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김민석.전진배] 5조4000억원을 들여 수입한 최첨단 전투기들이 미사일 한 방 제대로 쏠 수 없는 '종이 비행기'로 전락할지 모른다. 미사일 운용에 필요한 전파를 군이 미리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전파관리자인 정보통신부도 속수무책이다. 십수 년간 공군의 염원인 차세대 전투기 사업이 한 올의 전파로 먹구름을 만난 것이다.
국회 국방위 소속 열린우리당 김명자 의원은 "연말부터 국내에 실전배치되는 F-15K 전투기 40대의 미사일 운용 전파가 확보되지 않아 전투기 핵심기능이 상당히 제한받게 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국방부에서 받은 자료 등을 종합하면 이렇다.
공군이 합참을 통해 정보통신부 측에, F-15K와 장착 장거리미사일인 SLAM-ER(사정거리 300㎞)을 연결하는 데이터링크용 주파수 허용을 요구한 것은 2005년 1월. 그러나 공군이 요청한 주파수와 유사한 대역은 이동통신 PCS와 IMT2000이 이미 점유하고 있었다. 정통부는 혼선 가능성을 들어 군의 요구를 거부했다.
미사일의 활용도가 매우 큰 F-15K가 SLAM-ER 미사일을 발사하는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주요한 전투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군은 즉각 F-15K 제작사인 미국 보잉사에 주파수 대역 관련 소프트웨어를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보잉 측은 소프트웨어를 새로 만들어 교체하기 위해서는 수백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근까지도 군은 보잉 측과 협상을 벌였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공군은 유도탄 데이터링크 시스템을 포기하고 대신 컴퓨터를 활용한 모의훈련장비(CATM)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대안은 미군의 통신망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미군이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면 F-15K의 기능을 온전하게 가동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측이 언제든 주파수 대역 사용을 거절하면 F-15K의 기능이 축소되는 것이다.
◆ 전파 없이는 아무 구실 못해=현대전에서 전파는 첨단무기의 신경 역할을 한다. 예컨대 전투기의 경우 목표물을 설정하고 조준해 발사하는 정보는 모두 전파를 타고 이동한다. 전파가 없으면 전투기에서 발사한 미사일을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물론 표적에 관한 정보 파악도 곤란해진다. 현재 도입이 검토되거나 도입 예정인 공중경보기(EX)나 이지스함(KDX-Ⅲ), 무인정찰기(UAV) 등에 대한 주파수 확보도 시급하다.
주파수 문제와 관련, 공군은 "F-15K 사업이 2002년 확정됐고 이 전투기에서 사용될 공대지 장거리미사일 SLAM-ER의 주파수 대역은 2004년 12월 결정났다"며 "국내 상용 PCS는 2000년에 동일한 주파수를 이미 선점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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