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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차가 나와서 한번 제 개인적인 생각을 끄적여 봤네요. 원래는 라솔님한테 답댓글로 달려다가 너무 길어져 올립니다...
새한 BF101, 현대 FB485, 전부 70년대 후반 80년대 중후반까지 서울과 지방 도시를 누빈 차량들입니다. 오늘날로 치면 BS110과 뉴슈퍼에어로시티가 되겠네요. 전 이쪽에 관심이 많고 6년간 아니 거의 15년간 파헤처서 대략 기본은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번 “한국 최초 버스”에 올린 미군 폐차를 뜯어고친 일명 ‘드럼통 짜집기 버스’와 ‘제무시’ 트럭으로 시작한 대한민국 상용차의 역사는 이제 64년이란 세월을 거처 성장하고 성숙해졌습니다. 여전히 국산차가 수입차보다 아쉬운면은 많으나 전 이정도로 온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더글라스 멕아더 장군은 전쟁에 폐허가된 이 국가의 참상을 보고 100년이 지나도 후진국을 못벗어날거라고 예측했습니다. 근데 이 국가는 휴전으로 부터 60년도 안되어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국가입니다.
근데 잘살고 힘들지만 그래도 선진국으로 탈바꿈한 급성장으로 너무나 바뀐 이 국가에 과거를 연결해주는건 오르지 물건과 몇몇 장소뿐입니다. 과거라는건 누구의 기억속에만 존재하고 글로, 사진으로 보여지는것보다 실존하는 무언가를 직접 찾고 체감하는게 훨씬 그시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서대문 형무소의 그 어두운 분위기는 사진이나 글로는 도저히 설명하지 못하고 독립투사들과 항쟁의 역사를 훨씬 와닿게하는 요소입니다. 충정아파트라고 한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아파트가 있습니다. 30년대 일제시대에 건설되어 전쟁때 인민군의 처형소로 쓰이다가 UN군이 접수하고 미군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정말로 묘한 분위기를 내면서 거기를 방문하는것만 해도 여러모로 과장이지만 역사의 무게가 느껴지는 곳입니다. 중앙정보부 청사나 대공분실등 지금도 남아있는 군사독재 탄압의 장소 또한 도저히 교과서와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많은걸 느낄수 있는 장소입니다.
물론 오래된 버스와 트럭은 상기한것에 비하면 가치가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교통이라는것은 국가를 건설하는데 필수품이자 기계공학과 과학의 꽃입니다. 중화학공업의 꽃이야 말로 자동차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닙니다. 승용차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을 건설한 일꾼인 트럭과 여러사람의 발이 되어준 버스도 아주 중요한 역활을 했습니다.
근데 승용차는 그 레어한 새한 제미니나 아시아 피아트 124, 포드 코티나까지 전부 보존되었으나 동시대의 현대 첫버스인 R192이나 첫 고유모델 트럭 ‘바이슨’, 첫 고속버스인 현대 R226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크기 문제도 있지만 아무도 신경 않쓰니까 이제 기억과 글, 사진에서만 존재하는 역사가 되어버린거 입니다.
과거를 잇는 연결고리중 장소, 가전, 철도, 건축물등은 살아남고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상용차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걸 안타깝게 생각한 이종원 대표님이 직접 발벗고 나서서 버스 2대를 미얀마에서 부패한 관료들 때문에 사행착오를 격다가 국내로 들여온것 입니다. 사실 이종원님은 철도 동호원이시기도 합니다. 제가 여기서 마음대로 허락도 없이 설명하는게 무례하긴하지만 그분은 미국 차관으로 50~60년대 들여온 올드 기관차 4량이 해체될 위기에 있을때 코레일을 설득하여 보존하게 만든 분중 하나이라고 알고있습니다. 또한 특실전용 새마을호 동차 해체 보류에도 앞장선 분입니다. 그러나 버스의 경우 나서는 지자체나 운송업 재조사다 없어 이종원님 개인이 구입해야하는게 현실입니다. 솔직히 소수의 ‘버덕’들이 하는 후원으로 버스를 고증에 맞게 정비하고 해외에서 수입하는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입니다. 다른 방면에서 보존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면 제조사 또는 운수회사, 정부가 나설 필요는 없지만 한국에서는 너무 빈약한것이 문제입니다. 뉴욕시에서는 공휴일이나 양키팀이 중요한 시합을 할때 오래된 버스를 이벤트성으로 운행합니다. 런던도 런던시 교통국이 직접 보존 및 유지관리을 하고 마찬가지로 1912년에서 1950년대 2층 버스를 이벤트성으로 운행합니다.
아시다시피 런던은 매연 규제가 엄격하나 이 차량을 클래식으로 예외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또한 버스를 보존하고 독일의 경우도 벤츠나 네오플란, 스웨덴의 스카니아 마저 버스를 보존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정부에서는 미미하나 개인이 보존하는 비율은 생각보다 많고 방치된 차들도 인양되어 복원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근데 우리는 급성장을 격으면서 폐차와 중고수출을 반복해 왔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1950~70년대 버스는 차체만 국산이고 나머지는 전부 일본, 미국, 독일등에서 사다 쓰는 방식이였습니다. 그게 70년대 후반을 맞아 해외 기술을 바탕으로 점점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국산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50~70년대 차는 이미 소실되었고 더이상 살릴수는 없습니다. 그치만 80년대-90년대 생산된 차는 아직도 해외에서 달리고 있습니다. 근데 벌써 30년~40년이 되어가기에 이차들도 이제 빠른 시일에 사라질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쫍아서 오래된 차를 방치하지도, 내구연한이 적어 오래 쓰지도 않습니다. 거기에 개인도 소위 ‘버덕’ 빼고는 별관심도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 혹은 자본을 많이 가지고 있는 도움이 절실합니다. 저는 솔직히 이종원 대표님이 활동하기 전인 2013년, 만 4년만에 방문한 한국에서는 너무 차들이 변해 옛 추억이 유실된것 같은 기분에 실망했고 그것 때문에 일어마저 배우면서 원본 차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몇몇 버스와 대부분의 트럭은 원판과 거의 일치했지만 버스의 경우 상당수 한국의 개발자들의 땀흘리는 노력으로 국산화를 상당히 달성했습니다. 우리가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무시하는 중국마저 대형차 포함 자국 자동차의 역사를 보존합니다. 근데 우리나라는 차는 이제서 보존을 하려고 하지만 상용차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그런 국가가 외국에 상용차를 수출한다고 자신하니 거의 100년에 가깝고 역사도 보존하는 벤츠, 스카니아, 볼보, 네오플란같은 회사의 차를 나두고 족보도 알수없는 메이커의 사진속에나 존재하는 과거 모델만 보고 과연 2억에 가까운 돈을 지불할지 의문입니다. 애초에 그것 때문에 현대가 소형차 한정이지만 과거모델을 보존하기 시작한것입니다.
버스의 경우 트럭과는 다르게 한국에서만 볼수 있는 설계와 기술이 많이 들어간 차량입니다. 버스는 차체와 샤시는 따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걸 통해 현대, 기아, 대우가 기술을 익혔습니다. 그러다가 대우가 만 엔진을 러이센스 생산하기 시작했고 다른 회사도 80년대부터 국산화를 통해 자기만의 색체를 맞춰가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원판 모델에서는 아무리 찾아도 없는 우리만의 고유한 특성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주 작은것, 의자, 기어봉, 하차벨만 해도 신기하고 흥미로운것이 있습니다. 누구한테는 추억일수도 있고요. 근데 그게 모두 사라지고 사진도 커버할수 있는 한계가 있어 기억속에만 맴도는 과거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또한 대구의 쇠창틀 하이파워에 대한 추억이 많지만 이제 전부 기억속에서 멈춰있지요. 모두 다 보존 할수 없고 자본도 한계가 있음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오랜된 버스를 연출하거나 기억할때 1:1의 허접한 모형이나 옛날 버스 느낌으로 개조하는건 오히려 짜증이 납니다. 과거에 대해 싹 잊고 있다가 이제와서 허접하게 그 느낌이라도 내려고 하는거를 보면 기분이 좋지가 않습니다. 대형 유조선같이 유지 관리가 너무 어렵고 거대한것이라면 이해하나 그냥 버스입니다. 잘해야 폭 2.5미터 전고 3.8미터 전장 12미터인 버스 혹은 트럭을 보관하는게 그렇게나 어려운것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돈이 없으니까 장소가 없으니까 니가 돈대줄꺼야?? 라고 하다가는 전부 사라집니다. 지금은 박물관에 있는 EEC, NDC, 대통령 특급, 올드기관차들이 만약 철도동호인과 시민의 관심과 목소리가 없었다면 용광로에 녹아서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을겁니다. 버스도 트럭도 관심을 가져야만 제조사, 운송업, 자본력을 가진 개인등이 나설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대로 사리지면 한국에서 상용차 역사를 말할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상으로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봤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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