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은 끝내고, 이 리오를 보는 순간 역시 여자친구를 수동 운전연습 시킨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며,
900키로 대의 경량급에 1.5DOHC이면 달리기가 쏠쏠하겠다고 생각하며 시승을 하였고,
1500~4000 대의 묵직한 토크에 비해 고알피엠 토크는 약간 떨어졌지만 가벼운 차체로 인해 경쾌하게 달려주는 리오의 성능은 만족 스러웠다.
이전에 프라이드 카뷰레터 수동으로 약간 내리막고속도로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계기판(180)을 꺾어 보았던(정말 오래걸림) 나로서는 1.5DOHC 엔진은 어떻게 보면 환상이었다. 게다가 리어서스펜션은 좌우 일체형으로 알고 있었는데 코너링도 스쿱 순정보다 좋은것 같았다.
그러던 중 하루는 지리산을 놀러가기 위해 산청인터체인지를 나가서 큰 고개글 넘어서 대원사 계곡을 향하게 되었다.
여자친구를 태우고 이날도 유유자적 큰 고갯길(아시는 분도 있을 듯)의 꼭대기를 넘고 내리막 와인딩코스가 꽤 길었던 거 같다.
앞차가 하나 천천히 달리고 있어서 경치를 보면서 서행하는데 뒤쪽에서 시커먼 차가 갑자기 들이민다. 척보니까 이때 유행하던 매그너스 이글이다.
뒷차주는 자신의 차 성능에 굉장히 자부심을 느끼는듯, 앞차 2대가 상당히 거슬리는 듯 쓸데없이 나의 리오 뒷범퍼에 앞범퍼를 들이댄다. 그래봤다 이상황에서 저런 행위는 의미없지 않은가... 전방 대향차로를 잘 살피고 2대를 연속으로 자신의 기량으로 추월하면 그만이다. 하긴 앞차들이 꽉 차있는 도로에서 쓸데없이 똥침놓은 차들이 하루이틀도 아니다.. 정말 이해할수 없는 처사이다. 밀어볼테니 속도를 내라는 뜻인가...
아무튼 이 처사에 혈압이 오른 나는 이때 리오의 앞타이어가 마모가 심하게 된 상태를 감수하고 한판 벌이기를 마음 먹었다,
우선 앞차를 추월하고 비상등 넣고 속도를 내자 상황이 좋아진 뒤의 매그너스는(오토일 것으로 짐작된다, 수동이었다면?) 여전히 내 뒤에 붙는다. 급 와인딩 내리막길 코스가 펼쳐진다. 리오가 계속 2,3단 엔진브레이크를 써가며 무섭게 달리자 매그너스는 어느정도 까진 뒤에 열심히 붙어오려고 애를썼으나, 결국에는 약간 뒤로 쳐지기 시작한다(표정이 어땠을까? 무시하던 차에게 당하다니...).
중간에 티코하나를 같이 추월하고 내리막을 다 내려왔다. 이렇게 끝내면 심심하다.
평지길이 나오고 약간의 직선코스도 나온다. 일단 속도를 줄이고 매그너스를 앞으로 보낸뒤 이번엔 내가 뒤에 붙었다.
매그너스가 당황하는 기색이 완연하다(사실 요즘은 나이를 먹으니 괜한 시비가 생길까봐 이렇게 까진 안한다). 그러나 자존심이 있지 속도를 내기 시작하고 몇번의 급코너에서 상대는 엔진브레이크가 아닌 풋브레이크로 가까스로 급제동을 하는 것이 보인다. 오토가 분명하다.
여기서 물론 오토차량도 엔진브레이크를 쓸수 있지만 미션에 약간의 부담이 되고, 스틱보다 더 귀찮다. 상대방은 이렇게 까진 하진 않고 있다, 기량이나 지식이 부족할 수도 있고,
목표지점이 보인다. 좌회전 90도 코너후 직선코스이다, 약간 더 매그너스 뒤에 붙어서 엔진브레이크 2단까지 써가며 꽁무니에 붙어돌고 좌회전 하자마자 2단 풀가속이다. 2단 5000알피엠정도에서 상대방차 좌측을 지나가고, 3단 넣고 풀가속하면서 상대방은 뒤쪽에 꽤 쳐졌다.
상대는 리오의 가속과 코너링을 믿을수 없는 모양이다. 하긴 리오에 1.5DOHC 엔진에 수동차가 거의 없을테니 상대는 이런차를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한국에 얌전한 리오만 있는게 아니다!!!
속도를 약간 줄였는데 좀 따라오다가 멍하니 차를 세우고 있더니 좌회전 하여 동네로 들어가는 매그너스.
ㅎㅎㅎ, 정말 재미있는 한판이었다. 이쯤되면 정말 눈물나오게 재미있고, 눈물나게 잘 달려주는 리오가 정말 좋다.
글이 약간 나홀로배틀기의 성격이 있지만....
암튼 고갯길의 타쿠미가 좀 생각나는군요ㅋㅋㅋㅋ
커브길이라는 환경에서 가벼운 차체와 수동미션이란 장점을 최대한 살리신듯~~
음...질문은
리오에 들어가는 MI-tech엔진.
이게 기아 B5 계열인지 아님 현대 베타엔진 계열인지 족보가 궁금합니다^^
지나갈때 소리 들어보면 세피아 엔진소리랑 비슷한거같던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