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생각
절기상으로
춘분이 십여일 남았다.
봄이 가깝다는 생각을 하면서
점심시간을 빌려 고향마을로 넘어가봤다.
장고개를 넘어가는 길 가양으로
유모차를 짚어끌고 느릿느릿 걸어가시는
젊으셨을적 동네 아주머니.
상노인이 다 되셨다.
울 집터로 내려가는
고향 언덕배기에 서있던
자작나무들도 모두 베어지고 없고
내 살던 집터에는 비닐하우스로만 남아
마당가 담장 아래 미루나무도 베어지고 없다.
여름날이면
마당 화단 옆에 멍석을 깔고
온 대가족이 조반을 들던 시원했던 미루나무 그늘.
아침에 일어나면
까치가 먼저 날아와 앉던 곳.
식구들 모두 없는 저물녘이면
누이와 마루끝에 앉아 엄마를 기다리면
처마 아래로 초저녁 별이 뜨던 곳.
밤중에
깨어일어
본향을 그려보는
안타까운 고향생각.
오다 가다
- 김 억 -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이라고
그저 보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뒷산은 청청
풀 잎사귀 푸르고
앞바단 중중
흰 거품 밀려든다
산새는 죄죄
제 흥을 노래하고
바다엔 흰돛
옛 길을 찾노란다
자다 깨다 꿈에서
만난 이라고
그만 잊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십리 포구 산 너먼
그대 사는 곳
송송이 살구꽃
바람과 논다
수로 천리 먼먼 길
왜 온 줄 아나
예전 놀던 그대를
못 잊어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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