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오랫만에 보니까 재밌네요 ^^

8/12
강원도의 한적한 소도시로 이사왔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태백산맥 줄기는 그야말로 위풍당당하다.

부산에서는 눈이 없었는데, 이 곳은 눈이 많이 온단다.

빨리 겨울이 되었으면 좋겟다. ^o^
난, 눈을 참 좋아한다. 

10/14
이 곳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 같다.
나뭇잎들이 전부 울긋불긋하게 바뀌고 있다.
단풍으로 물든 산에 올라가서

우아한 자태로 노니는 아름다운 노루들을 보았다.
어쩜 저리도 아름다울까! 
세상에서 제일 멋진 동물이 아닐 수 없다. 
여기가 바로 천국이다.
난, 이 곳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11/11
노루사냥을 허가하는 기간이 왔다.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동물을 사냥하려는 사람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사냥꾼들을 모조리 잡아들여야 한다.
저렇게 아름다운 노루에게 총질을 해대는데

어찌 인간이라 할 수 있겠는가.
눈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온 세상을 하얗게 덮는 신의 선물...

아! 기다려진다.

12/2
드디어 간밤에 눈이 왔다!
만세! 만세! 만만세다!
아침에 눈을 뜨자 온 세상이 백설로 덮여 있었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화라고나 할까?
아내와 마당을 쓸고 길을 냈다.
둘이서 눈싸움을 했다 (내가 이겼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

난, 이 곳을 사랑한다.

12/12
간밤에 눈이 더 왔다
아름다운 눈이다.
제설차가 길을 치우느라 눈이 집 앞으로 쌓였다.
내 집 앞은 내 손으로...

아내와 집 앞을 다시 치웠다.
아름다운 곳이다.

12/19
눈이 더 왔다.
나갈 수가 없었다.
오전 내내 삽질하기에 지쳐 버렸다.
삭신이 쑤신다.
이건 뭐 내몸이 내 몸같지가 않다.

오전엔 제설차마저 오질 않았다.

12/22
하얀 똥덩어리(-_-)가 간밤에 더 쌓였다.
삽질하다 손에 물집이 생겼다.

이 놈의 제설차는 내가 집 앞을 다 치울 때까지

숨어서 기다렸다가 나타나는가 보다.
사람을 놀리는 것도 아니고...
빨랑빨랑 와야지!

12/23
드디어 몸살이 났다.
아내도 드러누워서 병간호 해줄 사람이 없다.
약을 사러 나갈 수도 없고...
우와 진짜 욕 나올려고 한다.

12/24
온 몸이 천근 만근, 꼼짝 할 수가 없다.
아내와 난 이틀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하지만 힘을 내야지...
저녁무렵 되니까 몸이 좀 나아지는 것 같다.

12/25
크리스마스라구?

빌어먹을... 그게 어쨋다는거야?
방송에선 서울놈들이, 눈이 안와서 화이트크리스마스가 아니라
서운하다며 생지랄들을 떤다.
저것들을 여기 잡아다 사흘 밤낮 눈만 쳐다보게 해야 한다.
간밤에 그 망할 놈의 눈이 더 왔다.
간신히 몸을 추스리고 일어났는데...
빌어먹을 제설차는 내가 눈을 다 치울 때까지 기다렸는지

기껏 치운 눈을 집앞 쪽으로 밀어놓고 가버린다.
개눔시키들!

공무원들 하는 짓이라니...  

책임감도 없고 그저 무사안일로...

소금을 팍팍 뿌리면 벌써 해결되었을텐데 뭐하고 앉았는지...
도대체, 대갈통이 돌아가는 놈들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많은 눈을 제설차 한 대로 치울 수 있다고 생각하나?

소금 뿌리는 데 제 돈 드나?

다 국가 예산으로 하는 일 아냐?

화가 나서 눈을 하얗게뜨고 욕을 한바탕 해줬다.
쌍놈의 새끼들!

12/27
간밤에 더 많은 하얀 똥덩어리들이 쌓였다!
제설차가 지나갈 때 나와서 삽질한 것 빼고는

3일동안 집안에 쳐박혀서 한 일이 없다. 
어디 나갈 수가 있어야 무얼 하든지 말든지 하지...
자동차가 눈 속에 파묻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기가 도대체 사람 사는 덴가?
일기예보에 또 30cm 가량의 눈이 더 온다고 한다.
30cm라면 삽질을 얼마나 해야 하나?
우와! 돌아버리겠다.

12/28
기상대놈들은 뭐하는 놈들인지 모르겠다.
그러고도 월급받아 먹고 있다니...
핵폭탄으로 죄다 날려버려야 한다.
아니, 눈속에 파묻어 버려야 한다.
일기예보가 틀렸다.
30cm 온다던 게 무려 1m나 내렸다.
도대체 이렇게 눈이 많이 올 수가 있는 건지...
하늘에 구멍이 뚫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정도면 내년 여름에나 다 녹을 것 같다.
제설차가 눈에 파묻혀 오도가도 못하게 되니까

운전수 놈이 우리집에 와서 삽을 빌려 달랜다.
지긋지긋한 그 놈의 하얀 똥덩어리...

1/4
오늘에서야 가까스로 밖에 나올 수가 있었다.
시내까지 가서 식품과 라면을 사서 돌아오는 길에
빌어먹을 노루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그만 내 차로 치고 말았다.
차 수리 견적이 200만원이나 나왔다.
저 망할 놈의 짐승들은 다 잡아 죽여버려야 한다.
뭣때문에 돌아다니게 내버려두는지 모를 일이다.
지난 11월에 사냥한다고 왔다갔다하던 사냥꾼들은

도대체 어디서 뭘 했는지 모르겠다.
기관총이라도 가지고 와서 염병할 노루들을
죄다 작살을 내야 속이 풀리겠다!

3/3
지난 겨울에 제설한다고 얼마나 소금을 뿌려댔는지
차 아래쪽이 다 녹 슬어버렸다.
제설차로 밀어내야지 도대체 왜 소금을 사용해서
이 모양을 만들어 놨느냐 말이다.
국가예산이 저희들 개인 돈이란 말인가?
아껴써야 하지 않겠는가! 무식하고 책임감 없는 놈들... 
아무리 생각도 여기는 신도 포기한 곳 같다.

정말 아름답고 살 맛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