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 김정기 행정팀장은 “저 버스는 오늘 운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메트로버스는 중랑차고지를 사용하는 두 개 노선과 강동공영차고지를 이용하는 세 개 노선 등 다섯 개 노선에 일반버스 136대, 굴절버스 5대를 운행 중이다. 문제의 굴절버스는 260번. 김 팀장은 “260번 세 대의 굴절버스 중 매일 한 대는 운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강동차고지를 이용하는 두 대의 370번 굴절버스 중 한 대는 매일 세워둔다. 김 팀장은 “굴절버스는 고장도 잦은 데다 수입차다 보니 한 번 고장 나면 부품을 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가급적 세워둔다”고 말했다. 메트로버스가 차량 고장에 대비해 세워 두는 예비 차는 6대. 예비 차의 3분의 1이 굴절버스인 셈이다.
2004년 7월 대당 5억6000만원의 거액을 주고 수입한 서울시 굴절버스가 차고지에서 썩고 있다. ‘서울의 명물’이 될 거라는 기대 속에 도입된 지 4년여 만에 버스회사가 외면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것이다. 모두 20대가 도입된 굴절버스는 운행 직후부터 도로 여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잦은 사고와 고장 등 문제점을 드러냈다.
서울시는 올해 안으로 처리 방안을 확정짓고 내년 초 굴절버스를 ‘퇴출’시킬 계획이다. 서울시는 버스회사가 굴절버스를 구입하는 데 대당 2억원씩, 모두 40억원을 지원했다. 버스회사가 부담한 돈까지 합치면 총 사업비는 100억원이 넘는다.
◆‘애물단지’ 신세=서울시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8년 들어 8월 말까지 굴절버스 20대의 고장 건수는 412건, 대당 20.6회꼴이었다. 같은 기간 일반버스의 고장 건수는 대당 8.8회였다. 메트로버스 김 팀장은 “부품 값이 일반버스보다 최고 열 배 가까이 비싸다”고 전했다. 전면 유리의 경우 국산 일반버스는 20만∼30만원인 데 비해 통유리로 된 굴절버스는 100만원에 달한다.
굴절버스를 보유한 4개 버스회사 정비담당들은 지난달 서울시를 방문해 굴절버스 매각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시로선 언제 고장 나 말썽 부릴지 모르는 굴절버스 운행을 계속 고집하기 어렵다. 오세훈 시장은 올해 국감에서 “굴절버스는 애물단지”라고 말했다.
◆사용연한 절반 만에 처분=서울시 양인승 버스정책담당관은 “국내 항공사에 매각해 공항 청사와 비행기 사이 계류장을 운행하는 버스로 활용토록 하거나 서울랜드 같은 놀이시설 내 셔틀버스로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감가상각을 반영한 굴절버스 한 대의 장부가액이 1억8000만원이지만 이 금액의 70∼80% 수준에도 팔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탈리아 이베코사 제품인 굴절버스의 사용 연한은 9년이다. 수명의 절반밖에 못 쓰고 퇴출되는 것이다.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 대표는 “적지 않은 금액이 투입된 사업인 만큼 누군가는 예산 낭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준봉·최선욱 기자
◆굴절버스=객차 두 개를 이어 붙여 회전할 때 앞·뒤 객차가 굴절된다. 18m 길이에 140명까지 태울 수 있다.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며 지하철·경전철을 대체하는 ‘간선급행버스(BRT·Bus Rapid Transit)’의 하나로, 서울시가 2004년 7월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하면서 도입했다. 4개 버스회사가 5대씩 구입, 6개 노선에서 운행 중이다.
전시행정만 몽땅 해 놓고 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