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에대한
고일석씨 분석글 펌
1.
지난 주부터 당 안팎의 민주당 '관계자'들을 여럿 만나봤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당 밖의 관계자들은 이재명 대표의 사심이 개입된 공천이라고 보는 쪽이 많았고, 당 안쪽의 관계자들, 특히 공천 실무에 가까운 관계자일수록 당 대표가 개입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이번 공천의 핵폭탄 역할을 하고 있는 의원 평가의 경우 당과 물리적 거리가 멀수록 100% 친명 공천을 위한 공작이라고 여기고 있었고, 그 반대일수록 평가위가 독립적으로 작업을 진행한 것이어서 당 대표가 통보 직전 결과는 볼 수 있었어도 평가에 관여할 수는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두 쪽 다 눈에 보이게 제시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그러나 결과로서 친명 공천, 비명 배제라고 주장할 소지는 있다고 생각된다. 근거가 없어도 그렇게 주장하고 그렇게 믿는 것도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일부 당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불공정 공천이라고 믿고 있는 가운데서 선거를 치러야 한다.
2.
친명 공천이라고 주장하는 사람과는 길게 얘기할 게 없었지만, 시스템 공천이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할 얘기가 많았다.
"그전 같으면 당 대표가 결과를 받아보고 감점 받은 의원들 중에 반대파 의원들이 눈에 띄면 그쪽 대빵을 불러다가 어떻게 조정을 하기도 했을 것이다. 저쪽에서 바라는 것도 그런 것일 테고.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 아니냐."
그러나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도 아쉬움이 컸다. 반발을 피할 수는 없어도 최소화시킬 수 있는 길은 있었는데 그런 전략이나 배려가 전혀 없었다는 것.
의원 평가제도는 문재인 대표 시절 2016년 선거를 앞두고 김상곤 혁신위가 만든 제도다. 하위 20%는 감점이 아니라 아예 컷오프시키는 방식이었는데, 그때는 제 발 저린 의원들이 미리 다 탈당을 해버려서 이로 인한 잡음은 거의 없었다.
2020년 선거 때는 1월에 평가가 끝나자마자 당시 사무총장이 전화 통보가 아니라 해당 의원들을 차례로 직접 찾아가 결과를 알려주면서 위로도 하고 설득도 하고 했었다. 이번에는 공관위원장이 심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전화로 통보를 했는데, 임혁백 위원장 스타일로 봐서 (본인은 나름대로 곱게 얘기한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공손하게 전달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재명 대표가 김영주 의원 탈당할 때 페북에 올린 글 정도의 분위기만 계속 유지했어도 조금 나았을 텐데, 백브리핑을 자청해 너무 단호하게 '시스템'만 강조하는 통에 해당자들의 심정적 반발을 더 키워놨다.
"대통령 하면 잘 할 사람"
이재명 대표와 개인적 인연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얘기를 했다. 칭찬이지만 칭찬이 아니다. 공무원들을 쥐락펴락 하면서 해야할 일을 해내는 것은 정말 잘 하지만, 여의도 정치에 속하는 당 대표 역할, 즉 어르고 달래고 한데 엮어서 끌고 나가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는 얘기를 그렇게 하는 것이다.
3.
의원 평가에 대해 나는 당 대표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더 믿는 쪽이다. 그것을 전제로 한다면, 이 대표 단식과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합리적인 해석이다. 사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당원 평가와 국민여론, 동료 의원 및 당직자들의 다면 평가는 1,000점 가운데 230점을 차지한다.
특히 다른 부분들은 모두 절대평가인데 이 부분은 상대평가다. 즉 정량평가는 말할 것도 없고, 정성평가라는 것도 절대평가라서 점수차가 근소할 수 있지만, 당원, 국민, 다면평가는 상대평가라서 빵점 받는 사람과 100점 받는 사람이 반드시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점수차가 벌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내가 봐도 억울하게 유탄을 맞은 의원들도 있긴 하지만, 이처럼 사태 당시의 처신에 대한 동료 의원, 당직자, 국민, 당원의 평가가 크게 작용했다면 의원 평가는 대체로 잘 된 평가 결과라고 생각된다.
사태 당시의 처신을 친명 비명으로 갈라서 친명끼리는 잘 봐주고, 반명 비명은 점수로 폭격을 하고 그렇게 했다는 게 보수언론과 불이익을 받은 의원들의 주장인데 친명 비명 가르는 것도 웃기는 얘기지만, 그렇게 가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친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의원군이 그렇게 집단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을 만큼 많지 않다.
그보다는 가결파들 하는 꼬라지가 동료 의원과 당직자들, 그리고 국민들과 당원들이 보기에 가당찮았다는 것이 평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의원들 입장에서도 아주 이갈렸을 것이다.
2015년에 그랬다. 당시 민주당 의원이 127명 정도였는데 난리법석을 떨고 국민의당으로 떠났던 의원들 말고는 다른 의원들은 더 시끄러워질까봐 침묵하고 있었을 뿐 모두 문재인 대표를 지지하면서 소위 비주류들에게 이를 갈았었다.
진짜 억울한 의원들이 분명히 있지만, 비명횡사를 외치는 몇몇은 날려버려 마땅한 존재들이다. 물론 내 기준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절대로 동의하지 않을 쪽도 있겠지만, 나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이번 평가 결과는 매우 합당한 것이다.
4.
2012년 선거와 유사하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정 부분 그에 동의한다. 그때 공천도 망쳤고 선거도 망쳤다. 공천을 망친 것이 선거를 망친 것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때 공천은 누구를 잘라내서 망친 게 아니라 오히려 누구를 너무 감싸서 망쳤다. 한명숙 전 총리는 여러 모로 훌륭한 분이시지만 당시는 운동권 누나와 여성계 언니로서 운동권과 여성계의 동생들을 너무 챙기는 바람에 공천을 망쳤다.
공교롭게도 그때도 임종석이 말썽이었다. 지금과는 반대로 그때 임종석은 억울했다. 보좌관이 돈을 받은 걸로 기소됐지만 공천을 강행했고, 일이 시끄러워지자 출마를 포기했는데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기소 사실만 가지고 공천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반대한다.
전에도 짧게 썼지만, 나는 임종석 공천 반대지만, 줘도 그만 안 줘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거꾸로 얘기하면 줘도 문제, 안 줘도 문제라는 얘기다. 이제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안 줘서 생기는 문제를 감수해야 한다. 임종석 전 실장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얘기지만, 억울한 쪽이든 괘씸한 쪽이든 이렇게 인생이 민폐인 존재는 처음 봤다.
5.
결국은 패배했지만, 지난 대선 선대위는 우상호 의원이 선대본부장을 맡으면서 그런대로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완전 아사리판이었다.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가 아니더라도 대선 때 있는 대로 깽판 쳤던 자들이 지금 와서 무슨 친명 비명 가르면서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게 가소로울 뿐이다.
대선 때와 비슷하게, 김민석 의원이 상황실장을 맡으면서 그래도 뭔가 갈피를 잡아나갈 것 같은 기대를 가지게 한다. 특히 대선 때 난동부리던 자들도 만약 공천을 받으면 지들이 당선돼야 하니 난동부릴 일이 없을 테고, 밖에 나가서 떠드는 것들이야 신경 쓸 것 없다.
2012년과 다른 또 하나는, 어쨌든 어떤 이유로든 낙관론을 가지기 어려운 지형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게 민주당으로서는 정말 약이다.
당원이 선택한 대표가 공천을 하는게 그리 이상한건가?
이해찬도 컷오프 당하고도 당당히 돌아오겠다하고 돌아오지 않았나?
갠적으로 문파니 뭐니 떠드는데... 이전부터 그런 파벌은 없었던거 같은데...
유독 이번 이대표땐 말들이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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