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로 필요해서 빌린 포드 포커스 세단입니다. 3세대 모델이고 빌릴 때 주행거리가 1,500마일(=2,400km)인 새차였습니다.
원래 빌릴때는 동급 준준형(미국에서는 'compact' 급)인 닛산 센트라였습니다. 그런데 이 차가 주차하고 나면 밑에 오일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렌터카 사무실에 돌려주고 대신 받은 것이 포커스입니다. 렌터카 사무실에 증명할 때 필요할까 하여 차 밑에 받쳐놓았던 오일받이 철판을 꺼내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번에 빌린 포커스는 카울이 엄청나게 앞으로 나가 있어서 놀랐습니다. 사진을 찍었지만 현실과 다르네요. 앞유리 밑부분의 대시보드 길이가 웬만한 차의 1.5배~2배 길이입니다. 그에 따라 앞유리의 A 필러도 한참 앞에 나가 있습니다. 이 색다른 구조에 적응하는데 3일정도 걸렸습니다. 다행인 것은 적응된 후에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운전석이 뒤로 물러나 있는 것도 앞유리와 운전자사이 거리를 멀게 하는데 한몫 합니다. 앞문을 열면 대시보드가 실내로 한참 튀어나와 있습니다.
포커스의 장점
- 정숙성
- 힘 좋은 엔진과 경쾌한 시내 가속
- 스포티한 핸들링과 우수한 고속 안정성
- 오디오 음질
중대한 단점
- 좁은 뒷좌석 레그룸
- 자동변속기가 킥다운 후 0.5초정도 제멋대로 계속 가속을 유지
참을만한 단점
- 파워 윈도우가 오토 업이 없음
- 리모콘 일체형 열쇠가 커서 휴대 불편
정숙성은 중대형차, 그러니까 현대 그랜저급의 정숙성입니다. 그 중에 약하게 들리는 엔진 소리도 잘 조율되어 있어서 거칠지 않습니다. 스포티한 핸들링과 조합되어 매우 재미있게 타고 다닌 차였습니다.
스티어링은 가벼운 편에 속하고, 제가 그 전까지 스티어링이 무거운 차를 타고 다녔었기 때문에 처음 3일정도는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이것도 서서히 적응되어서 1주일쯤 지나니까 이상한 느낌이 없어지고 충실한 스티어링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처음에는 스티어링이 너무 가볍다고 느꼈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때 랙 구동식 EPS라는 것을 보고 놀랐지요. 랙 구동식 EPS가 모두 좋은건 아니라고 시승기를 쓰려고 마음먹었었으나, 가벼운 스티어링에 적응된 후에는 역시 괜찮다는 결론에 다시 도달했습니다. 아래가 그 랙 구동식 EPS의 모터 부분입니다.
엔진은 160마력의 2.0리터 직분사, 변속기는 6단 자동변속기입니다. 1단 기어비가 높고 웬만한 가속에도 4000rpm까지 1단을 유지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어서 신호등에서 출발할 때 가속력이 높습니다. 시내에서는 악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을 일이 없을 정도로 힘이 좋았죠. 하지만 고속도로에서는 160마력이라는 숫자의 한계로 인해 차선을 바꿀 때 옆차선 차가 빨리 따라오면 악셀러레이터가 부러져라 밟아도 속력이 빠르게 오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원상 0-60mph(0-96km/h) 가속 시간은 7.6초입니다. 준중형급에서는 미국에서도 빠른 편입니다.
핸들링은 의외로 강력합니다. 타이어의 편평비가 높아서 그런지 날카롭지는 않지만, 아무리 세게 선회해도 미끄러지지 않습니다. 언더스티어도 알아챌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제 폭스바겐 GTI하고 선회력 한계는 거의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제가 핸들링을 시험하기 위해 고속도로 커브에서 브레이크를 세게 걸면서 동시에 바깥쪽 차선으로 차선 변경을 해도 안정적으로 차선을 바꿉니다.
고속도로 순항시에도 땜빵이 많은 거친 노면을 빠른 속력으로 주행해도 안정적으로 직진합니다. 미국 고속도로중에는 유지보수 예산이 빠듯해서 몇년째 재포장하지 못하고 땜빵으로 연명하는 곳도 많기 때문에 이런 노면에서의 적응 능력도 중요합니다.
이 차의 정숙성과 오디오 음질은 동급에서 아주 우수합니다. 정숙성은 나중에 사양 부분에서 설명하겠지만 미국 준중형 가격대에서 생각할 수 없는 고사양이 들어가 있어서 그 효과를 보는 것 같습니다. 시내 주행시 극히 조용합니다. 고속 주행시에는 타이어 소음이 좀 들리긴 하지만, 역시 정숙한 편 입니다.
오디오는 기능은 평범한데 음질이 잘 튜닝되어 있습니다. 평탄한 주파수 특성과 좋은 해상력으로 인해 음악의 각 악기들이 또렷하게 느껴집니다. 스테레오 음장감도 좋고요. 초저음 재생이 희생되어 있어서(스피커 가격 때문이겠지만) 드럼의 박력이나 콘트라베이스의 무게감은 놓치지만, 편하게 듣기에는 괜찮습니다. 이 가격대라면 염가 스피커에서 쥐어짜는듯한 음악이 기본인데, 포드 포커스는 충격적인 예외였습니다.
단점으로 넘어가면 차을 사지 않는 이유가 될 수도 있는 중대한 단점과 좀 거슬리는 단점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중대한 단점 첫번째는 좁은 실내입니다. 저는 앞자리를 뒤로 미는 운전 자세가 아닌데도 뒷자리는 사람이 앉기에 불편할 정도로 레그룸이 좁습니다. 비교하자면 제가 주로 타는 폭스바겐 GTI는 뒷자리 레그룸이 저 사진의 2배 정도가 나옵니다. 이 차가 실용성보다 스타일을 중시하는 패션카가 아니라 실용적인 4인승 세단임을 감안하면 저렇게 좁은 뒷자리는 큰 감점입니다.
좁은 레그룸에는 실내로 많이 돌출한 대시보드도 역할을 합니다. 앞문이 열리는 크기에 비해 이 대시보드는 뚜렷하게 차 실내로 많이 돌출되어 있음을 느꼈습니다. 조수석에 앉았던 제 집사람도 대시보드가 실내로 많이 침범했다고 느꼈고요.
두번째 단점은 자동변속기의 킥다운입니다. 킥다운을 해서 가속하다가 악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어도 차가 0.5초정도 계속 가속을 이어나갑니다. 킥다운을 멈추고 속력이 줄기를 기대하는 순간에 차는 오히려 높은 출력으로 앞으로 나가니까 놀라지요. 이 거동은 뭔가 다른 목적이 있다고 생각할 수 없고 그저 프로그래밍 오류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네요. 다음 모델에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합니다.
자동변속기는 스포츠 모드가 없고, 대신 L모드하고 엔진브레이크를 좀 많이 걸어주는 모드가 각각 있을 뿐입니다.
파워 윈도우는 옵션에 인색한 미국이라도 준중형에서는 운전석쪽에는 오토 업 윈도우를 달아주는데 이 차는 없네요. 차 등급도 중간등급인 SE인데도 말이죠.
열쇠는 리오콘이 열쇠 몸통에 붙은 타입인데, 그 결과 열쇠가 길고 손잡이도 커져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가 불편합니다. 그냥 별도 리모콘을 하나 주는게 나을 뻔 했습니다.
3주간 운전한 소감은 스포티하고 좋은 차였습니다.
본론은 여기서 끝났습니다. 아래부터는 세부적인 사양 설명입니다. 의외의 사양들이 많아서 소개할 부분도 많네요.
뒤부터 보지요. 트렁크 열리는 부분 크기가 작아서 박스가 간신히 통과합니다. 통과한 다음에는 내부에 공간은 많이 있는데, 통과가 빠듯합니다. 요즘 차들이 공기역학적 특성때문에 뒷유리가 뒤로 많이 늘어져 있어서 트렁크 열리는 부분이 작은데, 포커스는 심한 편입니다. 사실 포커스는 처음 개발했을 때부터 해치백 모델이 메인이고, 세단은 미국과 중국을 위한 전용 모델이었죠.
트렁크 안쪽에도 방음재가 붙어 있고, 뒷유리 선반 아래쪽에도 방음재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는 우수한 정숙성으로 나타났지요.
트렁크는 버튼을 누르면 스스로 튕겨 올라가는 타입이 사용하기 편리해서 좋긴 한데 다 열린 후에 충격력으로 탱탱 튕기는 문제가 있습니다. 포커스는 이 탱탱 튕기는 문제를 잡기 위해 유압식 댐퍼를 추가했습니다. 이 댐퍼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 가격대에서 댐퍼를 쓰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주유구는 캡리스 타입입니다. 돌려서 여는 마개가 없고 주유구 뚜껑을 열면 곧장 주유기를 삽입하여 주유하면 됩니다.
주유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통에 의한 응급 주유)에는 트렁크에 있는 어댑터를 저 구멍에 넣어 주유구를 연 후에 연료를 부어넣습니다. 한국에 파는 다른 포드차도 저 캡리스 주유구를 사용하지요.
운전석을 보면 고급 사양과 저가 사양이 공존합니다. 페달쪽은 야간에 들어오는 조명등이 있고, 무릎 에어백도 있습니다.
반면 원가절감쪽으로는 해가리개에 운전석쪽은 옆으로 돌렸을 때 뒤로 밀어서 위치를 조정할 수 있는데 조수석 해가리에는 그 기능이 원가절감때문에 생략되어 있습니다. 이 기능 생략에 조수석에 앉은 집사람이 황당해했었습니다.
실내등이 빈약합니다. 좌우 앞좌석을 각각 비추는 맵램프가 없고 중간에 한개 있습니다. 대신 뒷좌석도 중간에 전등이 한개 더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실내등은 계속 쓰다 보니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가격대에서 놀라운 것은 실내 창틀이 검정 플라스틱으로 고급스럽게 마감되어 있었다는 점.
계기판은 특이사항이 없습니다. 연비는 좋은 편. 계기판에 나온 28.8mpg는 12.2km/l입니다. 시내주행과 고속도로 주행이 섞인 주행입니다. 계기판에서 특이한 점 하나는 트랙션 컨트롤을 끄려면 계기판 메뉴로 들어가서 거기서 꺼야 한다는 것 입니다. 그냥 눌러서 트랙션 컨트롤을 끄는 스위치가 없습니다. 이것도 원가절감이지요. 그리고 자세제어장치(ESC)는 아예 끄는 기능이 없습니다. 자세세어장치는 매우 늦게 걔입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어서 끄는 기능이 없더라도 아쉽지 않았습니다.
오디오는 CD 재생기능이 없습니다. 대신 특이하게도 사고가 났을 때 연결된 핸드폰을 사용해서 응급신고 911(한국의 119 전화번호에 상응)에 자동으로 전화를 거는 기능이 기본으로 있습니다. 현대의 블루링크같은 자동차 회사 부가서비스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되는 기능입니다.
오디오의 표시는 한국어가 안 됩니다. 닛산차들은 한국어, 일본어 다 되는데 말이죠.
엔진에는 커버가 없습니다. 중국에 파는 포커스에는 있는데 말이죠. 그리고 엔진 뒤쪽에 공간이 많이 있습니다. 옵션중 터보차저를 장착하기 위한 공간을 확보해 놓은 것 같은데, 터보가 없는 차에서는 횅하네요.
차체 앞부분중에서 라디에이터 상부와 전조등을 고정하는 큰 부품이 플라스틱입니다. 대부분의 차가 이 부분을 철판으로 만들지만, 포드는 픽업 트럭인 F-150에서는 해당 부품을 경금속인 마그네슘으로 만들기도 하는 등 신재료 사용에 적극적입니다.
아래 사진은 해당 부품을 중고로 파는 판매자가 올린 부품 사진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사진 하나 더 올리고 끝냅니다.
이렇게 보면 아반떼가 가성비는 좋은차 이군요..
이차도 후축이 토션빔 인가요??
실내나 넓이는 엑센트 급이군요
미국 렌트카도 자차보험이 있나요??
있다면 사고시 면책금이나 휴차 보상비는 어떻게 되나요??
실내는 엑센트보다는 큽니다. 제가 현대 엑센트로 렌트해 봤었기 때문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미국 렌터카도 자차보험이 있습니다. LDW(Loss and Damage Waiver)라고 합니다. 면책금이나 휴차 보상비 아무것도 없이 그냥 걸어나오면 됩니다. 그런데 이 LDW가 1일 렌트보다 비싸기 때문에 저는 늘 선택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본인 자동차 보험으로 렌터카도 동일한 조건(자기 부담금도 동일)으로 보장이 되니까 저는 늘
그것으로 대신합니다. 대신 사고나지 않고, 사고 당하지 않도록 조심조심 타야 하지요. 저 차의 코너링 성능도 그래서 심하게 시험해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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