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차량 번호가 찍혀있네'
자칫 미해결 사건으로 남을 수도 있었던 뺑소니 범죄가
자동차 공업사 사장의 날카로운 눈썰미와 경찰의 끈질긴 수사로 실체를 드러냈다.
4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2시께 광주 한 자동차 공업사 사장은 정비소에서
뺑소니 추돌 사고를 당해 뒤범퍼가 파손된 검정색 승용차를 수리하고 있었다.
도색 사전 작업을 하려던 순간 사장의 눈이 번뜩였다.
뒤범퍼 번호판 왼쪽에 가해차량 번호로 추정되는 숫자 3개를 확인한 것.
사장은 곧장 뺑소니 사고 피해자인 A(47·여)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A씨는 이 사실을 북부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에 알렸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오후 9시께 광주 북구 두암동 편도 1차선 도로에서
뺑소니를 당한 A씨 신고로 수사를 벌이고 있었다.
경찰은 야간시간대 빗줄기가 쏟아진 날 발생한 사고로 용의 차량을 특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용의 차량이 단종된 차종(세단)과 검정색인 것을 확인했지만
사고장소 주변 방범용 CCTV 4대에서는 차량 번호를 전혀 식별할 수 없었다.
주변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지워진데다, 도주 경로를 본 목격자도 없었다.
다만, 용의 차량이 사고 장소와 1~2㎞ 가량 떨어진 아파트 앞 교차로로 향한 점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 '가해자가 몬 것으로 보이는 차량의 번호판이 찍혔다'는
소식을 들은 경찰은 공업사로 향했다.
숫자 3개 중 2개가 확실하다고 판단, 교통범죄 추적 시스템에서 차종·구역과 번호 2자리를 조회했다.
이후 좁혀진 용의 차량의 이동 경로를 분석, B(50)씨가 사고를 내고 달아난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의 추궁에 자백한 B씨는 "A씨 차량이 3m가량 밀렸는데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했다.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경찰은 B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
B씨는 교차로 앞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A씨의 차를 뒤에서 들이받아 부상을 입혔다.
B씨는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보험처리를 해주겠다'고 A씨를 속였다. 3분 뒤 차를 몰고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차량 범퍼에 있던 빗물이 마른 뒤 햇빛에 노출되면서 남겨진 번호를 찾을 수 있었다"며 "수리 전 꼼꼼히 살핀 공업사 사장의 공이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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