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6개월 밀렸는데…야근 안한다니"..현대차 속앓이
[이데일리] 2006년 11월 09일(목) 오후 03:02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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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공장 노조, "새벽 심야근무 안하겠다"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현대자동차(005380)의 트럭과 버스, 엔진 등을 생산하는 전주공장이 '주야 2교대 근무' 도입 여부를 놓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주문량이 밀려 일부 차종의 경우 6개월 이상 출고가 늦어지고 있지만 노조가 야간 근무에 반대해 생산량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 때문. 현대차 관계자는 "출고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자고 했지만 노조 측이 근무조건 악화 등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사측, "버스 주문 올스톱..2교대 안하는 유일한 공장"
주야 2교대 근무는 공장을 24시간 돌리면서 주간조와 야간조가 교대를 통해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 그러나 현대차 전주공장의 버스·트럭 라인은 1개조 주간근무만을 시행하고 있다.
버스와 트럭은 전시장 등에 재고를 쌓아놓고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문생산에 가까운 방식이기 때문에 그동안 판매 추이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와 공장 설립 이래 단 한 번도 2교대 방식을 적용한 적이 없다. 그러나 최근 해외 주문 물량이 늘어나면서 생산이 주문을 따라가지 못하게 된 것.
현대차 상용부문 최한영 사장은 9일 프리미엄급 신형 버스 '유니버스'를 출시하는 발표회장에서 "최근 공장을 못 돌려서 버스 주문을 아예 못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버스와 트럭 주문이 내수 6천대, 수출이 5천대 가량 밀려있고 버스와 5톤트럭은 5~6개월 가량 출고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 최 사장은 "전세계에서 2교대 근무를 하지 않는 공장은 전주공장 뿐"이라며 노조의 비협조에 대해 불만을 털어놨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선 버스 생산라인만 2교대를 먼저 도입하고 트럭은 시간당 생산대수를 늘리는 식으로 하자고 요구했지만 노조에서 잘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2교대를 대비해 700명 가량의 신입사원도 거의 뽑아놓은 상태인데 아직 발령을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 출고가 적체되면서 버스 주문은 6개월 이상 기다릴 수 있는 수요자를 제외하고는 아예 주문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수출 주문도 받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2010년까지 버스나 트럭 등 상용차 부문에서 내수 5만대, 수출 9만대로 총 14만대를 팔겠다는 계획이지만, 상용차 생산공장인 전주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하루 10시간 1개조 주간근무만으로는 생산량이 5만대를 넘기 어려운 실정이다.
◇ 노조, "도요타·혼다도 심야작업 안한다..근로조건 개선방향에 역행"
그러나 주야 2교대 근무를 반대하는 노조 측의 주장은 다소 다르다. 심야근무를 도입하자는 회사 측 요구는 지난해 9월 현대차 노사가 2009년부터 새벽근무를 폐지하고 이른 아침부터 자정까지 주간 2교대 근무만을 시행하기로 한 입단협 합의의 방향에 위배된다는 것.
노조 관계자는 "심야근무 폐지는 2009년부터지만 기존의 심야근무도 폐지하는 상황에서 안하던 심야근무를 도입하는 건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방향과 다른 것이며 새벽 근무는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유독 우리나라만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혼다와 토요타도 폐지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야 2교대 이외의 대안은 생산설비를 늘리거나 단위시간당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인데, 생산설비 확충은 비용문제로 회사 측이 난색을 표하고 있고 시간당 조립댓수를 늘리는 방식은 노동강도가 높아진다는 이유로 노조 측이 고개를 젓고 있는 상황이다.
남은 대안은 2009년부터 실시하기로 한 주간 2교대(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방식을 전주공장에 미리 적용하는 것인데 노사 양측 모두 주간 2교대의 급여체계 등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머뭇거리는 중이다.
주야 맞교대로 주문적체를 해소한 후에 다시 1개조 주간근무로 돌리기 어려운 것은 인력 운용문제 때문이다. 결국 향후 상용차의 수요 전망이 관건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사측은 앞으로도 꾸준히 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주야 2교대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노조 측은 그동안 단 한차례도 하지 않았던 주야교대 근무를 위해 생산라인 근로자를 두 배나 늘려놓으면 앞으로 주문물량이 다시 줄어들 경우 문제가 생긴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노조와 협의를 통해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다음주 중에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이 2교대 문제에 대해 아직 한차례도 공식적으로 협의를 해온 적이 없다"고 밝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