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의 새 중형세단 토스카는 ‘미래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가는 차(Tomorrow Standard Car)’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차가 중형차 미래의 표준으로 내세운 게 바로 5단 변속기와 6기통이다.
솔직히 4단과 5단, 4기통과 6기통이 차이가 나봤자 얼마나 나겠느냐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런 의구심에 대한 GM대우 이영국 생산담당 사장의 답은 이랬다.
“타보시면 압니다.”
시동을 걸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과연 느낌이 달랐다. 시동이 걸렸는지, 안걸렸는지 모를 정도로 정숙성이 뛰어나다. 조용히 잠든 어린아이의 맥박같다. 요즘 웬만한 가솔린차는 그 정도 정숙성을 다 유지하니 특별히 자랑으로 내세울 건 아니다.
발에 힘을 주고 치고 나갈 때 토스카의 진면목이 나타난다. 부드럽다. 어머니의 품에 안긴 아기의 평온함 같기도 하고, 우주인이 무중력상태에서 유영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영화속 미래차가 미끄러져 나가는 것처럼 매끄러운 느낌이 일품이다.
저회전에서부터 고회전에 이르기까지 엔진의 소음 변화도 거의 없다.
외국의 고급 승용차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그런 부드러움을 우리 중형차가 구현한 게 놀랍기만하다.
중속대에서 호쾌하게 치고 나가는 가속력도 발군이다. 부드러우면서도, 별로 힘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옆에 달리는 차들을 하나 둘씩 추월한다. 속도계의 바늘이 급속하게 올라가지만 주행감은 여전히 부드럽다. 시속 180㎞에서도 전혀 힘이 부치지 않는다.
5단 변속기, 직렬 6기통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저속대에선 가속력이 중속대만큼 폭발적이진 않지만 동급 다른 차에 비해 뒤지는 것 같지는 않다.
달리는 즐거움은 브레이크의 제동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면에서 토스카의 제동력은 아쉬움이 남는다. 앞뒤 15인치 디스크 브레이크를 적용하고 브레이크액을 DOT3에서 DOT4로 바꿔 제동력을 높였다고는 하지만 다른 국산차처럼 밀리는 느낌은 여전하다. BMW같은 수입차는 브레이크가 민감하고 강력하게 반응한다. 제동력은 우리 국산차의 숙제가 아닌가 싶다.
토스카의 또다른 강점은 실내 디자인이다. 전체적인 인상이 동급의 다른 차들에 비해 고급스럽고 잘 정리가 된 느낌을 준다. 센터페시아는 7인치 터치 스크린 방식의 AV내비게이션과 아래쪽 오디오 및 에어컨 컨트롤 패널이 세련되게 정리돼 있다.
센터페시아에서 콘솔박스까지의 패널을 우드로 처리하고 도어 트림에 알루미늄 가니시를 설정한 것도 눈에 띈다.
외관 디자인도 예전 대우차에 비해선 많이 세련돼 졌다. 날카롭게 치켜 올라간 헤드램프, 깔끔한 뒷모습에 비해 라디에이터 그릴 밑부분이 엉성하게 처리된 것은 눈에 거슬린다.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엔 ‘디자인에 매료되고, 엔진 때문에 사랑에 빠진다’는 말이 있다.
토스카의 디자인은 실망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미션과 엔진은 정말 사랑에 빠질 만하다. 타보면 안다.
〈유형렬기자〉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