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글을 잘 쓰지 않고 읽기만 하는 편인데 마침 야간 근무여서 심심하던 차에 또 하나 적어봅니다.
요 아래에 썼다시피 지난 여름의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여행 때 렌터카로 다녔을 때의 느낌입니다.
독일이 제가 느끼기로는 운전문화나 제도, 차량의 성능 등 여러면에서 세계최고라고 해도 무리가 없는데
그런 환경을 만든 것은 당연히 독일 사람들이겠지요.
아우토반에서의 진입 때 들어오는 차들을 위해 맨 오른쪽 차선을 비워주는 건 말씀드렸지만,
속도 무제한인 아우토반이 제일 처음 만들어졌을 때 단 하나의 원칙이 있었는데 더 빠른 차가 오면 차선을
비켜주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속도가 느린 차는 오른쪽 차선으로 순차적으로 이동하고 빠른 차가 왼쪽으로 다니게 되면 오른쪽으로는
신경을 덜 써도 되고 진입하거나 나가는 차량은 속도를 충분히 줄여서 다닐 수 있게 됩니다.
이번 여행이 휴가철이어서 차량이 우리나라보다 적지는 않았는데, 제가 주로 독일 동부를 다닌 관계로 산악지방이 많아서 보통 편도 2차로였는데 그 넓지 않은 도로에서 160km이상으로 20여분을 계속 순항하기도 했습니다. 뒤에서 빠른 차가 오면 속도를 더 내거나 줄여서 오른쪽으로 빠져주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더군요. 물론 저도 그랬고요.
아우토반이라고 모두 속도무제한은 아니고 도시 근교나 인터체인지 근처, 공사구간 등에서는 속도제한이 대부분 있는데 공사구간은 60km까지 제한하기도 합니다.
특히 지방 국도의 경우 마을이나 작은 도시를 지날 때면 무조건 50km이하로 속도를 줄이는데 속도제한 표지판은 없는 곳이 더 많지만 모든 사람들이 속도를 지키더군요.
국도변에 사시는 분들은 늘 느끼시겠지만 빠른 차들이 지나갈 때의 소음과 위험은 생활 자체를 어렵게 합니다. 독일 사람들은 그런 부분을 간과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빨리 갈 수 있는 환경에서는 빨리 가고 빨리 가면 남에게 피해가 갈 환경이면 그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만든 법제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남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
신호가 바뀌었을 때 노란 불이 들어오면 대부분의 차들이 엑셀을 힘차게 밟아 출발합니다.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결과는 교차로를 통과하는 차량의 숫자가 많았던 겁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다는 건 제한된 도로에서 교통 소통을 더 원활하게 할 수 있죠.
운전 중에도 그네들은 운전에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았습니다.
운전중에 담배를 피우거나 휴대폰 통화를 하는지까지는 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처럼 답답하게 어물쩡거리거나 필요없이 브레이크를 밟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운전에 집중하지 않고서는 그렇게 하기 힘들겠죠.
제가 길을 찾다 그들에게 답답함을 주지 않았을지 늘 염려될 정도였습니다.
늘 빠르지는 않지만 앞에, 옆에, 뒤에 누가 오는지 앞으로 어떤 상황이 될지 늘 주시한다는 건 남에 대한 배려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여담으로,
체코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드레스덴에서 바트 샨다우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구 동독지역이기도 하지만 산길이어서 헤어핀도 있고 꼬불꼬불한 왕복 2차선인 길이었는데 전 초행길이었지만 나름대로 운전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차량 성능도 괜찮은 편이어서 시속 60km정도로 열심히 달리고 있었는데 헤드라이트를 켜고(대부분의 차량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다닙니다) 뒤에 바짝 따라붙는 차들이 제법 있길래 앞이 좀 트이면 비켜주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손쌀같이 저 멀리 멀어져 가더군요.
폭스바겐 폴로나 골프 구세대같은 그리 좋지 않은 차들도 그렇게 열심히 달리길래 참 신기하다 싶었는데 도로옆 표지판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한속도 80k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