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폰카(SPH-V6900)라 화질이 좀 안좋네요. (이때만 해도 렉카차 불러 여유로웠다는...)
오랜만에 휴가를 얻어 여친님과 왕산해수욕장을 갔습니다. 둘이 사연이 깊은 곳이라... 암튼 각설하고 주차장에서 바닷바람 쐬며 잘 구경하다 뭐가 씌였는지 갑자기 백사장에 들어가고 싶어졌습니다. 음... 타이어 자국을 봐서 그랬는지도 모르겠고 며칠 전 갯벌에 스포티지가 들어가면 나올 수 있느냐에 "제가 해볼까요 ?" 라고 달았던 리플의 마력 때문이였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들어갔습니다... 두둥.
미쳤죠...
다행히 때가 썰물 직후라 물이 엄청나게 빠져 있었는데 가다 보니 백사장 끝까지 들어간 겁니다. 벌은 물이 차 있어서 못들어가고요. 신나게 들어갔는데 한바퀴 돌고 올라올려고 하니 바퀴가 빠지면서 차가 못올라오더군요. 이미 4WD LOCK 은 켜놨지만 계속 감기는 겁니다.
일단, 한숨 돌리고... 냉정히 상황을 판단했죠. 아직 썰물 직후고 바닷물까지는 거리가 꽤 되니까 당장에 못나와도 큰 문젠 없겠다. 다시 시도해보자. 찬찬히 계기를 보다가 TCS 가 켜져 있는 걸 보고 TCS OFF 를 눌러 TCS 를 껐습니다. (예전 시승기에서 TCS 를 꺼야 한다는 게 기억나서요) 조금 낫더군요. 하지만, 일반 백사장이 아닌 굵은 모래라 계속 감기는 겁니다. 후진은 되는데... -_-:
탄력을 받아 올라가려는 요량에 계속 뒤로 가다보니 어느덧 바다와 엄청 가까워졌더군요.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 여친님은 판대기나 뭘 바퀴에 넣고 해보자고 했지만 "자존심" 따위가 뭔지 - 조강지처의 조언은 절대로 한 귀로 듣고 흘리면 안됩니다. (부연 설명) - 계속 시도하다 결국 생애 처음으로 미션 슬립까지 경험해보는 우를 범하며 Give Up 을 외치고 애니카에 전화를 때렸습니다.
여기 어디 어딘데요 빨랑 꺼내주세요. 차 X 됐어요. 지금 막 바닷물 밀고 와여~ 언능 !!!
35 분 걸린다던 렉카차가 십여분만에 날아왔지만 기사 아저씨...왈. 이거 제차론 못빼요. 다른 차 부를께요. 여기저기 전화하는 아저씨. 때는 바야흐로 밀물이 시작되는 순간. 입술이 타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죄송하지만 한마디로 "씨바 엿됐습니다" 딱 그 이상 이하도 아니였습니다.
그런데, 불현듯 나타난 Beach of Hero !!!
왠 아저씨와 아줌마가 지나가다 보더니만 이렇게는 못나와... 내가 사하라에서 어쩌구~ (전 순간 웃겨 왠 사하라 ?) 한참을 저와 렉카 기사가 끙끙대는 걸 보더니만 조심스럽게 자기가 해봐도 되겠냐고 하시더군요.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여서 사하라가 뻥이건 간에 일단 맡겨 봤습니다.
아저씨 합판과 이불을 구해오셔선 바퀴에 넣고 앞뒤로 몇차례 붕붕붕...
(진작부터 여친이 합판과 이불로 해보자 했었는데)
오오오옷 !!! 진전이 있습니다.
모레에 물을 뿌리면 좀 낫다는 얘기를 듣고 미친 듯이 달려가 물 떠다 뿌리고~
짧은 순간에 근 이십여미터를 올라왔습니다 !!!
완전 감사합니다...를 외치는 순간 다른 토잉카가 왔습니다. 할일을 다했다 느끼신 사하라 아저씨 홀연히 사라지십니다. 토잉카 기사와 렉카 기사의 쌩쇼...가 거의 이십분이상 이어졌지만 불과 이십여미터를 끌어 올린 후 장애물에 막혀 포기. 헐 ! 해는 어둑어둑 넘어가고 물은 거의 다 올라왔는데...
놀러 가셨던 사하라 아저씨 다시 오시더니만 여직 못뺐냐고 렉카 기사를 갈굽니다. 한참을 둘러 보시더니만 다시 합판을 넣고 이렇게 저렇게 하시더니... 붕붕붕... 한방에 쭈우우욱~~~ 백사장 탈출 !!! 왕산해수욕장 가보신 분은 어딘지 아시겠지만 바윗돌 있는데서부터 주차장까지 한번에 탈출했습니다. 사하라 아저씨 완전 멋있더라는...
토잉카 기사와 렉카 기사 뻥찐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보더니
"아, 씨바 이거 언제 감어..." 합니다.
사하라 아저씨.
중동에서 일하셨었답니다. 그때 4WD 많이 몰아보셨답니다.
스킬이 있어야 한답니다...
저는 느꼈습니다.
스포티지... 무늬만 4WD 는 아니다.
운전자 스킬에 따라 다를 뿐이다.
사하라 아저씨께 백만배를 드린 후 토잉카 기사에서 약간의 수고비를 주고 왔습니다. (렉카 기사는 애니카로 부른 거라 자긴 됐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양심들은 있으셔서) 오랜만의 휴가에서 여친님께 기분 좀 내보려다 완전 새됐습니다. 더 큰 일은 어제 골드에서 언더 + 하체 패키지를 했는데 눈앞에 노랗습니다.
공항고속도로에서 180Km/h 까지 밟으며 모레를 다 털어냈지만 발산동 셀프에서 모레가 한도 끝도 없이 나옵니다. 집에 와서 다시 동네 셀프세차장을 갔더니 답이 안나옵니다. 언더 커버 밑에 모레가 그대로 있습니다. 결국 카센터에서 리프트 올려 언더커버 들어내고 고압 쐈습니다.
전날 언더코팅 했는데...
사장님이 절대 고압을 쏘시면 안돼요... 했는데.
X 됐습니다... -_-:
캘리퍼 도색이 군데군데 벗겨져 나가고 언더 코팅을 한 건지 모레 코팅을 한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 스포티지 4WD 그래도 제 값은 합니다. 하지만, 오프로드 주행 경험이 없는 분은 절대로 오프로드에 들어가지 마십시요. 저처럼 X 될 뻔합니다. (사하라 아저씨 없었으면 제 검둥이 물에 잠겼습니다)
썰물 직후라 바닷물이 많이 빠졌던 것도 운이 좋았고 상황 판단 빨리해서 토잉카 부른 것도 잘한 짓이지만 결정적으로 사하라 아저씨 없었다면...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전 참 인덕이 많은 거 같습니다. 조상님께 감사드립니다.
P.S) 여친님 모셔다 드리고 저녁 먹으러 갔다 나오니 견인해갈려고 하고 있더군요. 경보기가 깜빡거려 조금 빨리 나왔는데... 조금만 늦었으면 액땜 제대로 할 뻔했습니다. (그래도, 주차위반 4 만원 나왔습니다) 휴우... 경보기 달고 처음으로 제 값했습니다. 역시 하길 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