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로 한 남자친구가 저희집에 본인 부모님을 모시고 살자합니다.
하소연 (판) 2016.10.06 12:07 조회129,664
안녕하세요. 판글을 즐겨읽던 26살 평범한 여자예요. 달리 어디 하소연 할 곳이 없어 여기나마 주저리 글적어봐요.. 그냥 마음답답해 적는 하소연 글입니다..
저에게는 8살 차이나는 2년 조금 넘게 사귄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남자친구도 혼기가 꽉 찼고 저도 결혼생각이 없지않았기에 이번년도 6월달에 남자친구집에 인사를 드리러 갔어요. 첫인상은 평범하디 평범한 예비시부모님이셨어요. 얘기를 하다가 저희 부모님이 제가 20대초반에 두분 다 돌아가셨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어머님 표정이 누가봐도 굳은 표정이 되시더라구요.. 아버님도 떨떠름한 표정이셨지만 그래도 계속 말은 걸어주셨는데, 어머님은 저희 부모님 얘기가 나온 후부터 단 한마디의 말도 저에게 하지 않으셨어요.
그렇게 처음 뵙고 나오는 길이 참 서럽더라구요. 남자친구한테 얘기해봤지만 어머니가 표정이 굳어진건 혼자 된 제가 너무 안쓰러워 그런거라고, 본인 어머니가 원래 표현이 서툴다 그러시길래 섭섭한 마음 감추고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어요.. 나 스스로 부모님이 없다는것에 자격지심이 생겨 더 크게 받아들이나보구나..하구요.
저는 횟수로 3년차인 나름 단골손님도 있는 작은가게를 운영중이예요. 예비시부모님께 처음 인사드리고 몇일 뒤에 남자친구가 부모님을 모시고 가게에 찾아왔었어요.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제가 경제력 있는 애라는걸로 결혼설득을 하고 싶었나봐요. 그래서 다시 한번 가게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됬고 어머니께서도 결혼생각을 한번 해보시겠다고 하셨네요.. 그러시면서 돌아가신 부모님이 혼자남은 딸한테 남겨준 유산은 없냐고 넌지시 물으시길래 두번째 만나뵌 자리이기도 하고 아직 남자친구한테도 제대로 말한적이 없어 말을 얼버무리고 지나갔어요..
그리고 어영부영 몇달 흘려보내다가 남자친구가 본인 부모님께 점수도 딸겸, 추석때 도와드리자고 해서 가게는 추석 전날부터 휴업하고 추석 하루전날 찾아가 제사음식부터 청소까지 싹 다 도와드렸어요. 아버님은 흡족하셔 하시는거 같았는데 어머님은 추석당일 되니까 친척들 온다고 집에 가라하시더라구요. 남자친구가 처음에는 친척들한테도 저 소개시킬꺼라고 왜가라하냐고, 얘 혼자라서 명절에 외롭게 있어야 한다고 어머님한테 몇마디 하다가, 어머님이 아직 결혼도 안 한 사이에 친척들한테 인사드려봤자 좋은 소리 못듣는다고 뭐라하시길래 그냥 제가 인사드리고 나왔어요..
남자친구는 그뒤로 저한테 미안했는지 그냥 어머님 신경쓰지말고 우리끼리 결혼준비 하자고 했고 9월말부터 진지하게 결혼얘기가 오갔어요. 그러다가 신혼집얘기가 나왔는데 남자친구가 모은돈이 얼마없어서 제가 살고있는 오피스텔에서 신혼시작해서 둘이서 돈모아 아기생기면 집을 옮기자고 하더라구요.
근데 사실 제 명의로 된 부모님과 같이 살던 큰 아파트가 있어요.. 지방이긴 하지만 브랜드아파트 50평대인데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그 큰집에서 혼자 살기도 싫고 부모님생각에 우울증 걸릴 것만 같아서 오피스텔 구해서 나와살고 있었거든요..
남자친구일때는 구구절절 알릴필요 없다고 생각하다가 이제 진지하게 결혼까지 하는데 숨기면 안될꺼같아서 부모님이 남겨주신 집이 있다고 말했어요. 남자친구가 엄청 좋아하더라구요.. 그리고 저번주 평일에 가게 하루 좀 일찍 마치고 같이 집보러 가기로 하고 목요일날 만났는데 어머님께서 같이 오셨더라구요.
어머님 보자마자 뭐지싶어서 남자친구 쳐다보는데 남자친구는 그저 웃는 얼굴로 싱글벙글.. 제차타고 운전해서 가고있는데 그때부터 어머님이 여러가지 묻기시작 하시더라구요. 남겨진 자산은 얼마니 부터 시작해서 원래 부모님 직업까지.. 얘기 다 듣고 나시더니 처음으로 제가 있는 자리에서 기분좋게 웃으셨어요.
남자친구랑 어머님이랑 원래 살던 집보고 나오는 길에 어머님이 뜬금없이 다같이 살아도 여유로워 좋겠다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무슨 얘기냐고 여쭸더니 남자친구가 제가 저집에서 다같이 살고싶다고 했답니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어서 남자친구 부모님을 부모님처럼 모시고 살고싶다고 했다고.. 우선 어머님 집에 모셔드리고 나서 남자친구한테 따져 물었어요. 무슨 소리냐고 왜 어머니가 저런 소리를 하시는거 거냐 물으니까 이렇게라도 점수따서 우리 결혼해야지않겠녜요..
솔직히 갑자기 집때문에 태도 바뀐 어머니도 어머니지만 무슨 거지한테 적선하듯이 절 데려간다는 남자친구의 태도에 너무 화가나서 결혼 하지말자하고 헤어지자했어요. 남자친구는 제가 너무 흥분했다고 신중히 말하라고 본인이 되려 화내더라구요.
사실 부모님을 여의고 우울증을 앓다가 만난 남자친구라 제가 남자친구한테 많이 기대긴 했어요. 그래서 남자친구는 제가 본인이 없으면 못사는 줄 알아요.. 늘 먼저 헤어지자는 얘기 꺼낸것도 본인이였고 그러면 울며불며 붙잡던게 저였기때문에..
근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정이 뚝하고 다 떨어지더라구요. 그래서 남자친구한테 나는 진심이라고 헤어지자하고 집에 들어왔었어요. 헤어진 당일 목요일 하루는 잠잠하더니 금요일부터 남자친구가 미친듯이 전화를 걸더라구요. 가게 앞에도 찾아오고 집에도 찾아오고..
친구들한테 도움청해서 이리피하고 저리피하고, 가게마저도 임시휴업 걸어놓고 열지도 못하고있어요.
친구들도 처음부터 아닌 사람이였다고, 이제 정신차려서 다행이라면서 다독여주는데 한편으로는 제가 저혼자 부모님없다는 자격지심이 있어 일을 이렇게 만드는건가 자책감도 들어서 미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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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리고 한숨 눈붙이고 왔더니 댓글이 너무 많이 달려서 깜짝 놀랐어요.. 남자를 폄하하거나 비하 하려고 올린 자작 글은 전혀 아니예요. 부모님을 운운하면서 자작글을 적을 정도로 글러먹은 인성은 아닙니다..
그냥 다만 어딘가라도 속시원하게 내마음 말하면 풀어질까싶어 판에 익명성을 빌려 적었던 하소연 한 글인데, 많은 분들이 댓글로 달래도 주시고 따끔한 말도 해주셔서 그저 감사할뿐이예요. 부동의 진리..." 배우자의 진짜 모습을 보려면 부모를 봐라" |
혼인으로 한 몫 잡으려는 건 남자나 여자나 똑같지요.
인성문제.
아! 그 부모의 그 자식....
글쓴이 입장에서는 천만다행 이네요......
그 애미나 자식이나 도찐개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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