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들 말씀 하시니 저도 풀어봄미다.
저는 06년 11월 군번.
102보입소했고, 신병교육 빡셔서 군생활 드럽게 힘들겠다 싶었습죠.
훈련 끝나고, 부대 배정하는날, 헌병대, 수색대, 뭐 애들 다불려가고 쩌리들까지 다 불려갔는데 안부르더군요.
나중에 장교가 와서 부르길래, 차타래서 타고 내렸는데, 어느 대대 인사과 앞이었습니다.
알고보니 그 장교는 포병대대 인사과 인사장교(대위였는데, 중위에서 전역안하고, 장기떨어져서 내후년 전역하는 짬이 찰때로 찬 인사장교였죠. 심지어 자긴 갈사람이라고 대대장한테도 싫은소리 막 질러대는 골때리는 사람이었음.)였고, 저는 그 인사과 왕고 부사수였죠. 그 왕고는 대대 경리병이었고,
문과를 나온 저는 자신이 숫자라면 123 덧셈뺄셈이 전부였는데, 경리병이라 겁나 쫄았는데,
별거 없더군요. 엑셀이 다함.
엑셀도 몰랐는데, 왕고가 가기 전에 쏼라 쏼라 뭐라 했는데 나중엔 기억도 안나고, 실수해서 대대 사병 600명, 장교까지 급여 한번 쫙다 밀리고 나니 정신 차리겠더군요. 뭐 업무야 매달하는거, 매년 똑같이 돌아가니까, 메모만 잘해놓으면 만사 OK.
여기까진 헬인줄 알았는데, 이게 알고보니 행정병이 괜히 꿀소리 듣는게 아니더군요.
소대 행정병은 할거 다하고 행정 업무도 봐야되는데, 대대 행정병은 그냥 더운날도 추운날도 인사과 안에서 앉아서 국방일보 보면 됩니다. 인트라넷에 예전에 전설이라던 헌병대 어떤 놈이 사설 인트라넷 게시판을 만들어서 거기에 게임이니, 동영상이니 다 올렸는데, 인사장교랑 거기 새로운거 뭐 올라오나 찾아보는게 낙이었음.
거기다가 대대행정병은 각각 해당하는 계열 행정병이라서, 예를 들면, 경리병, 인사병, 간부병, 등등으로 나눠져 있죠. 뭐 부대마다 호칭이나 담당 업무는 다를거 같긴한데, 다른 부대 놀러가보면 대체로 똑같았고, 인사과는 딱 3명이었죠. 그리고 그 3명은 서로 업무만 할뿐, 서로 업무에 터치하거나, 알려주거나, 공유하는게 없어여.
즉, 경리병 휴가 가면, 경리병이 없는거죠. 유일무이한 존재.
그래서 제가 1년차 10일짜리 휴가 갈때, 대대장님이 얘보내도 되냐고, 자기 월급 안나오는거 아니냐고 걱정했더랬죠.
여튼 그렇게 짬이 차 갈수록, 심심하면 소대 행정계원들 겁나 조지고, 대대인사과 당장 뛰어오라고 하고 전 커피한잔 사먹으러 은행 간다고 하고 읍내 쏠쏠 나갔다가, 핫도그 하나 물고 들어오고 그랬죠.
(지금은 모르겠는데, 그때는 인터넷, 텔레뱅킹 안되서, 부대 통장 열몇개씩 들고 맨날 은행을 나가야 됐어여)
그러다가 겨울 오면, 인사장교 차타고, 홍천에 있는 대명가서 지역군인 할인받고 스키타고 들어오고, 여름에는 그냥 에어컨 있는 사무실 붙박.
인사장교 군아파트에서 술먹고 놀다가 자고 들어오고,(인사장교가 행보관한테 전화해서 소리 빽지르고 일있어서 못들어간다, 근무 다 빼라고 하면 땡)
만날 일이 많아서 야근한다고 일과끝나고 인사과 내려와서 인사과 애들하고 피자시켜먹다가 대대장님한테 걸려가지고, 다음에는 대대장님도 부르라면서, 안부르면 인사장교 조질거라고 ㅋㅋㅋ
그리고 야근한다고 특근명단 적어서, 24시간 채워지면 하루 휴가가 나왔음. 일과 마치고, 하루 5시간 정도 야근하고 11시쯤 내무만 올라가면, 일주일 딱 고렇게 하면 하루 휴가나옴. (물론 진짜 월급 줘야될때는 야근해야될때도 있음..)
그래서 고거 모은걸로 인사장교 결제 받아서 간부계 한테 휴가장 하나 써놓으라고 하고, 휴가 나갔다옴.
인사장교는 뭘 또나가냐고, 너 나가면 심심하다고 못나가게함. 어머니도 집에 오는걸 부정적으로 보심.. 그만 나오라함..
훗날 전역하면서 형이라고 부르라며, 형 덕분에 잘 놀고 먹다가 전역하겠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함.
그러다가 꺽상쯤 그 인사장교 전역해서, 내 동아줄 이제 없는 건가 싶었는데, 새파란 소위 하나 인사장교로 왔는데, 아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그때 인사과 왕고였던 저에게 200%의지함 ㅋㅋㅋㅋㅋㅋ
이때는 정말 인사장교가 제가 없으면 불안하다고 휴가를 안보내줌.. 휴가나가서도 무슨 일만 터지만, 사단에서 공문만 날아오면 전화함.....정말 피곤했음..
아. 대대행정병은, 훈련도 행정반안에서 지휘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에, 훈련 할게 없음. 소대 포반 애들 열심히 와서 대대 지휘부 천막 치고 나면 들어와서 방독면 쓰고 앉으면 됩니다.
그리고 인사장교랑 사단 경리일있다고 훈련하다가 부대 복귀해서 쫌 자다가 저녁에 다시 들어가고 그랬죠.
(자기들 월급 안나올까봐 경리일이라면 바들바들 떨음)
가끔 운동이좀 필요하다 싶으면, 사격장에서 애들 사격할때, 가서 총 한발씩 따콩따콩 쏴줌.
하지만 사격대회 있었을때 나가서 특등사수 따는 바람에, 사단에서 특전사 비스무리한 그거 시킬려고 할뻔..
그러고 전역했는데.. 맨날 인사과하고, 옆에 작전과하고, 군수과 애들 모아다가 피자 사주고 치킨 사주고 그랬는데, (대대행정병들은 내무반이 한 내무반에서 다 같이 지냄) 전역하고 나서 나중에 만나 물어보니 엄청 까칠하고 짜증나는 선임이었다하네여. 전 엄청 좋은 선임인줄 알았는데.. 급 실망. 그래도 구타와 욕설 안하면 좋은 선임 아닌교..?
요약한줄
- 대대행정병, 경리병으로 감.
- 말년 인사장교 등빨에, 자기들 월급 안나올까 부들부들 떠는 사병과 간부들의 통장을 쥐락펴락.
- NO훈련, NO작업, 휴가는 가고 싶을때, 겨울엔 스키타러 떠나라.
- 먹을걸로 후임들 환심좀 사려했으나, 전역하고 진상 선임이었다고 말함. 폭풍 실망. 인간관계 회의 느낌 ㅋㅋㅋ
- 행정병은 꿀 of 꿀이다.
05년 1월 군번입니다 ㅋㅋ
102보 입소해서 2사단 신병교육 받고 야수교 간 05년 6월군번입니다.. ㅋㅋ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