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간도는 우리 영토이며 간도협약은 무효’라는 공식입장을 담은 1950년대 문서를 확인했음에도 비공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가 조만간 밝히게 될 한·일협정 관련문서에서도 간도 관련 부분도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중국 자극 피하기’라는 외교적 이해에 따라 민족사의 실체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더구나 정부는 한·일협정 과정에서 제기된 ‘독도 담론’ 공개를 두고도 막판까지 진통중인 것으로 전해져 이같은 비판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에 치이고, 일본에 걸리는 사이 한·일협정 문서 공개를 통한 현대사 복원의 의미는 퇴색하고 있다.
◇간도문제=간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간도협약과 영유권 문제를 분리하려는 기존 방침을 다시 한번 반영했다. 법적으론 우리 땅이되, 실제론 중국 땅이라는 어정쩡한 입장이다.
외교통상부가 지난주 열린우리당에 보고한 ‘한·일 외교문건공개 경과보고’에 따르면 정부는 ‘간도는 한국영토이며 간도협약이 무효라는 내용의 간도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을 드러내는 문서’의 존재를 시인했으나 관련정보의 비공개 처리 방침을 밝혔다.
“간도문제는 민감한 문제로서 현재도 정부 입장을 정확히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것을 자제하는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문서공개로 인해 불필요하게 외교현안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사실도 비공개 이유로 제기했다.
물론 문제의 문서가 간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것은 아니다. 정부 당국자들 간에 독도영유권 문제를 논의하던 중 “언젠가는 간도도 되찾아야 할 우리 땅”이라는 발언 등이 정리된 문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관합동 문서공개심사반의 한 관계자는 “3만5천쪽의 한·일협정 문서 가운데 3~4쪽에 불과하다”면서 “공개될 경우 중국의 강력한 항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 간에 국경선을 확정지은 60년대 이전부터 정부 내부에서 ‘간도=우리 땅’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마땅히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국회 통외통위 국정감사 과정에서 간도에 대한 공식입장을 확인했으면서도 새삼 중국의 눈치를 본다는 것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약하다.
당시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국감에서 “간도협약은 법리적인 측면에서 무효라고 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그러나 간도 영유권 문제는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정부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간도협약은 국제법상으로 무효지만 이 문제가 쟁점화할 경우 한·중관계 및 북핵문제 해결 등 현실외교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영유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논리다.
◇독도문제=정부가 독도관련 정보 공개를 막판까지 망설이는 것도 불필요한 외교마찰이나 국내외 논란에 대한 우려에서다.
우선 수교협상 과정에서 ‘제3국 거중조정’을 시사한 우리 정부 당국자 발언이나, “국제사법재판소(IFJ)로 갈 경우 우리가 불리할 것”이라는 우려 등이 공개될 경우 당시 정부의 협상태도에 비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IFJ 제소 및 중재, 독도의 공동사용(Joint Usage), 독도 폭파 등의 일본 정부 입장 역시 이미 공개된 것이지만 공식문서로 확인할 경우 새삼 쟁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보고서에서 인정하고 있듯이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사실들에 대해 공식확인 절차만을 미루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게 대세다.
〈이용욱·이지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