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50대 늦깎이 드라이버입니다. ^^
포르쉐 911 GT3(Type 992)...
11월 11일 출고해서 이제 3천km 탔네요.
그동안 한 달여 데일리로 타면서 느낀 점들을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아... 본격적으로 운행기를 쓰기 전에 먼저
'GT3'라는 모델명에 대해 알려드려야겠네요.
보통 GT가 장거리 운행 'Grand Tour(er/ing)'라는데
일반 자동차 모델들의 이름에선 이게 맞습니다.
BMW GT라든지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뭐 이런 차들.
그런데 911 GT3의 GT는 단어는 같지만 조금 달라요.
편안하고 유유자적하게 장거리를 운행하는 차가 아닙니다.
여기서 GT는 자동차 레이스 대회의 클래스 이름이에요.
드래그 레이스나 한 바퀴 랩으로 경쟁하는 대회와 달리
최소 10랩 전후 많게는 24시간을 달리는(르망24) 레이스여서
Grand Tour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레이스카의 레벨에 따라
GT 1/2/3 클래스로 나누어 대회가 벌어졌습니다.
현재는 주관사나 대륙에 따라 명칭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GT1 클래스가 1,000마력 전후의 하이퍼카,
그 아래로 GT2, GT3, GT4 등이 이어집니다.
각 대회에 나오기 위해서는 메이커들이
일정 대수의 차를 만들어야 했는데(호몰로게이션)
그 차들을 양산해서 공도용으로 판매한 것이
포르쉐 911 GT3의 시작이었어요.
GT2(911 터보 베이스 후륜구동), GT4(718 베이스)까지.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GT3 모델이 있긴 합니다.
페라리 488 GT3, BMW M4 GT3 등등...
그런데 이 차들은 공도용이 아닌 온리 서킷용이에요.
GT3라는 이름이 달려 공도용으로 판매되는
(아마도) 유일한 차가 포르쉐 911 GT3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대회용 레이스카를 만들고 있는데
포르쉐 매니아들이 "공공도로에서도 좀 타게 해줘~"
하도 요청하니 "옛다!"하고 던져준 머신이라는 거. ^^
서킷 전용의 911 GT3 Cup 모델이 또 있고요,
(이 컵카의 엔진을 GT3에도 적용시켜 올렸어요)
GT2 클래스를 위한 911 RSR 모델도 나옵니다.
포르쉐 홈피에 911 라인업이 2부문으로 나눠져 있어요.
카레라(기본에서 GTS까지), 타르가, 터보로 이어지는 라인과
(GT4), GT3, GT2로 이어지는(RS, CS까지) GT 라인.
전자는 이제 모두 터보 엔진으로 변경됐습니다.
그래서 더욱 GT3의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이 인기.
사실 저는 GT3를 사려 했던 건 아니었어요.
이 나이에 제가 서킷에서 랩타임을
줄이기 위해 매진할 체력도 안되고요. ㅎㅎ
단지 2010년 997 카레라 S를 처음 출고해서
운전할 때 느꼈던 아날로그 감성이랄까...
그 느낌을 재현해주는 데일리카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991 후기형부터 모든 911 모델들이
터보 엔진으로 바뀌면서 그 느낌이 안 나요.
적어도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거죠.
911 중 유일한 자연흡기 엔진인 GT3뿐.
옵션도 그런 관점에서 선택했습니다.
기본 가격 2억 2천, 옵션 1,480만 원.
총 2억 3,480만 원인데 엄청난 가성비예요. ㅎㅎ
다른 모델 예를 들어 카레라 S 쿠페에
GT3 정도의 옵션을 넣으면 2억 1천쯤 됩니다.
카레라 GTS는 거의 2억 4천이 넘어가요.
그런데 거기에 컵카 레이싱 엔진이 추가되니
GT3가 2.3억이면 외려 싸게 느껴집니다. ㅋ
외장 컬러는 기본 제공되는 4가지 중 화이트로.
997 때도 경험해보니 10년 이상 타기엔
화이트가 무난하고 질리지도 않더군요.
실내는 다른 911과 달리 컬러 선택이 없습니다.
블랙/GT실버 투톤에 가죽 확장(610만 원) 추가.
GT3는 레이스카 성격이라 대시보드나 도어 안쪽을
기본 우레탄과 알칸타라(레이스-텍스)로 하는 경우도 많은데
저는 데일리카로 탈 예정이니 가죽으로 장식했어요.
스티어링 휠과 기어 셀렉터도 알칸타라에서 가죽으로.
별도 비용 없이 무료로 선택 가능합니다.
가죽 확장 다음으로 비싼 옵션, 카본 루프(520만 원).
이것 역시 원래의 기능은 경량화와 무게중심을 낮춰
랩타임을 줄이기 위한 것이지만 저는 외장 컬러가 화이트일 때
검정색 카본 루프를 하면 차고가 낮아보이는 효과가 있더라구요.
그것 때문에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이 옵션을 넣었습니다.
출고 후 애프터마켓에서 카본 스킨을 붙이는 경우도 있는데...
2억이 넘는 차에 굳이 그런 페이크 작업을 하고 싶진 않았어요. ^^
그 외 소소하게 90리터 연료탱크(30).
원래 64리터인데 GT3는 워낙 기름을 먹어서. ㅎㅎ
서울-부산 왕복해보니 1/2쯤 남습니다.
64리터 997 때는 1/3쯤 남았었어요.
맘 먹고 쏘면 톨게이트 나오는 순간 경고등. ㅋ
주유소 덜 찾아도 되는 건 장점이지만
대신 한번 주유하면 15만 원 내외인 건 감수해야...
주유캡도 기본이 안 이뻐 익스클루시브 디자인(20)으로.
히팅 시트(70)도 넣었습니다. 쿨링은 원래 안돼요.
시계 겸용 스포츠크로노 타이머(70)는 당근 선택.
문 열면 바닥에 PORSCHE 로고 비치는 웰컴 라이트(20)도.
그리고 나름 회심의 3종 패키지 옵션.
안전벨트, 타코미터, 크로노 3곳의 리자드 그린 선택.
909 베르그스파이더, 911 카레라 RS 2.7 등에서 유래된 컬러죠.
블랙/그레이로 자칫 밋밋해 보이는 실내에서
리자드 그린 컬러가 톡톡!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렇게 해서 옵션가는 총 1,480만 원.
국내 출고된 GT3 중 최빈 옵션일 거예요.
그래도 저는 충분히 충분히 만족합니다.
데일리카로 쓰기엔 이 정도도 과분하죠. ^^
아... 현재는 기본 가격이 2억 3,340만 원으로 올라
제 GT3 옵션 포함 출고가와 비슷해졌습니다.
왠지 돈 번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ㅎㅎ
일부러 선택하지 않은 옵션들도 많습니다.
일단 세라믹 브레이크 PCCB, 일명 바나나...
기본 레드 캘리퍼 브레이크도 6P/4P로 충분.
그리고 카본 버킷 시트와 뒤 공간 롤케이지.
서킷 안 타고 데일리로 쓸 거니 굳이 필요없음.
헤드라이트도 상위 옵션 PDLS+보다
기본 PDLS의 디자인이 더 맘에 들었어요.
르망24 레이스에서 919 하이브리드가 처음 선보였던
사각형 꼭지점 데이라이트. 전 이게 훨씬 매력적.
PDLS에서도 헤드라이트 틴팅 옵션을 많이 하는데
까맣게 칠해 안의 파츠들이 보이지 않는 게 싫었습니다.
그래서 그 옵션도 빼버렸어요. 가격은 얼마 안하는 거지만.
휠도 브론즈, 블랙 등 가능한데 역시나 기본 실버가 취향.
뭐든지 포르쉐의 가장 교과서적인 컬러와 디자인에 끌립니다.
출고 후 전측후 유리의 틴팅도 안했어요.
실내가 보이는 게 훨씬 멋집니다. 물론 안전에도.
997과 비교하면 순정 유리에 살짝 틴팅 느낌이 있어요.
이게 997과 992의 차이인지 아니면 992 중에서
일반 911들과 GT3의 차이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아... PPF나 유리막 코팅도 전혀 안했어요.
개인의 취향이고 선택인데 저는 불필요하다 생각하는 쪽.
타이어는 미쉐린의 고성능(UHP) 타이어 컵2가 장착됩니다.
다른 911들은 대개 PS4S나 피렐리 피제로가 끼워지죠.
규격은 전륜 255/35/20인치, 후륜 315/30/21인치.
315mm 컵타이어 뒤에서 달려보면 돌비가 어마어마합니다. ㅎㅎ
출고 때 차를 저희 사무실로 캐리어에 실어보내 받았어요.
X4 타는 함께 일하는 PD가 타이어 트레드를 보더니
"명색이 포르쉐인데 새 차에 왜 헌 타이어를 끼워주냐?"
고 물어서 빵! 터졌습니다. ^^ 컵타이어는 슬릭처럼 밋밋해요.
웜업 후 온도가 올라가면 노면에 쩍쩍 달라붙지만
노면 상태가 안 좋거나 기온/날씨가 받쳐주지 않으면
그립도 나오지 않고 외려 위험해지는 타이어입니다.
완벽한 노면에선 최상의 퍼포먼스를 내지만
전천후 타이어로는 사용할 수 없는 거지요.
그래서 겨울엔 반드시 윈터 타이어로 교환해야 합니다.
조금만 트랙션이 불안정하면 바로 차가 털려버려요.
또 하나의 단점(?)은 가격입니다. 315는 개당 130만 원쯤.
너무 비싸요. 보증만 문제 없으면 나중엔 PS4S로 바꿀까...
어차피 저는 서킷은 안 가고 데일리로 타니까.
외관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역시 스완넥 윙과 GT3 전용 센터락 단조휠입니다.
백조 목처럼 생겼다고 해서 스완넥이라 불리는 윙은
엄청난 다운포스를 만들어준다고 하네요.
나사를 풀어 4단계 중 하나로 조절 가능합니다.
윙 외에도 보닛의 에어 벤트와 측면 도어 아래
블랙 컬러의 사이드 스커트, 하부 언더바디와
후면의 범퍼 아래 디퓨저까지 이어지며
에어로 다이나믹을 극대화 시켜주고 있어요.
사실 자연흡기 엔진은 어느 정도 한계까지 왔습니다.
리터당 100마력을 훌쩍 넘어 4.0으로 520마력이니...
그래서 992로 넘어오면서 GT3도 GT3 RS도
공기역학을 통한 성능 향상에 주력하고 있죠.
뉘르 7분대의 벽을 깬 것도 이것의 영향이 큽니다.
부가적인 장점으로 뒷차의 헤드라이트를 막아줘요. ㅋ
룸미러를 보면 한가운데를 윙이 가로지르는데
이 위치가 정확히 뒷차의 헤드라이트 높이입니다.
그래서 눈부심을 방지해주는 역할이 되는... ㅎㅎ
뒷태가 강렬하다보니 도로에서 본의 아니게
뒷차나 특히 라이더 분들이 놀라는 것도 알게 되네요.
"오~ GT3다!!!" 이렇게 말하는 게 다 들립니다. ^^;;
이번 GT3 전용 센터락 휠은 제 취향에는
포르쉐 역사상 가장 멋진 휠 중 하나예요.
저는 스포크 너무 많은 것도 별로고(BBS 류),
연비를 위해 다른 소재를 혼합한 것도 별로...
샤프한 느낌을 주는 얇은 스포크들만 써서
디스크와 캘리퍼가 훤히 보이는 게 좋습니다.
군더더기 없으면서 강인한 인상이랄까요?
거기에 휠하우스에 꽉 차도록 자리 잡으면 완벽.
디자인적으로도 기능적으로도 세차적으로도 ㅋ
모든 면에서 최상의 휠이라 감히 단정합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실버 컬러가 최고.
차를 타기 전에도, 내리고 나서도 항상 보게 돼요.
뒤 휠하우스 안에 멋드러지게 꽉 채워진 휠과 타이어.
911 GT3의 강력한 성능을 한눈에 느끼게 만듭니다.
자... 이제 시동을 한번 걸어볼까요?
차체 모양으로 생긴 키에는 버튼이 3개 있습니다.
앞이 열림, 가운데가 잠금, 뒤는 보닛(후드) 열림.
보닛은 카본이 기본. 카본 루프는 옵션이고요.
2개의 에어벤트 부분은 뻥 뚫려 있습니다.
카본이라 엄청 가벼운데 그만큼 조심해서 닫아요.
스틸 보닛처럼 꽝! 닫으면 자칫 손상될까 무섭. ㅎㅎ
프렁크(프론트 트렁크)는 제법 공간이 깊고 넓습니다.
어지간한 장보기는 충분히 가능한 스페이스.
뒤쪽 엔진 커버는 열리는 게 거의 없어요.
다른 911들은 전체가 열리고 엔진이 보이며
992 역시 일부지만 팬이라도 노출되는데
GT3는 엔진오일과 냉각수를 보충하기 위한
왼쪽 자그만한 커버가 전부입니다.
딸깍~ 이게 다야? 뭐 이런 느낌. ^^
키 버튼들의 기능을 설명하다보니 한가지 코멘트.
독일차들을 보면 극도로 일관성을 지키고 있어요.
무슨 말인가 하면... 어떤 기능이 켜지거나
또는 더 빠르고 밝고 강해지기 위해서는
모두 다이얼이나 레버를 앞(위)으로 작동시켜야 합니다.
기어 단수를 올리든, 와이퍼의 속도를 올리든
오디오를 작동시키든... 모두 이런 원칙이에요.
사실 너무나 당연하면서 기본적인 원칙이고 배열인데
의외로 이게 반대로 되거나 섞여 있는 차들이 많습니다.
도어 캐치는 평소엔 차체와 같이 이어져 있다가
키를 누르면 아래 부분이 올라오는 팝업 방식.
도어는 스포츠 쿠페다보니 길고 두껍고 묵직해요.
키리스 고는 되는데 키리스 엔트리는 안됩니다.
꼭 열림 버튼을 눌러줘야 해요. 이건 살~짝 불편.
997은 아날로그 키로 열고 키박스에 꽂고 했는데
사람이 참... 이렇게 게을러지더라는. ㅎㅎ
시트는 4웨이의 기본 스포츠 시트 플러스입니다.
카레라엔 한단계 상위 옵션인데 GT3엔 기본이에요.
등받이와 높낮이는 전동, 앞뒤는 수동입니다.
그 위로 18웨이 전동시트와 카본 버킷 시트가 있는데
데일리로 저 혼자 타기엔 기본 시트로도 충분했어요.
기본이지만 스포츠 플러스 시트여서 착좌감은 훌륭.
등이 닿는 부분은 알칸타라입니다. 착~ 잡아줘요.
카이맨 S, 카레라 S를 거치면서 15년을 타왔지만
포르쉐 시트는 누구나 앉아도 참 편하면서
스포츠 드라이빙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뒷좌석은 없어요. 공간은 있지만 시트가 없습니다.
승인도 2인승으로 나왔고요. 짐칸인 셈.
비상시에 가까운 거리는 잠깐 탈 수 있긴 합니다.
골프백은 조수석에 눕혀서 싣고 다녀요.
엄청 큰 포르쉐 스포츠 타올을 시트에 깔고. ^^
뒷좌석 공간에 가로로 백이 2개 실립니다.
997 때는 이렇게 싣고 둘이 골프장 간 적도 있는데
GT3는 그렇게는 안 할 생각이에요. ㅎㅎ
앞시트 뒷부분 가죽이 찍히는 일이 제법 많았습니다.
엔진 스타트는 버튼 대신 왼쪽의 다이얼을 돌려요.
997은 키를 꽂고 돌렸지만 991부터는 키리스 고.
모든 포르쉐들이 왼쪽에 키박스가 있는 건 전통.
그 옛날 레이스에선 드라이버들이 일렬로 서 있다가
스타트 신호와 함께 차로 뛰어들어가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오른손으로 기어를 조작함과 동시에
왼손으로 시동을 걸 수 있도록 만든 거죠.
0.1초라도 시간을 줄이기 위한 것입니다. ^^
키 다이얼 옆엔 라이트 버튼들이 자리 잡았어요.
992는 오토 기능이 있어 편합니다.
낮에는 4개의 꼭지점 데이라이트만 켜져요.
어두운 곳에선 자동으로 PDLS가 모두 작동합니다.
냉간시 GT3의 시동음은 제법 우렁찬 편이에요.
차가 별로 없는 지하 3층에 주차하는데도 살짝 민폐. ㅋ
소리 뿐만 아니라 진동도 어마어마합니다.
등과 엉덩이로 진동이 고스란히 전달돼요.
마치 리터급 바이크에 올라탄 듯한 느낌입니다.
서스펜션, 엔진 마운트, 프론트 리프팅 등
여기저기서 들리는 쩌걱거리는 잡소리도 당연.
방음, 방진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은 레이스카예요.
주문 당시 스탑앤고 기능이 기본 장착되어 있어
'아니... 무슨 GT3에 모양 빠지게 스탑앤고를...'
했는데 데일리로 타보니 있어서 천만다행. ㅎㅎ
신호 대기 중이나 정차 때라도 엔진이 꺼지면
세상 조용하고 편안합니다. 스탑앤고 최고! ^^;;
하루종일 웅웅웅~ 덜덜덜~이라면 엄청 피곤해요.
시동이 걸리면 계기판에 파란색 경고등이 뜹니다.
아직 엔진오일 온도가 충분히 올라가지 않았으니
7천RPM까지만 사용하라는 뜻. 9천 돌리면 안된다는 거.
매뉴얼에 7천RPM이 언급되는 내용이 또 있어요.
신차 길들이기 부분인데 출고 후 1,500km까지는
7천을 넘게 돌리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제가 이 주행거리를 빨리 채우고 싶어서
출고하자마자 부산까지 다녀온 거였죠. ㅎㅎ
계기판은 911의 전통적인 5개 원형 그대로.
가운데 RPM 게이지만 아날로그,
양쪽 2개씩은 모두 디지털 디스플레이입니다.
속도계는 350km, RPM은 1만까지 표시.
HUD는 없지만 속도계 중앙부에 내비 정보 뜨고,
중력 가속도 G값 등 다양한 정보들도
계기판들에 분배되어 표시해주네요.
RPM 게이지도 바늘은 아날로그인데
뒤쪽 디스플레이는 디지털입니다.
크로노그래프도 마찬가지. 이걸 알게 된 게
리자드 그린 옵션 컬러가 어두운 곳에서는 바뀌더라구요.
아날로그 계기판에 별도로 칠한 게 아니라
프로그램에서 컬러값만 다르게 지정해준 거.
그런데도 옵션 돈을 받다니 독한 놈들. ㅋ
안전벨트야 실제로 칠한 거니 이해되지만.
센터페시아 쪽의 디스플레이 모니터는 터치식입니다.
카플레이, 내비, 음악, 그리고 차의 각종 기능들을 선택.
?제일 먼저 활성화 시키는 건 스포츠 배기 사운드예요. ^^
이 설정이 자동 저장되면 좋은데 매번 초기화됩니다.
그래서 스티어링 휠의 퀵 설정 버튼을 눌러줘야 한다는.
아... 순정 내비에서 한 가지 이해 안되는 것.
쭈욱 직진하는 경로에서 삼거리나 사거리를 만나면
일반적으로 "직진하세요"라고 안내하잖아요...
그런데 이 내비는 "왼쪽 도로로 주행하세요"라고 합니다.
우측으로 빠지지 말라는 뜻 같은데 그래도 그렇지... -.-
요즘 신차들이 다 그렇지만 CDP가 없는 건 불편해요.
저는 음악을 CD로만 듣는 편이라...
아쉬운 대로 USB에 저장해서 듣곤 있습니다.
기본 장착된 보스 오디오는 괜찮은 편인데
거의 오디오를 틀 일이 없어 평가하질 못하겠네요. ㅎㅎ
엔진 회전 사운드, PDK 변속 사운드, 배기 사운드가
황홀해서 그거 듣느라 음악을 틀지 않습니다.
시내에서 조용히 달릴 때엔 라디오만 들어요.
FM KBS 클래식 채널 고정. 안전 운전에 도움됩니다. ㅋ
991 때까지 없었던 컵홀더가 기어 셀렉터 아래에 생겼어요.
저는 차에서 물도 안 마셔서 휴대폰 거치대로 사용 중.
조수석 글로브박스 위에 팝업식으로 하나가 더 있습니다.
엔진 스타트와 함께 앞 부분이 올라옵니다.
기본으로 들어간 프론트 액슬 리프팅 옵션이에요.
이게 몇백만 원짜리 가장 비싼 옵션 중 하나인데
포르쉐코리아에서 무슨 생각인지 기본으로 넣어줬습니다. ㅋ
다른 911들에는 추가 옵션인데 GT3는 기본 장착.
방지턱이나 경사로에서 버튼을 누르면 리프팅이 되고
"이 위치를 기억할까요?" 물음에 저장을 선택하면
GPS에 기록되어 다음에 이 위치로 오면 자동으로 올라가요.
아~주 유용한 기능입니다. 아니면 매번 눌러야 하니.
주차장 들어오고 나갈 때 그리고 출퇴근길 등
자주 다니는 경로의 방지턱들을 다 저장해뒀어요.
앞 범퍼 아래에 공기 흡입구 겸용의
거대한 에이프런이 붙어 있어 제법 낮은데
의외로 웬만한 방지턱도 그대로 넘어갑니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방지턱들이나 급경사에서만
프론트 리프팅 버튼을 눌러주면 돼요.
올려졌다 속도가 40을 넘으면 자동으로 내려옵니다.
시동을 걸고 다른 911의 면도기와 달리
수동처럼 생긴 기어 셀렉터를 D로 옮겨요.
그런데도 차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ㅎㅎ
GT3는 오토기어 차들의 크리핑이 전혀 없어요.
악셀을 밟아줘야만 앞으로 전진합니다.
주행 중에도 마찬가지. 악셀에서 발을 떼도
RPM이 떨어지지 않고 3천 정도를 유지해요.
언제든 튀어나갈 수 있게 항상 스탠바이 모드.
그래서 브레이크를 밟을 일이 잘 없습니다.
악셀 온/오프만으로 컨트롤이 가능해요.
전기차와는 또다른 의미의 원페달 드라이빙. ^^
대신 언덕에서 홀드 기능이 없습니다.
수동 차들처럼 뒤로 슬쩍 밀려요. 깜놀. ㅋ
주행 모드는 노멀, 스포츠, 트랙 3가지입니다.
991 GT3까지는 모드 선택 기능이 없었어요.
월드로드쇼 행사 때 독일에서 온 교관들이
"GT3는 항상 스포츠플러스"라고 자랑스레 말했는데
992부터는 공도 주행을 많이 고려한 걸로 보입니다.
노멀 모드가 997 스포츠플러스 정도예요.
스포츠에선 RPM과 사운드가 더 공격적으로 올라갑니다.
트랙 모드는 차체 제어 같은 보조 기능들이 꺼지고요.
공도에선 가급적 선택하지 않는 게 좋은 모드.
스티어링 휠은 아주 경쾌하고 부드럽습니다.
997의 유압식에 비하면 이건 뭐 깃털 같은. ㅋ
997은 진짜 엄청나게 무겁거든요. 손목 나간다는. ^^
GT3 출고하고 첫날 운전했을 때 가장 와닿았던 차이.
직경도 360mm로 양산차들 중 가장 작지 않을까 싶습니다.
재밌는 게 브레이크 디스크가 전륜 408, 후륜 380이에요.
브레이크 디스크보다도 직경이 더 작다는... ㅎㅎ
스티어링 휠은 가볍고 날렵하게 돌아가는데
대신 차의 조향은 아주 정밀하고 묵직합니다.
정말 신기해요. 이게 대체 어떻게 가능한지...
일반 차들이 차선 내에서 2~3개의 라인을 그린다면
997은 6~7개의 라인들을 그릴 수 있다고 말해왔는데
그만큼 유압식 스티어링 휠이 무거웠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992 GT3는 가벼운데 정밀하게 조향되니 참...
저속에선 쉽게 움직이고 고속으로 갈수록 더더 묵직해집니다.
방향 지시등이나 와이퍼를 조작하는 레버도
997에 비하면 아주 세련된 느낌이에요. 툭~
997은 아무래도 좀 딱~딱~ 투박했습니다.
510마력 48kg.m 토크의 4.0 자연흡기 박서엔진과
더블 클러치 오토미션 7단 PDK의 조합은 환상적.
악셀링시 파워트레인의 리스폰스가 겁나게 빠릅니다.
GT3 최고의 장점 2가지를 꼽으라면
바로 이 리스폰스와 프론트 하중 그립이에요.
프론트 하중에 대해선 좀 있다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상적인 로드카 수준으로 슬~슬~ 주행하면
속도가 10km씩 올라갈 때마다 기어가 바뀌어요.
60이면 최고 단수인 7단에 이미 들어갑니다.
(다른 911은 8단인데 GT3는 7단 PDK가 적용)
반면 스포츠 드라이빙시엔 1단에서 80km까지,
2단이면 120km까지 달릴 수 있어요.
공도에선 1단 2단 두 개면 충분하다는 야그. ㅎㅎ
GT3 전용 PDK는 조금 더 빠르고 절도 있게 들어갑니다.
옛날 슈퍼카들의 건식 싱글 클러치처럼
차체를 뒤로 잡아당겼다 퉁~ 하고 놓는 정도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스포츠카들에 비하면 제법 느낌이 살아 있어요.
정체된 도로에선 아무래도 울컥울컥 불편합니다.
RPM도 계속 떠 있고 미션도 반클러치 느낌이랄까...
쉽게 말하자면 '서행하기 힘든 차'예요. ^^
110 전후로 정속 주행시 연비는 11km 정도 나오지만
9천RPM을 돌리면 리터당 2km로 뚝 떨어집니다.
그 상태로 계속 달리면 기름이 쑥쑥 닳는 게 느껴져요.
7단에서 고속 주행하다가도 좌측 패들을 툭툭 당겨
기어를 다운시키면 순식간에 2단까지 내려오며
9천RPM의 짜릿짜릿한 굉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터널에서는 그야말로 귀가 터질 듯한 사운드예요.
한마디로 극과 극을 마음대로 오가는 엔진과 미션.
컵카에서 가져온 자연흡기 고회전 박서엔진은
무어라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합니다.
일단 엔진이 돌아가는 느낌이 정말정말 좋아요.
악셀에 힘을 주면 순식간에 9천RPM까지 올라갑니다.
속도 역시 어이없을 정도로 빨리 올라가요.
997과 비교하면 거의 2배는 빠른 느낌입니다.
게다가 방음방진에 그리 신경을 안 쓴 차인데도
이상하게 고속 안정성과 정숙성(?)이 훌륭해요.
997의 시속 80km 정도 느낌이면 이미 그 2배에 도달.
별 생각없이 악셀링하다 깜짝 놀라 발을 뗍니다.
제로백은 제원상 3.4초인데 실측하면 3.2 정도 나와요.
물론 GT3는 직빨을 위한 차는 아닙니다.
더 빠르게 쏘기를 원하면 911 터보 S가 답.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의 사운드는
GT3 전용 경량 스포츠 배기를 거치며
완벽한 소리가 되어 울려퍼져 나와요.
사운드 제너레이터나 애프터마켓 배기의
과장된 사운드 같은 건 전혀 없습니다.
아~~~주 스트레이트한 사운드예요.
스포츠 배기를 열면 40~50% 정도 더 커집니다.
음색 역시 웅웅웅~ 베이스가 더 깔리고요.
이전 세대인 991 GT3의 사운드와 비교하면
귀가 찢어지는 듯한 하이 피치는 덜합니다.
이건 뭐 배기 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하지만 충분히 귀가 황홀해지는 사운드예요.
일반적인 자동차들이 5~6천RPM,
고성능 차들이 7천RPM까지 돌아갑니다.
영화 "포드 vs 페라리"에서도 "7천RPM!"을 외치죠. ^^
9천RPM의 영역은 슈퍼카들이나 F1 머신만이 가능.
게다가 맥람페 등도 터보로 바뀌거나 예정이라
양산형 스포츠카 중에서 9천RPM을 돌릴 수 있는 건
이제 거의 멸종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911 GT3의 가치가 그래서 더욱 소중한 거죠.
전륜 255/35/20인치, 후륜 315/30/21인치의
미쉐린 UHP 타이어 컵2는 노면을 움켜쥡니다.
블로그 이웃 하림 님이 시승하시면서
중미산에서 제법 세게 어택한 적이 있는데
스키드음 한번 나지 않더군요. 이건 뭐...
기온이 낮아 한계를 시험해볼 순 없었습니다만
서킷에서 웬만큼 몰아붙이지 않고선
컵2의 성능을 끝까지 알긴 힘들 것 같습니다.
대신 도로 상태가 조금이라도 안 좋으면
노면을 100% 타서 심하게 승차감이 안 좋아요.
그래서 시내에서 규정속도를 아주 잘 지킵니다.
포트홀이나 갈라진 틈, 교량 연결부위 등에
휠/타이어가 대미지 쉽게 받으니 조심하게 돼요.
좋은 노면과 나쁜 노면이 확연히 구별됩니다.
GT3를 데일리로 쓰는 데 불편한 게 딱 2가지인데
낮은 차체 그리고 서킷용 휠/타이어예요.
주차할 때 스토퍼에 앞 범퍼나 디퓨저가 닿습니다.
후방 카메라에 스토퍼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만 가도록
늘 조심해야 하고 아... 사이드 미러가 수동이에요. ㅋ
997은 손으로 접어서 클립 같은 걸 끼우는 식인데
992 GT3는 그런 것도 없이 그냥 비스듬히 올리면 끝.
그 외엔 불편한 게 없습니다. 충분히 데일리카로 가능.
물론 스포츠카를 조금이라도 경험했다는 전제 하예요.
그리고 어디까지나 레이스카인 걸 감안했을 때
데일리로도 쓸 수 있다는 정도의 야그입니다.
열흘쯤 GT3 타다 마이바흐 S 580을 시승했더니
달구지 타다 근두운에 올라앉은 느낌이었다는... ^^
앞에서 언급했던 프론트 하중에 대해서 말씀드려야죠.
이번 GT3를 타면서 가장 감탄했던 부분입니다.
아시다시피 911은 RR이라는 구조의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륜에 하중이 실리기 힘들어요.
그래서 코너에서 언더 스티어 성향을 보여주고
악셀링시엔 전륜이 슬쩍 들리는 느낌도 납니다.
그런데 992 GT3는 그런 불안감(?)이 사라졌어요.
심지어 오르막에서 코너를 진입하는데도
마치 내리막 와인딩인 것처럼 프론트에
하중이 실리면서 충분히 그립을 잡아냅니다.
처음 겪었을 때 대체 이게 뭐지... 싶었어요.
"와~ 신발!!!" 입에서 욕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
911 최초로 컵카에만 쓰이던 더블위시본을
전륜 서스펜션에 적용시켜서 그럴 수도 있고
더 넓고 낮아진 전면부 차체 때문일 수도 있고
보닛 위 2개 에어벤트의 다운포스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이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한 것일 수도 있겠죠.
뭔지는 모르지만 말도 안되는 프론트 그립입니다.
이제 슬슬 마무리 해야겠네요.
997 GT3(RS 포함), 991 GT3도 타본 적이 있지만
시승은 아무래도 단순한 감탄의 시간에 머무르고
소유/운행은 진정한 차의 가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차에 대한 인식의 영역이 좀 더 확대된달까요...
2008년 987 카이맨 S, 2010년 997 카레라 S를 거쳐
992 GT3까지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포르쉐를 타왔는데
이번 GT3는 '마치 스포츠카를 처음 타본 것 같게' 합니다.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돌덩어리 같은 차체는
카이맨 S를 만났을 때로 시간을 되돌리게 하고
무시무시한 굉음의 자연흡기 고회전 엔진은
다가오는 非내연기관의 시대를 역행하고 있어요.
GT3의 엄청난 강성과 성능과 한계도 놀라운데
그렇다면 대체 GT3 RS는 얼마나 넘어선 건지...
11월 11일 출고 이후 한 달여 데일리로 타본 결과
992 GT3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Straight'입니다.
이것을 '직관적'이라 해도 '정직함'이라도 해도 좋아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정신에서 이루어진
내외관의 디자인도 완벽하고, 성능 역시 마찬가지.
어떠한 과장도 없이 자신의 능력을 오롯이 드러냅니다.
단점을 숨기는 일도 없어요. 그조차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단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자에겐
이 차는 지구상 최고의 데일리 겸용 레이스카가 될 거예요.
저 역시 보증이 허락되는 15년 동안 그렇게 탈 겁니다. ^^
P.S. 1
출고 후 바로 다음주 길들이기 겸 부산을 다녀왔어요.
내려간 김에 제가 태어나고 자랐던 동네로 가봤습니다.
50년의 세월이 지났는데 별반 바뀌지 않았더라구요.
왠지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나이 들었다는 ㅋ)
제가 다녔던 학교들 앞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행히 등학교 시간이 아니어서 다 남길 수 있었어요.
먼저 금사국민학교. 지금은 금사초등학교죠. ㅎㅎ
어릴 땐 참 학교가 크게 느껴졌는데
이번에 가보니 왜 이리 자그마한지... ^^;;
두번째는 금사중학교입니다.
옛날엔 황량한 운동장에 건물만 딸랑 있었는데
체육관도 생기고 주변에 아파트도 들어섰네요.
이어서 사직고등학교로 갔습니다.
엄청난 경사의 산중턱에 위치한 학교예요.
덕분에 체력장 장거리달리기는 다들 만점. ㅋ
마지막은 부산대학교 상학관입니다.
모두 차로 2~30분 거리 내에 있어
오후에 잠깐 시간 내서 돌았네요.
경제적으로 부유하진 못했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이 있었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자랐던 시절처럼
지금껏 살아온 50여 년의 인생보다
남은 시간은 더욱 성실하게 겸손하게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P.S. 2
사진은 제가 찍은 것과 블로그 이웃인
제라 님, 하림 님이 찍으신 것들이 섞여 있습니다.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
언젠가는 저도...
속도계는 350km, RPM은 1만까지 표시
라고 제 게시물에 적고 싶네요...
사고없이 항상 건강한 카라이프 즐기시길 기원합니다...
어떻게 양산차에 저런 말도 안되는 숫자가... ^^
포르쉐에대한 애정이 대단하십니다.
많은 공부가 되었고.
한번 타고고 싶어졌습니다 ㅎㅎ
진정한 시승기이네요!!
오랜세월(?) 면식수행글부터 봐왔었는데
정말 멋지게 사시는거 같습니다!
911 꿈만같은차 대리만족하며 시승하는 느낌입니다!
더욱더 건강하시고, 하시는일도 다 잘되시길 바랍니다!!
목표로 삼아서 였을까요, 말도 안되게 올해에 992 쿠페 노말을 출고하게 되었는데 너무 감격스러웠습니다ㅠㅠ 길선자님 덕분에 포르쉐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고, 드림카로 삼으면서 결국 출고도 하게 되었습니다ㅠ 잘모르는 눈팅족이지만 길선자님 덕분에 포르쉐를 알게되어 너무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ㅎ 그리고 포르쉐를 사랑하시는 모습 최고로 멋있으십니다^^!! 감사합니다!
추운날씨 운전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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