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편을 쓰고, 뜻밖의 많은 반응에 뒷 편을 작성하는데 고민이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새로운 준비를 하다보니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진 부분도 있지만요.
30년 넘도록 나고자라온 인천을 떠나는데에, 큰 뜻까지 품고 내려온 것은 아니지만 첫 1년은 즐거움의 연속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제 주변분들을 보면 보통 1년에서 2년은 많은 손님을 맞기도 하고, 새로운 삶의 장단점을 파악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입니다.
저희 가족은 귀농이 아닌 귀촌의 형태이기때문에 특히 첫 1년은 더 재미있게 보냈던 것 같습니다. 특별히 농사철에 구애를 받지 않아도 되기때문이지요.
그럼 첫 1~2년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1. 밤하늘
어쨌든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자라온 인천의 하늘은 밤하늘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그려온 하늘의 모습에 대한 기대는 컸습니다. 개인적으로 우주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지요.
해외 유명작가의 사진입니다. 이런 하늘까지 바랬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별들은 좀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었지요.
실제로 정말 밤하늘 컨디션이 좋은 날은 저렇지는 않지만 북두칠성쯤은 그냥 그려질정도로 하늘의 별이 뚜렸합니다. 아이들도 밤하늘의 별이 밝은 날이면 하늘을 한 참 바라보곤 합니다. 아쉽다면 제가 가진 카메라 종류들로는 사진찍는데 실패했습니다. 기술도 부족하구요.
아직도 꼭 망원경을 사야지 하면서도 눈으로 즐기는 중입니다. 꼭 한 번 찍어서 올려보고 싶습니다.
2. 손님
첫 1년에서 2년은 손님이 정말 많이 옵니다. 요즘 귀촌에 대한 관심도 높은데다가, 휴가철에 오시기 딱 좋은 분위기의 공간이다 보니 손님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첫 해 여름에는 친구들도 단체로 놀러와서 바베큐 파티를 벌이곤 했습니다. 폭죽도 펑 펑 쏘아보구요. 저희 집에서 이웃들까지는 한 참 떨어져 있고 폭죽을 쏘는 곳이 개울이라 마음껏 쏘아 봅니다.
대부분의 귀촌하시는 분들은 귀농하시는 분들과는 다르게 손님이 많이 놀러오곤 합니다. 아무래도 귀촌과 귀농은 생활패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3. 겨울
귀촌이나 귀농을 하시는 분들께 가장 힘겨운 것이 바로 겨울입니다.
물론 겨울은 도시에서와는 다르게 운치가 있기는 합니다. 적어도 첫 해는 말이죠. 나름 강원도 산골인지라 겨울에는 눈이 적당히 와줍니다. 즐길정도는 말이죠.
사진처럼 눈이 한 번 올때는 기본 10센티정도는 내려주는게 산골의 모습입니다. 이경우 스노우타이어가 장착된 차량이 없다면 눈이 녹을때까지는 외출을 포기해야 합니다.
저 역시 첫 해 겨울에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가 출근에 지장이 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스노우타이어를 사용하고 폭설에는 미리 도시쪽에 나가있는 방법을 통해서 피해를 최소화 합니다만, 눈이 많이 올때는 스노우타이어는 의미가 없긴 합니다. 하지만 첫 해는 역시 아름답습니다.
4. 멍멍이
귀촌을 하고 가장 기쁜일 중 하나는 제가 좋아하는 멍멍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도시에서 멍멍이와 촌에서의 멍멍이는 다른 역할이 큽니다.
가족이라 할 수도 있지만 주로 방범의 역할이지요. 산골인지라 세콤아자씨들이 오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결국 떡대 멍멍이들의 강한 포스가 방범에는 최고입니다. 지금도 택배아저씨들께는 죄송한 마음이 있습니다. ㅡㅡ;
저희 집 멍멍이 중 가장 맞형인 황삽살이 벤 입니다. 저희집 이사와 함께 일산에서 분양받아온 아이인데, 정말 똑똑하지만 영물의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하울링은 가끔 뿜어줍니다. 장가를 보내야 할지...
저희 집 멍멍이 중 홍일점 루비 입니다. 진돗개인데 안동에서 모시고 왔습니다. 저희집 개들은 방문객들의 안전을 위해 모두 목줄을 하고 있습니다만... 신기하게도 뱀, 토끼, 쥐, 너구리 등 잡아다가 우리가 볼때까지 가만히 둡니다. 칭찬해주고 치워주곤 하지요. 역시 사냥에는 진도가 최고라 하고 싶네요.
저희집 멍멍이중 최대 몸값을 자랑하시는 막내 제우스 입니다. 평창에서 태어난 아이입니다. 누나 루비와는 달리 사진의 모습은 뱀에 앞발을 물려 사경을 헤매던 당시의 모습입니다. 앞발에 큰 이빨자국과 함께 정말 두배는 크게 부풀더군요. 침도 질질하면서, 기절까지 했지만 다행히 3일만에 스스로 회복을 했습니다.
제우스는 비록 사냥능력은 없지만 방범의 역할로는 최고입니다. 쇠사슬로 해놓은 지금은 덜하지만 기존에는 말뚝도 뽑고 목줄도 끊어버릴정도로 힘도 체격도 장난이 아닙니다. 제가 세퍼트 훈련을 해왔지만 이넘의 모습을 볼때는 참 뿌듯할때가 있곤 합니다.
5. 수확
귀농이 아닌 귀촌이지만, 이곳에서는 어느정도 수확이 가능합니다. 텃밭을 빌릴 수도 있고, 주변자연에서 나고 자라는 것들을 먹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가계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제가 사는 원주의 이곳 산 골은 오디 혹은 뽕나무 열매가 주산지라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오디를 여름에는 마음껏 어디든 다니면서 먹을 수 있습니다. 손과 입이 까맣게 되곤 합니다. 오디잼도 해먹고 오디로 고기를 양념해 구워먹기도 합니다. 친척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아이템입니다.
저희 어머니와 와이프가 길가에 있는 보리수 열매를 채취하던 모습입니다. 첫해에는 아무런 생각없이 채취를 하곤 했지만 이제는 주인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채취를 하고 있습니다. 산에서 혹은 들에서 나고 자란다 해서 주인이 없는 것이 아님을 첫 해에 알게 됩니다. ^^;
운이 좋게도 집 바로 옆에 텃 밭을 얻게되어서 아버지와 제가 밭을 일구던 봄날의 모습입니다. 처음으로 고랑을 치고 해봤습니다만.... 전 도시에서 나고 자란 것이 행복임을 알 수가 있었던 짧은 순간입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고, 왜 경운기가 농촌에서 꼭 필요한 탑기어인지 알수가 있었습니다.
6. 자연
아무래도 귀촌을 하게 되면 도시와는 다르게 수 많은 자연의 창조물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첫 해에는 신기한 창조물들을 제 생에 만나는 기쁨들을 얻곤 했습니다.
집근처 칠봉에서 잡은 피라미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잡을 수있습니다. 낚시도 되고 통발로도 됩니다. 너무도 깨끗한 물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아이들을 잡아오면 아버지가 찌개로 드시곤 합니다. 물론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잡는것만도 즐거움이지요.
처음 만났을때 정말 깜짝 놀랐던 개똥벌레 (반딧불)입니다. 저희집 바로 옆에 개울이 있긴 하지만 반딧불이 살고 있을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청정한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줄 알았기 때문이지요. 이넘들이 밤 하늘에 날아가곤 하면 신비함에 빠지곤 합니다. 모습이 신기하지요?
어느 여름 셋째 아들이 멍하니 바라보던 사마귀 군입니다. 귀촌 생활을 하다보면 수 많은 벌레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벌레에 대한 두려움이 덜한 저에게는 별 이상할 것이 없지만 와이프의 입장에서는 여름 밤에는 생지옥을 맞보기도 합니다. 정말 주먹보다 더 큰 나방이 유리창을 두드리곤 하는데 밤에 쭈뼛 쭈뼛 합니다.
자연속에 산다는 것은 정말 신비함의 연속이곤 합니다. 특히 이름 모를 산새들의 지저귐은 귀를 맑게 청소해주곤 합니다.
7. 의욕
귀촌을 한지 1년이 지나게 되면 서서히 적응을 하게되고, 다른 의욕들이 생기곤 합니다. 특히 안타까운 모습들이 농촌에 많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 역시 저희 마을의 상황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적극적으로 정치적 인물로 변해가기 시작합니다.
강원도 관련 모든 기관을 싸이클 돌다시피 하면서 6개월이 조금 넘는 시점에 최문순 도지사와 미팅자리를 얻게 됩니다.
나름 기획 전략이 직업인지라 강원도와 우리 마을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미팅을 하게 되지요, 정치인들이 TV에 보이는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쉬움만 가득안은채 뒤돌아 서게 됩니다. 이 후에 일년을 기다린 끝에 원창묵 원주시장도 만나게 되지만 다를바 없는 모습에 훗날 원주시장이라도 내가 해야겠다는 꿈을 키우게됩니다.
시골에 산다는 것은 문명과 조금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보니 도시생활에 기반을 두었던 문명의 이기들이 조금씩 더 디테일하게 변해야 할 의욕을 느끼게 됩니다.
이때 제생에 처음으로 70인치를 지르고 나름 아빠로서 뿌듯한 일들을 하게 됩니다. 지금도 저 사진을 보노라면 뿌듯 합니다.
요건 제가 업데이트를 안했지만 와이프방(안방의 일부)을 만들었을 당시 모습입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와이프를 위해 65인치 빅디스플레이로 이리 저리 손 좀 보고 해서 만든 휴식 시설이지요.
이런식으로 조금씩 저희 삶의 변화가 생깁니다. 영화를 보러가기가 쉽지 않다면 볼 수 있는 시설을, 노래방이 가고 싶다면 가족노래방을 만드는 이런 의욕들이 생기는 것이지요, 왜 미국인들이 개인 창고를 따로 두는지 지금은 이해가 됩니다.
8. 여유로움
도시에서의 삶을 벗어나 귀촌을 하게되면 여유로움이 찾아옵니다. 내가 필요할때 무언가를 하면 되기 때문이지요. 남의 눈은 의식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늘은 파랗고 노을은 아름답습니다. 이런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속에서 퇴화되어 있던 여유로움이 조금씩 다시 자리잡기 시작합니다.
도시인 들의 일상에서 보면 조금은 게을러진 모습일 수도 있지만, 그냥 멍함을 즐기기 시작하기 시작하는 것이 귀촌 1~2년이 지나는 시점의 모습이라 생각이 듭니다.
이번 글에서는 귀촌 1~2년의 모습이지만,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 다른 모습들을 다음 글에 정리해서 올려볼까 합니다. ^^
휴.식.주... IT풍류
근데 제가 아는 그 분 맞으신가여?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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