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 부터 11년 전인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수능을 친 직후 였으니 딱 이맘때 정도가 되었으리라~~
수능을 마치고 친구와 난 포항으로 놀러 가기로 했다.
나와 같이 놀러 가기로 한 친구의 별명은 노땅 이다.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녀석은 아주 아주 삭아 보이는 인상의 소유자 였고..
고등학생 답지 않은 주름과 그리고 할아버지의 몸매 처럼 외소하고 깡 말랐으며..
거기다 항상 등을 약간 구부리고 다녔었다.
오죽했으면 선생님들 조차
노땅을 때릴 때엔 "어르신을 어떻게 때립니까?"라는 농담을 할 정도였다.
당시에 포항으로 놀러 가기 전에 노땅의 패션에 대해서 말해 보고자 한다.
노땅은 수능을 치자 마자 미장원에 가서 핑클 파마를 하였는데..
파마가 완전 아줌마 파마처럼 꼬불꼬불한 상태였다.
거기다 기지바지(양복바지)에 검정 폴라티.. 가죽잠마를 입고 있었다.
노땅은 터미널에서 포항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터미널 실내의 한쪽 공간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마침 지나가는 경찰이 노땅을 보고야 말았다.
당시엔 어려서 경찰옷만 입으면 모두 경찰인줄 알았다.
아마 지금은 순경이상의 직업 경찰이기 보단 아마 의경이 아니었나 생각이 된다.
암튼 경찰이 다가와서는 "아저씨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하셨으니 과태료를 내셔야 합니다."
노땅 "경찰 아저씨 제발 한번만 봐주세요"
경찰 "아저씨 왜그러세요.. 봐줄 수 없습니다."
노땅 "아저씨 제발요.. 제발 한번만 봐주세요.."
경찰 "그럴 순 없습니다."
노땅 "아저씨 제발요.. 이거 아버지 알면 맞아 죽어요.. 제발요.. 제발.."
경찰 난감을 표하면서도 꿋꿋하게 봐줄 수 없다고 한다.
경찰 "절대 안됩니다. 지금 금연장소에서 흡연을 하셨습니다."
노땅 "아저씨 제발요.. 제발.. 제발.."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딱할 정도로 노땅은 비굴하게 빌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모두 쳐다 보고..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노땅과 경찰을 보고 있었다.
모두 경찰이 이길것인지.. 노땅이 이길 것인지를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경찰의 태도가 워낙에 완강하자..
노땅은 큰 결심을 하게 된다.
당시 노땅 아버지는 정말로 무서운 분이셨다.
노땅이 항상 아버지를 "아버님"으로 부르면서 극존칭을 쓸 정도로 아주 무서운 분이셨다.
물론 노땅이 항상 맞을 짓을 골라가면서 하였지만..ㅋㅋ
노땅은 아버지에 대한 공포감인지 몰라도...
경찰의 바지가랑이를 잡고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욱 더 비굴하게 빌기 시작했다.
노땅 "아저씨 제발요.. 제발 한번만 봐주세요..네??"
경찰은 크게 당황한듯 했고..
사람들이 막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차마 죽을 때 까지 잊을 수 없는 한마디를 날리기 시작했다..
그 한마디로 인해서 나는 평생 노땅을 놀릴 말을 가지게 되었으며..
고등학교 동창들 사이에서는 전설적인 말로 통하고 있으며..
노땅이 학교를 졸업하고도 동창들 사이에서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경찰은.. 크게 당황한 듯... 노땅을 일으켜 세우면서..
경찰 "아저씨.. 자식뻘 되는 사람에게 이게 무슨 짓입니까????"
자식뻘 되는 사람에게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 얼마나 충격적인 발언인가...
그러나 그대로 밀고 나갔어야 하는데..
우리는 너무 순진했었다..
노땅 역시 그 말을 듣고 크게 당황하였고..
노땅은 경찰의 손을 잡고 일어나면서..
노땅 " 자식뻘요??? 아저씨 저 고등학생인데요.."
경찰 "네?? 아저씨 아들 말구요..."
노땅 "제가 OO고등학교 다니는 학생인데요.. 수능 치고 친구랑 놀러 갈려고 터미널에 왔어요.."
경찰 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은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고..
경찰은 큰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지켜 보는 나만 웃음을 참느라고 혼났다..
경찰은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경찰 "혹시 신분증 있나요??
노땅 "여기 주민등록증이 있습니다."
경찰 "한번 봅시다... 뭐야~~ 77년생이잖아...(당시는 95년도 11월)"
노땅 "고등학생 맞다고 했잖아요.."
경찰 "아니 고등학생이 터미널에서 담배를 피워~~ 이 놈 이거 미친놈 아냐... 야이 자식아.. 절대로 못봐준다..."
결국 스티커를 경찰은 엄청나게 화를 내면서 끊어버렸다..
노땅은 경찰이 화를 내자 더이상 봐달라는 말도 못하였고..
당시 포항가서 놀려고 가지고 왔는 돈으로..
노땅은 아버지 알면 죽는다며 과태료 고지서를 가지고 근처의 은행으로 가서 납부를 하였고 결국 포항으로 놀러 가지 못하였다..
노땅은 그래도 아버지 몰래 과태료를 납부해서 다행이라며 좋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