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시배목에 적당한(?) 시승기를 써보네요, 아는것도 별로없고 무식하지만 ^^
그래도 좋게좋게 봐주심 감사하겠습니다.
(엘란, 오픈로드스터와의 첫 만남)
어제 오후...여섯시쯤, 23만Km를 바라보는 애차(96년형 싼타모)를 끌고 동네에서
하나남은 셀프세차장으로 갔습니다.
아버지가 쓰시던차를 물려받은지라, 무신경하신 아버지덕에 광빨이 죽은 싼타모를
어떻게든 광나게 해볼라고 요 근래들어서 세차에 엄청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
아무리 그래도 적잖히 큰차... 낑낑거리면서 무려 6천원을 써가며 물세차를 끝내고
물기를 마른걸레로 닦아내면서 지붕에 물기를 닦아내는데, 셀프세차장으로 빨간색 엘란
이 들어옵니다.
"헉, 저게 바로 말로만 듣던 그 엘란?"
제차와는 비교도 안되는 번쩍번쩍 광빨, 리트럭터블의 헤드라이트, 바닥에 바짝 달라
붙은 차체... 진짜 "뭔가 있어보이는" 느낌이 팍팍나더군요.(엘란, 그렇게 가까이서는
처음봤습니다, 죄송해요, 촌놈틱해서 ^^;;)
엘란오너분이 세차를 하시더니만 (차가 작으니 금방 하시더군요 ^^;) 제 옆에 멈추셔서
물기를 닦아내십니다.
본래 목적이였던 내부세차와 왁스를 먹여보겠다는 거창한 계획도 까먹은채(^^;;) 들고
있던 2%와 담배만을 뻑뻑피우면서 하염없이 엘란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혹시, 이거 전동으로 오픈되는건가요?"로 제가 시작한 엘란 오너분과의 대화.
그래도 엘란에 대해서 들은풍월은 있는지라..(엘란이 전동인지 수동인지도 모르는게 ^^;)
주행성능이나 차체벨런스, 엘란이라는 차의 유지, 관리에 대해서 오너분과 대화를
꽤 많이 나눴습니다.
'왁스먹인다음 번쩍번쩍하게 해서 가로등밑에서 사진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가져간
디지털카메라, 오너분께 양해를구하고 엘란의 여기저기를 찍기에 바뻤습니다.
실내에 앉아보니, 제차와는 비교가 안되는 바닥에 '착!' 가라앉은기분, 큰차에 익숙해진
저로서는 타고내리기도 힘들어지더군요, 낑낑거리면서 올라타고 낑낑거리면서 내려와야
했습니다만, 그 콤팩트한 실내와 드라이빙 포지션... 어느차에서나 느껴볼만한 그것이
아니였다고 봅니다.
계기판쪽을 카메라로 찍는순간... 0015XXX...
'십오만? 주행거리가 그렇게 많이?'라고 생각하는데, 1만 5천이더군요 -_-;;
놀랍게도 엘란이 출시될 당시에 구입하신 '원 오너'라고 하십니다, 외장컨디션이나
엔진컨디션, 오픈탑 컨디션도 '원 오너'차여서 그랬는지, 진짜 좋더군요 ^^;
제가 사진을 찍으면서 탑을 열어주셨습니다, 그러시더니.. ^^;
탑도 열었으니, 동네한바퀴 돌다가 가야겠다고 하시더군요, 이윽고 네비시트에 앉아서
시승을 권해주셨습니다.(흑흑 ㅠ_ㅠ 솔직히 그말씀 하길 기다렸습니다)
(동행시승편)
문을 열면서 부터 고생했습니다, 엘란은 도어핸들이 차체에 들어가있는 형상이다보니
어디있는지 헤메면서 열었거든요 ^^;;; 가끔 XG택시를 탈때 만끽하는 '프레임리스 도어'
의 상쾌함, 그 프레임을 잡지않고 도어축을 잡으면서 열고 닫는 기분이 저한테는 왜그리
신선한지 모르겠습니다. ^^;;
엘란의 튜닝상태는 17인치휠, T&P 쇼크업소버, 흡기(에어홀 자바라가 보이더군요),
휘스터 엔드머플러라고 말해주셨습니다, 순정배기음이 맘에들지만 녹이슬어서 떨리는
게 많기때문에 스텐레스머플러로 바꾸신거라고 하시더군요, 부드럽고 시원하게 나가는
배기음이 머리뒤에서 차체를 통하지 않고 들리는 그 기분이 남달랐습니다.
순정이 약간 버켓시트타입(맞나요? ^^;;)이였던지라, 착좌감 최고! 좌회전을 조금 빨리
했다 싶으면 차안에서 날아다니는 제차와는 '마음 아플정도'로 비교불가, 거기다가 바닥
에 착~ 붙어가는 차가 주는 '안심감'...
제 스팩이 179Cm에 체중 75kg인데, 제 키로도 앉은상태에서 필러위로 머리카락이 올라
가더군요, 바람에 머릿카락이 휘릭휘릭 흔들리면서 '즐거운 드라이브'가 시작됐습니다.
시가지에서 엘란같은 오픈로드스터의 즐거움을 찾는다는건 조금 아이러니컬 한 이야기
지만, 동일로를 따라서 하계동 세이브존부터 수락산역 못미치는곳까지 다녀와봤습니다.
뭐, 오리지널 엘란은 터보엔진을 쓴다고 했던가요? 터보필링이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전 T8D엔진의 엘란으로도 충분히 좋겠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T8D엔진이
들어간 크레도스도 타봤고, 카렌스도 몰아봤습니다, 하지만 엘란에 얹혀진 T8D엔진과
크레도스, 카렌스에 들어간 그 T8D를 같은축으로 비교하기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
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타트 직후부터 꾸준하게 밀고나가는 엔진필링이 제겐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였습니다.
신호대기후 꾸욱~ 밟으면서 나가는데, 탄탄하게 잡아주는 시트덕에 차와 제가 하나가
된듯한 착각까지 받았다고 할까요 ^^;;
컨버터블이나 카브리올레와, 로드스터가 왜 다른지 거기서 알게됐습니다, 오픈에어링
을 할수있다는 점은 같지만 달리기능력에서 확실히 차이나는것 같습니다, 세단형으로
필러가 높은 컨버터블과, 필러가 낮은 로드스터, 제게있어서 엘란에서 바라본 도로는
'생전 처음보는 시야'로 기억될것 같습니다.
달리면서 느꼈던건 오픈에어링의 즐거움, 낮은착좌감들보다도 '오너분의 정성'이 한껏
느껴지는 차였다는겁니다, 세미튠업상태의 엘란이였지만 부드럽게 나가는 느낌이나
달리시면서 말씀하시는 여기저기에 엘란에 대한 정성과 애정이 듬뿍 보였습니다 ^^;;
중고시세를 말씀하시면서, 진짜배기 엘란은 몇대 되지 않는다고... 오래됐지만 시세가
비싼데는 다 그만한 이유(오너의 정성과 애정이 가득담긴 엘란들)가 있을꺼라면서...
오너께서는 계속 이 엘란을 버리지 않을꺼라고 하시네요, 그러시면서 드림카로는 로터스
엘리제를 꼽으셨습니다 ^^;;
짧지않은 시간이였지만, 너무 짧게 느껴졌던 동행시승... 인마일체라는 컨셉이 어울리는
차가 있다면, 그중 하나로 이 엘란을 꼽아도 아쉬울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붕 호루를 가는데 500여만원, 차체패널을 가는데도 많은비용이 들고, 보험가입하기도
까다롭지만.... 저도 세컨카로 오픈로드스터를 꿈꿔보고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욱 즐거웠던건, 오너께서 엘란에 제대로 빠져사시는 '엘란매니아'라는것, 제가 그런
진짜배기 엘란에 타볼수 있었다는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솔직히 전 로터스라는 회사를 모릅니다, 영국의 백야드빌더, 경량스포츠카를 잘 빚어내는
회사, 슈퍼세븐부터 출발해서, 유로파, 엘란, 에스프리, 그리고 엘리제까지...
편하게 타기엔 불편하지만, 운전을 즐기기엔 더할나위 없이 즐거울 차들...
머리털나고 처음타본 오픈로드스터, 그 기분을... 바람을 가르던 어젯밤을 쉽게 잊지
못할것 같습니다.
부족하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