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마이너라면 초 마이너한 브랜드인 캐딜락에 7년째 빠져있는 슬레이프닐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캐딜락 브랜드의 한국에서의 마케팅이나 고객관리를 보면 정말 뭐라 말할 수가 없는 수준이죠.
그래도 저는 뭔가 그 브랜드 만이 가지고 있는 순정 마초적인 감성이 좋아서 떠나지를 못하고 다음 차도 캐딜락으로 가려고 계획중인데 한 해 두 해 지내면서 차량 자체 보다는 브랜드의 마케팅이나 판매 정책 자체에 쌓이고 쌓인 불만을 참을 수가 없어 블로거질이나 댓글로는 아무 소용 없다는 생각에 수입사 사장한테 편지를 보내보기로 했습니다.
현재 캐딜락을 담당하고 있는 곳은 GM코리아이고 그 곳의 수장은 장재준 캐딜락 총괄사장이라는 분입니다.
5월 31일 열심히 워드로 편지를 써서 등기우편으로 편지를 보냈습니다.
보통 이런 편지를 보내면 고객과 조금이라도 소통을 생각하는 회사라면 종이 쪼가리 하나라도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더욱 나아지는 캐딜락이 되겠습니다.' 뭐 이런식으로라도 답변이 오겠거니 했는데, 2주가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습니다.
그래서 포기할까 하다가 뭐든지 맞짱(?)을 뜨려면 왕초랑 상대를 해야지 그 아랫사람을 아무리 괴롭혀봐야 소용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생각해 보니 얼마 전 쉐보레 행사에서 유창한 우리말을 선보이던 한국GM의 제임스 김 사장이 떠올랐습니다.
이 분에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동호회의 아는 분을 통해 제임스 김 사장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어 그곳으로 편지를 보냈습니다.
(쓸데 없는 잡소리는 중략을 통해 조금 삭제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제임스 김 사장님.
불쑥 뜬금 없는 메일을 보내게 되어 불쾌하셨다면 먼저 양해의 말씀을 구합니다.
저는 다음에 있는 클럽캐딜락이라는 캐딜락 동호회의 한 사람으로 캐딜락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2세대 캐딜락 CTS를 타고 있는 ***이라고 합니다.
작년부터 Bold Luxury라는 타이틀로 시작하여 여러가지 방향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캐딜락의 진정한 가치가 대중들에게 많이 어필되고 있고, 저희 회원들 뿐 아니라 캐딜락을 사랑하며 캐딜락을 타는 많은 고객들에게 기쁨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 준 트랙행사들로 우리나라에서 캐딜락을 모르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사람들 조차도 점차 캐딜락의 변화와 진보를 예의 주시하며 미국차에 대한 그릇된 편견들을 조금씩 지워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캐딜락에 대한 사랑이 버금 가라면 서러울 제가 안타깝게 느끼는 몇가지 점이 있어 이렇게 사장님께 편지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하나씩 항목을 붙여서 말씀 드려 보겠습니다.
1. 차 보다는 Cadillac 브랜드를 먼저 팔아주세요.
지금 Cadillac 본사의 Johan de Nysschen 사장님이 Cadillac 재건을 위해 신경 쓰고 있는 주된 부분도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차 한대를 고객에게 넘길 때 제대로 된 가격을 받고 넘기자. 지나친 프로모션이나 할인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말자’ 라면서 말이죠. 결국 싸게 많이 파느냐, 조금 비싸더라도 적절하게 파느냐는 그 수익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겁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후자가 더 이득인 것은 자명할 것이구요. 그래서 새로운 상품이 나올 때마다 그 차 자체에 대한 광고나 프로모션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평소에 ‘Cadillac’이라는 브랜드가 대중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마케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결국 때 마다 프로모션 기획을 무리하게 하지 않더라도 꾸준한 판매를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중략)
GM코리아나 한국GM이 돈이 없고 능력이 없어서 독일산 브랜드와 비교되게 이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장님께서 Chevrolet에서 요즘 보여주시고 있듯이 기획력과 추진력을 가지고 Cadillac에서도 새로운 마케팅들을 선도해 주시면 결국 한국GM과 GM코리아 전체가 다 이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Cadillac Korea’로의 사명 변경과 독립적인 활동
지금 장재준 총괄사장이 이끌고 있는 ‘GM Korea’라는 회사명은 ‘Cadillac’이라는 Premium brand를 대표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GM이라고 하면 GM Daewoo시절을 떠 올리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 (중략) .... 물론 과거에 SAAB와 Cadillac을 함께 다루던 역사가 있고 지금 현재도 서비스센터에서 서비스 클리닉을 할 때 두 브랜드에 다 동일한 혜택을 주고 있지만, 더 이상 사장되어버리다시피 한 SAAB 브랜드를 시장에서 다루지 않는 현 상황에서 굳이 GM Korea라는 이름을 유지해서 premium brand인 ‘Cadillac’의 brand value를 깎아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간혹 신차 발표 행사장을 볼 때에도 Cadillac과 Chevrolet가 서로 구분되어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야 사람들이 보기에도 ‘GM이라는 한 모회사를 가지고는 있지만 premium brand인 ‘Cadillac’은 GM에서도 특별 대우를 받는구나!’ 라는 느낌을 가질텐데, 근래의 Sergio Rocha 사장님이 있을 때까지는 그냥 GM이라는 한 브랜드 안에 두 가지의 브랜드 Chevrolet과 Cadillac이 있거나 Chevrolet 아래에 Cadillac이 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Cadillac의 신차 발표행사라면 Cadillac을 대표하는 사람들만이 나와서 차량을 소개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이 있어야지... Chevrolet와 Cadillac을 모두 운영하는 한국GM의 주력 brand가 국내에서 Chevrolet라고 해서 Chevrolet 행사장에도, Cadillac 행사장에도 한국GM의 사장님과 관계자들이 주로 행사를 주관하는 듯이 보이면 Cadillac brand의 premium value는 점점 희석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 Volkswagen-Audi-Porsche가 한 그룹으로 되어 있다고 Volkswagen회장이 Porsche 신차 발표회에 나와서 행사를 주관하는 모습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제임스 김 사장님이 오시고 나서 근래의 Chevrolet brand의 행보를 보면 정말 눈에 띄는 거침 없는 행보를 보여주시고 있어 많은 자동차 매니아들이 Chevrolet와 한국GM을 눈여겨 보게 됩니다. 사장님의 그런 추진력과 결단력이 앞으로는 Cadillac 에도 영향을 미쳐서 지금까지보다 좀 더 Cadillac의 premium value가 인정받는 그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3. 보증연장 프로모션(Warranty Extension for Sales promotion)과 서비스센터 환경개선
2015년은 GM코리아에서 진행했던 Cadillac CTS 보증연장 프로모션(Warranty Extension for Sales promotion)으로 얼룩진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중 언제 차를 구입했느냐에 따라 동일한 차종의 보증기간이 달라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Importer 입장에서는 수입된 물량의 판매 촉진을 위해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것은 잘 압니다. 다만, 보증 연장을 판매촉진 수단으로 사용할 정도라면 그 혜택을 받지 못한 고객들에게 유상으로라도 보증 연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는 것이 고객 만족과 고객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 아니겠습니까?
우리나라에서 늘 수입차 판매 1위를 달리는 BMW는 유상 보증 연장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것들은 벤치마킹을 하시지 않는 겁니까?
(중략)
서비스센터 환경개선은 뭐 이미 잘 알고 계시는 문제일 것이라 길게 말씀드릴 것도 없습니다. 타 브랜드를 타다가 American Luxury가 궁금해서 Cadillac으로 오신 분들이 제일 많이 놀라는 게 바로 서비스센터의 낙후된 시설입니다.
차가 많이 팔리고 수익이 나야 서비스 센터 시설에도 투자한다는 말은 고기를 많이 잡아야 그물과 배도 새 것으로 바꾼다는 말과 다를 바 없는 거죠. 그런데 그게 맞는 말일까요? 그물과 배를 새 것으로 바꿔야 고기가 많이 잡히는 겁니다.
BMW처럼 영종도에 트랙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은 하지 않겠습니다. Cadillac의 공식 서비스센터 시설 개선에 투자 좀 해 주십시오. Cadillac 타면서 가장 창피한 순간 중의 하나가 바로 공식 서비스센터를 타 브랜드의 차량을 타는 지인과 함께 방문하는 순간입니다.
4. V series branding과 출시에 관하여.
ATS-V의 런칭과 가격 선정은 진정 신의 한 수 같았다고 찬사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ATS-V가 아직 디테일한 면에서 BMW의 M이나 Mercedes-Benz의 AMG보다는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그들과 같은 가격대를 고수할 수 없다는 부분은 당연한 사실이며 사람들이 그런 부분에서 인지할 수 밖에 없는 그 가격차이를 2가지 트림으로 나누어 Carbon Fiber Package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버전으로 경쟁 브랜드 대비 부족한 점을 낮은 가격으로 상쇄시키고 Cadillac 매니아들을 위해서는 Carbon Fiber Package를 넣은 상품을 준비하여 선택에 대한 만족감을 향상시켜 주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언론에 공개된 이야기에 의하면 신형 CTS-V가 국내에 출시될 때에는 Carbon Fiber Package가 빠진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 http://auto.naver.com/magazine/magazineThemeRead.nhn?seq=18689)
그런데 그 이유가 Carbon Fiber Package가 들어가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질까봐 그렇다는 말에서 정말 아연실색 했습니다. 마치 V Series를 사는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Carbon Fiber Package 가격인 700~800만원 정도가 더 오르면 차를 구입하지 못하니 비싼 가격대의 버전은 출시를 안 하겠다는 이야기처럼 들려 정말 빈정 상하더군요.
언제 판매사가 고객 주머니 사정까지 고려해서 몇 대 팔리지도 않을 차량의 가격선정에 저리도 깊은 배려를 해 주었는지요?
V Series를 사려는 사람은 Cadillac의 매니아들입니다. 물론 타 브랜드의 고성능 차량을 타다가 V Series로 넘어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국 시장에서 V Series는 그다지 높게 평가받고 선호의 대상이 되는 고성능 sub-brand는 아닙니다.
결국 주된 고객층은 기존에 Cadillac을 알고 있고 Cadillac의 High Performance Lineup을 좋아하던 사람들이 주 타겟층인데 1억짜리 차를 사겠다고 계획하는 사람들이 700~800만원 차이로 차량 구입을 꺼릴 것이라는 생각은 어떤 마케팅 담당자의 머리 속에서 나온 생각인지 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뿐입니다. 차라리 미국 현지에서조차도 수량이 달리는 Carbon Fiber Package 적용 모델을 한국으로 들여올 자신이 없다는 변명이 훨씬 낫겠습니다. Indiuidual order도 지원되지 않으면서, 최고 사양도 아닌 트림만 수입한다는 건 이런 급의 차량을 원하는 수요에 대한 지식이 한참 부족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ATS-V때처럼 Carbon Fiber Package 적용 유무를 나누어 차량을 출시하는 겁니다. 타 브랜드에서 Cadillac으로 넘어와 비교적 싼 가격에 미국산 고성능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Carbon Fiber Package 따위는 접고 들어갈 것이고 저와 같이 Cadillac에 미친 매니아들은 몇 달을 기다려서라도 Carbon Fiber Package 뿐 아니라 각종 다른 옵션들까지도 제공된다면 추가해서 주문할 것입니다.
고성능 sub-brand 차량들은 대량 판매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튀어 보여서 남들의 시선을 느끼고 싶고 달라 보이고 싶고 무엇보다 Unique 해 보이고 싶어서 그런 차량을 타는 겁니다. Cadillac의 퍼포먼스와 관련된 모든 기술력과 미학이 녹아 있는 그런 완전체를 타고 싶은 것이지 대충 가격 맞춰서 싸게 조합되어 나온 차를 사고 싶은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런 게 V Series branding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BMW의 M이나 Mercedes의 AMG에 쫄아서 가격대 성능비 안 나올까봐 싸게 만들어 팔려고 하십니까? 세계 어느 브랜드랑 비교해 보아도 그 성능이나 Unique함에서 밀리지 않는 게 바로 Cadillac V Series이고 그 V Series의 가장 진화된 버전이 바로 이번에 출시를 앞두고 있는 CTS-V입니다. 자사 상품에 대해 당당함과 오만함을 보여도 되는 게 바로 이 V Series 라는 말입니다. (미국에서도 Carbon Fiber Package가 포함된 주문이 6개월 가량 밀려있다고 합니다. 세계 어디에서도 소비자의 눈은 그렇게 정확한 겁니다. )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Cadillac 차를 팔려고 하시지 말고 Cadillac Brand를 팔아주세요!
두서 없는 이야기들로 이미 사장님께서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떠들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8년째 Cadillac 바라기로 GM Korea와 Cadillac을 응원하고 있는 한 작은 고객의 충심이라고 생각해 주시고 앞으로 더 건승하시게 되기를 바라고 지켜보겠습니다.
그렇게 편지를 보낸 게 어제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GM코리아에서 익일 특급 등기로 편지가 오더군요...
2주를 넘게 아무런 반응도 없던 곳에서 부랴부랴 어제 부로 편지를 써서 보낸 것이더군요.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편지를 이리도 급히 보내셨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뭐... 어쨌든 여러가지로 건의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새겨 듣고 노력하겠다는 짧은 반응이나마 있어 흡족함도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편지를 확인한 직후 이메일 알람이 와서 확인해 보니 어제 이메일로 한국GM 제임스김 사장님한테 보냈던 메일의 답장이 와 있는 것입니다.
2주를 기다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던 어떤 분과는 달리 이메일을 보낸지 만 하루가 지나기 전에 호의와 성의가 담긴 답변을 친절하게 보내주는 그 모습에 감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2주간 아무런 답변이 없다가 이메일과 거의 동시에 익일특급으로 온 그 답장의 의도가 자발적으로 고객을 생각하는 순수한 마음이 아니라 윗선에서 강요당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이야기들을 판매자와 자유롭게 나누고 소통하는 것이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대기업 문화라는 것이 고객을 고객이 아닌 호갱 취급하는 것이다 보니 이젠 거기에 너무나 익숙해져버려서 정말 예상치 않은 따뜻하고 즉각적인 반응에 다소 놀라고 감동할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물론 굉장히 피상적인 대답이라고 할 수도 있고 그 마저도 그저 말 뿐일 수도 있습니다. 잘 하겠다. 고객과 소통하겠다. 이런 이야기를 한 두번 듣는 것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한국GM 제임스 김 사장님에게서 온 답변의 속도나 짧지만 굵은 답변의 내용에서는 뭔가 다른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호갱님 그렇게 타는 겁니다'라는 어구를 탄생시킨 어떤 국내 제조사에 이젠 지칠대로 지친 국내 소비자들에게 이 정도 마인드와 자세를 가진 수장이 이끄는 브랜드라면 뭔가 대안이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잠시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한국GM과 캐딜락이 어떻게 힘쓰고 변해가는지 긍정적인 시각으로 한 번 계속 지켜볼 생각입니다.
아직 칭찬할 거리가 별로 없는 캐딜락이기는 하지만 한국GM 사장님의 이런 고객소통 자세는 널리 칭찬받을만 하다 생각되어 주저리 주저리 글을 써 봤습니다. 별 재미도 없지만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굽실~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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