(福岡) 등 일본 전국 4개 도시를 순회하며 악수회를 개최했고 인기가 높은 일부 멤버는 6시간 동안 팬들과 악수하는 이벤트에도 참가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AKB48은 TV에나 나오는 스타 이미지에서 벗어나 팬들의 손을 잡고 어울려 노는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2000년대 중반까지 일본 여자 아이돌그룹의 대명사로 불리던 모닝구무스메가 음반, TV, 사진집 등 매체 활동에 주력하던 운영 방식과 차별화한 것이다.
또 AKB48극장에는 이들과 관련된 상품을 판매하는 전용매장 '48's Shop'을 개설했다. 지금은 온라인 쇼핑몰도 운영하면서 각 멤버의 상품화를 통한 수익 창출과 함께 그룹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도 얻고 있다.
멤버들의 소식을 시시각각으로 전하는 블로그 역시 AKB48이 인기를 얻게 된 주요 비결이다. 팬들은 소속사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는 정보 대신, 멤버들이 블로그에 남긴 글과 사진을 접하며 AKB48을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블로그는 AKB48이 소녀그룹이지만 여성 팬을 확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TV에 나와 예쁜 척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 멤버들이 블로그에 나름대로 개성을 살린 패션 감각을 자랑하며 유행을 선도한 것이다. 같은 또래의 소녀들은 이 같은 게시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자연스레 AKB48의 팬으로 흡수됐다.
AKB48은 전용극장 무대와 악수회, 블로그를 중심으로 팬을 확보해 가면서 정상을 향해 한 계단 씩 발돋움했다.
그 결과 2007년 NHK의 연말 가요행사인 '홍백가합전'에 참가했고 2009년 11월엔 15번째 싱글 'RIVER'가 데뷔 4년 만에 오리콘 주간차트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2009년 8월 일본 가수들 사이에서 '꿈의 무대'로 불리는 부도칸에서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유지할라믄..돈이..어후...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