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05년 4월에 구입한 BMW 320i로 인해 내가 겪었던 얘기들을 최대한 사실에만 입각해 적어보려고 한다.
그 차가 내 손에 들어온 이후 내가 몇번의 수리를 받아야 했는지 지금 내 기억 속에 그 횟수가 남아있지 않다.
언제부터인지 더이상 그 횟수를 헤아리는 것이 스스로를 너무 화나게 할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진짜 헤아릴 수가 없게 되었다.
차를 받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부터 서비스 센터를 드나들어야 했는데, 주로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였다.
- 운전석 및 조수석 B pillar(앞문과 뒷문 사이의 기둥)에서 간헐적으로 들리는 잡소리
- 오디오와 에어컨 등이 설치된 중앙부(센터페시아)에서 지속적으로 들리는 잡소리
- 저속 주행시 브레이크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쇳소리
- 선루프에서 간헐적으로 들리는 잡소리
- 바퀴와 차체를 지지하는 서스펜션에서 들리는 잡소리
- 계기판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차량 이상 경고등 작동 2회
- 주차 브레이크 소음
그 외에도 더 있었지만, 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서비스 센터에 다니면서 날려버린 시간이며, 교통비도 만만치 않다.
그나마 수리가 된 것도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애교였다.
2006년 6월 6일 오후부터는 보다 심각해진다.
주행하다가 갑자기 시동이 꺼져버렸다.
놀라긴 했지만, 다행히 서행중인 상태여서 차를 길가에 멈출 수 있었다.
시동이 꺼지면 브레이크도 작동하지 않고, 핸들 역시 파워핸들 기능이 멈춰버리기 때문에
주행중에 시동이 꺼지는 것은 곧바로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인 것이다.
서비스센터에서 차를 수리했다.
차량을 제어해주는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어 업데이트용 프로그램을 설치해주겠다며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으로 수리가 완료되었다.
2006년 7월 8일.
급히 헌혈을 해야 할 일이 있어 여의도로 향하던 길이었는데, 교차로에 멈춰서는 순간 스르르 시동이 또 꺼졌다. 문제가 있다던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시동이 꺼진 것이다.
다시 입고를 하라 했다. 이번에도 역시 프로그램 문제인 것 같다면서.
곰곰 생각해봤다.
처음 한 번 꺼졌던 것, 그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치자. 다 고쳤다며 차를 자신있게 내놓던 그 모습을 생각해보면, 두번째 꺼진 것은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번에도 또 수리를 했다며 내놓을 차를 나는 더 믿지 못할 것 같았다.
내가 더이상 그 차의 테스트 드라이버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BMW Korea와 Kolon Motors에 "나는 이 차를 못믿겠으니, 차를 바꿔주거나, 환불하라"고 했으나, 그들은 차를 고쳐보자는 얘기만 반복했고, 서로의 주장이 굽혀지지 않는 상태였다.
그렇게 평행선을 달리던 2006년 7월 11일.
시동은 또 꺼졌다.
이 과정에서 여러명의 영업사원, 수리기사, BMW Korea 직원 등과 직접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는데, 이렇게 시동이 꺼지는 BMW가 한두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발적으로 리콜을 하지 않았으며, 이 사실을 자인한 셈이었다.
그들이 얼마나 소심하고, 고객을 우습게 여기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BMW Korea에서는 독일에서 파견나온 미케닉이 있으니 한번 맡겨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는 수 없이 한번만 더 믿어보자며 차를 맡겼다.
2주일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차를 받았고, 한동안 말썽 부리지 않고 잘 달려주었다.
정이 다 떨어졌던 차지만, 다시 정을 붙여보자며 스스로 결심했다.
2006년 10월 14일.
잘 달리던 차가 갑자기 펑크가 난 것 처럼 심하게 진동하며 요동친다.
그순간 계기판에는 엔진 이상 경고등이 떴고, 마침 교차로에 멈춰섰다.
브레이크를 밟고 멈춰서자 진동은 더 심해졌고, 마치 내가 경운기 위에 올라타있는 것처럼 몸이 떨렸다.
시동이 꺼질듯 말듯 엔진 부조화 현상이 왔다.
한동안 그렇게 정차했다가 다시 시동을 켜니 경고등이 사라지고, 엔진 문제도 없어졌다.
이것은 귀신이 붙은 차이거나, 아니면 차의 탈을 쓴 경운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006년 10월 18일. 자신감 넘치는 서비스 기사가 점화코일 문제라며 점화코일을 교체해주었다.
그래, 그게 끝인줄 알았다.
바로 다음날인 2006년 10월 19일. 퇴근길에서 나는 또 경운기를 타야했다.
더 이상 이런 차를 탈 수 없다고 생각해서 다시 BMW Korea와 Kolon Motors에 항의하고 차를 바꿔주든지 환불하든지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역시나, 이 메시지는 무시되었고, 또 다시 서비스 담당자가 수리를 하겠다며 찾아와 차를 가져갔다.
그간 내가 탈 차를 빌려준다며 시승용 차를 가지고 왔다.
차를 가져간 Kolon Motors측에서는 차량을 다시 점검한 후 이번에는 엔진 실린더에 문제가 있다며 부품을 갈아야겠다고 연락이 왔다. 엔진을 뜯어서 부품을 교환한다는 것이다. 불과 1년을 넘긴 차의 엔진을 뜯는다니......
그렇게 10일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수리가 완료되었다며 서비스 담당자가 차를 가지고 왔다. 그 담당자는 시운전도 해봤으며 완벽하게 수리가 되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내가 차에 오르는 순간 또 다시 엔진이상 경고등이 켜졌다. 서비스 담당자의 자신있는 설명이 귀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서비스 담당자는 곧바로 차를 다시 가져가야했다.
그렇게 또 1주일이 흘렀다.
엔진에서만 6회째 문제가 발생했다. 나는 그 차를 탈 수가 없으니 환불 또는 교환해달라 요구했다.
BMW Korea와 Kolon Motors는 단호한 입장이었다.
1년 이내에 3회 이상 엔진문제가 있었다면, 교환 또는 환불이 가능하지만, 1년 1개월부터 문제가 발생했으니 교환 또는 환불 책임이 없다는 것이었다.
법적으로는 그럴지 모르겠다. 그러나, BMW라는 차의 엔진의 안정성은 고작 1년뿐인가 하는 점이다.
1년 1개월부터 엔진이 꺼지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아무리 BMW라 하더라도 그냥 목숨을 걸고 타고 다녀야 하느냐는 것이다.
나는 일단 수리되었다는 차를 받을 수 없다며 대신 내게 빌려준 시승차를 이틀 더 타고 다녔다. 그런 후에야 Kolon Motors의 AS사업본부 팀장을 만날 수 있었다.
팀장은 정히 그렇다면 차를 바꿔주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대신, 약간의 추가 부담을 해달라는 조건을 달았다.
나는 약간의 추가 부담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그 말을 믿고 시승차의 키를 되돌려주었다.
이틀 지난 후 Kolon Motors는 내게 전화를 해서 1천1백만원을 더 내면 차를 바꿔주겠다고 했다. 시승차를 가져간 후 그들로부터 전해온 소식에 나는 기만당했다고 생각했다.
여기까지가 사건의 모든 내용이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내가 탄 BMW는 잔고장 뿐만 아니라 엔진 계통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
그리고, 내부적으로 이를 알면서도 자발적 리콜도 하지 않으며,
엔진계통의 문제가 6회나 발생했음에도 그들은 고객을 기만했다는 것.
이것을 정확하게 알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