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견인차인 '전차(電車)군단'이 부활을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전기전자(IT)와 자동차 업종이 엔저에 따른 부진을 털고 증시 상승세를 이끌어 글로벌 증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도 해소됐다.
그러나 실적 전망은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 추세적으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電車군단 상승세로 디커플링 해소
21일 한국거래소와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가 2,024.64로 급등하며 작년 말보다 1.4% 상승한 채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19일(1,985.83)까지만 해도 2,000선을 밑돌며 작년 말보다 0.6% 하락한 상태였다.
그동안 코스피는 글로벌 증시와 디커플링 현상을 보이며 나 홀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수치가 13,927.54로 작년 말보다 6.3% 높았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0.3%,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5.6%, 홍콩 항셍지수는 2.8%, 대만 가권지수는 4.3% 각각 올랐다.
단숨에 2,000선을 돌파한 것은 전차군단의 동력 때문이다.
삼성전자[005930]는 최근 8거래일 중 7거래일간 상승하며 한 달여 만에 150만원을 돌파했다. 전날 전체 시가총액은 228조원으로 지난달 14일 이후 최고였다. LG전자[066570]도 최근 10거래일 연속 올랐다.
자동차주 역시 최근 상승세를 타 현대모비스[012330]는 전날 30만5천500원으로 올해 들어 최고가였다.
현대차[005380]는 전날 21만7천원으로 마감, 지난달 23일(21만8천원) 이후 약 한 달 만에 최고였고 기아차[000270]는 전날 종가(5만4천700원)가 지난달 17일(5만5천원) 이후 가장 높았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의 주식을 사들여 이달 들어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480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코스닥시장에서도 2천19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8천884억원어치 순매도했고 코스닥시장에서 260억원어치 순매수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1분기 실적 전망치는 하향세
전차 군단의 주가 상승세와 달리 1분기 실적에 대한 전망치는 여전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에프앤가이드 집계 결과 증권사 3곳 이상이 최근 전망한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8조2천317억원으로 한 달 전 전망치보다 0.86% 증가했다. 그러나 순이익 전망치는 한 달 새 6조8천75억원에서 6조7천95억원으로 1.44% 오히려 줄었다.
최근 LG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천211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8.56% 줄었고 순이익은 3천285억원에서 2천174억원으로 33.81%나 감소했다.
일본의 강력한 엔화 정책으로 도요타 등과 경쟁하는 국내 자동차 회사의 수익 전망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최근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281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47% 줄었고 기아차도 1조656억원에서 8천995억원으로 15.59%나 감소했다.
◇"電車군단 과도한 쏠림은 경계해야"
IT와 자동차 업종에 대한 증시 전문가들의 전망은 중립적이다.
두 업종이 작년 연말과 올해 초 낙폭이 두드러졌던 만큼 단기적으로 상승 잠재력은 높은 편이지만 엔저 방향성을 고려할 때 예전처럼 주도주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교보증권 변준호 연구원은 "지금은 개별기업의 실적보다 경기 또는 시장 관련 변수에 중점을 두고 투자를 결정할 때"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지난달 외국인이 팔았다가 이번 달 다시 사고 있는 수출업종이라면 수급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IT, 자동차 업종 등을 추천했다.
하지만 중장기적 측면에서 이들 두 업종이 코스피 상승을 견인할 주도주로 복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증권 이상원 연구원은 "최근 시장에서 엔화의 추세적 약세 여지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강화하며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았던 자동차와 IT업종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엔화 약세라는 방향성에 큰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어서 향후 IT와 자동차 업종이 지속적으로 주도주 지위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환율 변화가 실제 수출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가 1∼2분기 정도 지연되는 만큼 최소 올 1분기 실적 발표까지는 두 업종의 실적 전망치가 추가적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이 연구원은 "업종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IT와 자동차업종에 대한 과도한 쏠림은 경계한다"고 조언했다.
박상돈 기자 kaka@yna.co.kr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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